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생태지도] ④ 동해안권

2007.10.10 | DMZ


– 비무장지대: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고성군 수동면

– 민통선 지역: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인제군 서화면~고성군 간성읍~거진읍~현내면

디자인 : 장광석

동부전선의 정점인 지역이다. 향로봉~고성재~심재령~무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중심축이 비무장지대를 관통한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서쪽은 북한강 유역이고 동쪽은 동해안 유역이다. 인북천과 남강을 나누어주는 고개가 백두대간이며, 남강은 군사분계선을 따라 물줄기를 잇는다. 울창한 산림이 펼쳐져 있다. 반달가슴곰, 산양, 수달 등 멸종위기종의 주요 서식지다. 비무장지대 북쪽의 모든 산줄기와 물줄기는 모두 금강산으로 모여든다. 향로봉~고진동 계곡은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이다. 비무장지대 동쪽 맨 끝에 동해선 철도와 도로가 남과 북을 연결했다. 민통선 지역 중 양구 해안에는 마을고 농지가 대규모로 자리잡고 있으며, 인제 서화와 고성 현내에도 농지가 있다.

북한강 동쪽 건너편의 산림은 군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동부’라는 표현이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곳이다. 이 지역의 산림을 표현하는 적합한 말은 ‘울창하다’는 것뿐이다. 고성의 ‘큰 까치봉’ 동북쪽까지 숲은 동일한 모습을 이루며 펼쳐진다. 숲은 온갖 야생동물들의 천국이다. 일부 산불 피해가 있기도 했지만, 40년 이상 된 온대림의 전형을 보여준다.

북한강을 건너면서 비무장지대는 해발 1천m를 넘는 고산 지형을 펼치기 시작한다. 양구 건솔리~수입천~사태천~가칠봉~을지전망대까지 그득한 숲의 모습이다. 이 일대에서는 활엽수림뿐만 아니라 금강소나무와 어우러진 혼효림이 곳곳에 등장한다. 철책선을 따라 곳곳에 희귀식물 군락도 이러진다. (지도 참조)

양구를 정점으로 인제의 백두대간까지 펼쳐진 비무장지대는 산림생태계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을지전망대를 지나면 백두대간을 가까이 바라보며 해발 500m가까이 내려간다. 거기에 습지가 에워싸고 있는 인북천이 북에서 흘러내린다. 내금강 깊은 골짜기에서 발원한 물줄기다. 인제 서화면의 인북천은 비무장지대 안에서 하천 습지가 폭넓게 형성된 곳으로 유명하다. 아울러 인내천을 따라 오르는 옛길도 조용히 쉬고 있다. 인제에서 내금강으로 연결된 길이다.

인북천을 지나면서 비무장지대는 드디어 백두대간과 만난다.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 장승리와 고성군 수동면 신탄리의 경계 지역이다. 정확히 좌표를 잡아보면 백두대간의 주능선과 비무장지대의 군사분계선이 교차하는 삼재령 일대다. 인제 인북천과 고성 남강의 경계가 되는 고개로 전쟁 이전에는 영서 내륙 산골짜기였던 인제와 영동 해안 지역인 고성을 오가던 길목이었다. 옛 사람들은 이 지역을 ‘송이달’이라 불렀다고 한다.

백두대간은 진부령부터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민통선에 포함된 백두대간의 상징인 향로봉에서 고성재 동북쪽으로 남강 수계에 해당하는 골짜기 전체가 향로봉~고진동 천연기념물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다.

남강은 비무장지대의 동쪽 끝을 상징하는 물줄기다. 남강은 연어, 은어 등 온갖 물고기와 수달을 비롯한 동물들의 고향이다. 금강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사람들의 손발로 인한 때를 묻히지 않고 청정함 그대로의 물줄기를 유지하고 있다. 남강은 10km 이상 동북쪽으로 비무장지대와 어깨를 마주하며 흐른다. 군사분계선을 따라 남과 북의 긴장 한가운데를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는 남강이 유일하다. 남강 상류인 사천천과 고진동 계곡은 능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데, 이 일대의 능선과 물줄기와 철책선은 깊은 협곡을 형성하면서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한다. 이 일대가 비무장지대의 가장 대표적인 산양의 활동 무대다.

155마일, 248km 비무장지대는 역사가 빚어놓은 자연생태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사람이 접근하지 못해 온갖 생명이 역동하고 습지와 숲이 어우러진 자연이 펼쳐진다. 철책선을 따라 이어진 비무장지대는 냉전이 빚은 역사의 유산이자, 지구상에 유례없는 생태계의 특이함을 간직한 곳이다.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전쟁의 상처와 이를 보듬는 자연의 무심함이 살아있는 이곳을 원형 그대로 살려 후세에 전하는 일이다.

* 본 사진과 글은 한겨레 21과 공동기획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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