[DMZ 생태지도] ③ 중·동부 산악지역

2007.10.05 | DMZ


– 비무장지대 : 강원도 철원군 원남면~원동면~임남면~양구군 방산면~동면

– 민통선 지역 : 강원도 철원군 원남면~원동면~임남면~화천군 상서면~화천읍~양구군 방산면~동면

디자인 : 장광석

첩첩산중이다. 사방이 산지로 펼쳐졌다. 산도 험하고 골도 깊다. 금성천·북한강·수입천 등의 하천이 북에서 남으로 흐른다. 적근산~삼천봉은 한북정맥의 산줄기로 임진강 유역과 북한강 유역을 나누는 기준점이다. 참나뭇과의 활엽수림과 금강소나무 군락이 어우러진 숲이 형성돼 있다. 반달곰·산양·사향노루 등 멸종위기종이 서식지를 형성하고 있다. 전체 민통선 지역 중 주민들의 접근과 활동이 제일 적은 곳이다. 민통선 안에는 마을은 물론이고 민가도 농지도 없다.



김화 남대천 일대의 너른 평원을 지나면 임진강 유역권도 끝난다. 그 장벽이자 분수령이 한북정맥이다. 적근산에서 삼천봉으로 연결되어 북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은 금강산 이북의 백두대간에서 갈래쳐 나온 산줄기와 비무장지대 언저리에서 만난다. 두 산맥이 조우하는 곳이 철책선에 걸쳐 있는 삼천봉과 적근산이다.

한북정맥은 임진강 유역과 북한강 유역을 나누는 분수령이다. 이는 지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임진강 수계의 크고 작은 물길들은 여러 습지를 형성하며 서진해 임진강으로 흘러든다. 북한강 쪽에서는 산이 많고 골이 깊어 습지가 적거나 미약하다. 다만 골이 깊기 때문에 산지에 걸맞은 생명의 질서들이 펼쳐진다.

한북정맥 산줄기에서 으뜸인 곳은 적근산이다. 과거 대성산이 민통선 지역으로 묶여 있을 때만 해도, 비무장지대의 생태조사를 나오면 적근산보다 대성산 쪽에 주목했다. 아직도 적근산에 대한 조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군 전술도로 주변에서는 희귀종인 솔나리와 왜솜다리를 비롯한 한국 특산종과 희귀식물 군락이 넓게 펼쳐져 있다. 반달가슴곰과 사향노루 등의 서식도 확인된다. (지도 참조)

동부 산림, 맵고 짠 산악 지형

적근산 동쪽으로는 주파령을 넘어 흰바우산(백암산,1197m)이 우뚝하다. 주파령 북쪽의 철원군 원남면을 거쳐 비무장지대는 비로소 동부 산림지역으로 접어든다. 여기서부터는 ‘맵고 짠’ 산악지형이 그대로 나타난다. 골은 깊고 산비탈은 가팔라서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기 어렵지만 숲의 친구들에게는 편안한 쉼터다. 산불이 발생해도 깊은 골이 가로막고, 활엽수림이 버티고 있어 크게 번지지 않는다. 숲은 울창하고 거칠다. 골짜기를 흐르는 작은 내들은 북한강 지류인 금성천으로 흘러든다.

육군 칠성부대의 관할 지역인 이곳은 군인들에게도 험난한 지형으로 유명하다. 병사들은 철책 근무 중 수시로 산양·사향노루·삵·담비 등과 마주친다. 1990년대 중반에는 백암산 남쪽 자락에서 호랑이 출몰이 언급돼 방송사들이 들락거리기도 했다. 당시 환경부의 비공개 최종보고서를 보면 그 소동을 “표범으로 추정되는 중대형 고양잇과 동물로 추정한다”고 정리하고 있다. 백암산 동쪽으로 북한강이 흘러내린다.

북한강은 비무장지대를 관통하는 물길 가운데 가장 큰 하천이다. 전쟁이 터지기 전에는 물길을 따라 내금강으로 이어진 신작로가 있었지만, 전쟁이 끝난 뒤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반도 아래쪽에 갇힌 사람들에게 북한강의 시작점은 파로호였다.

* 본 사진과 글은 한겨레 21과 공동기획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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