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로 무너지는 민통선

2008.07.29 | DMZ

민통선 산사태 조사 보고

지난 24일 강원도 양구군 군 부대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가 발생해 군장병 2명이 매몰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기상이변과 집중호우에 의한 자연재해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함을 일깨운 사고였다. 녹색연합은 2006년 6월부터 2008년 6월까지 약 2년간의 비무장지대 일원 현장조사를 통해 강원도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 등 중동부 최전방 민통선 지역에 산사태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200개소 이상 95헥타르 가량의 산림이 무너져 내렸다.  재해가 발생한 현장은 산사태의 심각함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이 지역의 산사태 문제는 해당지역 경계부대 군장병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생활상의 많은 불편함을 주고 있다.  또한 민통선 지역의 보전가치가 높은 자연생태계를 훼손하는 주요 요인이다. 그러나 지난 70년대 이후 30년 가까이 구조개량 등 복구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있다. 이에 녹색연합은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함을 촉구한다.

강원도 민통선 산악지역, 산사태 띠 형성
2008년 7월 현재 비무장지대 일원의 산림생태계를 훼손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산사태다. 군 작전도로 주변에서 광범위한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집중호우가 빈번하여 산사태 발생이 늘고 있다. 산사태가 심각한 곳은 주로 강원도로 민통선 지역 전체에 걸쳐 띠처럼 발생하고 있다. 한북정맥의 줄기인 대성산~말고개~적근산~삼천봉을 중심으로 동부지역인 북한강수계에 집중된다. 여기에 향로봉~건봉산으로 이어지는 동해안 유역까지 산사태는 이어진다. 강원도의 권역별 산사태 현황은 다음과 같다.

산사태, 산림훼손의 사각지대
강원도 민통선 지역의 산사태는 특히 생태보고 지역에 집중해서 나타난다. 고성군 향로봉 일대는 산 정상부를 중심으로 곳곳에 길게 산사태가 발생하여 흉물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향로봉은 천연기념물보호구역으로 문화재청에서 문화재관리법으로 보호하는 지역이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산사태에 대한 복구와 복원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방치하고 있다. 생태 가치가 뛰어난 건봉산~고진동 계곡 일대도 마찬가지다.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된 곳곳에 산사태로 토사가 유출되어 깊은 계곡까지 바위와 돌들이 흘러내리고 있다. 생태계뿐만 아니라 경관 문제까지 발생한다. 건봉령~건봉사 사이로 산사태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데 건봉령 일대의 산사태는 간성읍 7번국도 일대에서 보일 정도다. 양구군 해안면 을지전망대 지역은 진입로 산 아래로 산사태가 길게 띠처럼 쓸려 내려간 것을 볼 수 있다. 을지전망대 인근 산사태는 멀리 돌산령에서도 관찰된다. 백석산 일대 산사태는 심각하다. 산 북쪽 지역의 군 작전도로 곳곳에 산사태가 발생하였으나 아직 복구를 위해 손을 못 대고 있다. 산사태 피해는 산사태 발생지역의 산림생태계를 훼손하고 하류 하천생태계의 교란을 가져온다.



                        
환경과 공학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도로공사가 원인
가장 심각한 곳은 중동부전선의 비무장지대 일원이다. 첩첩산중으로 험한 지형에 경사가 가파르다. 산지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만든 작전도로 때문에 해마다 피해는 확산되고 있다. 산사태 피해의 90% 이상은 80년대 이전에 만든 군 작전도로에서 발생하고 있다. 민통선 지역의 작전도로는 주로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를 거쳐 80년대 초반까지 만들어졌다. 군사안보의 필요에 따라 군 공병대가 중심이 되어 주로 산지의 능선이나 사면에 공사를 했다. 예산과 기술이 부족했던 당시 절개지와 성토면을 생각하는 도로공사는 어려웠다. 환경과 공학에 대한 고려가 없었고, 산사태 예방의 핵심인 배수처리 대책이 부족했다. 여름철 장마나 태풍 때 집중호우가 몰아닥칠 경우 배수처리 미비는 곧 산사태로 이어진다. 그 결과 90년대 중반부터 산사태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집중강우에 몹시 취약한 상황이다. 2000년 이후 기상이변으로 인한 집중강우가 빈번하게 나타나면서 그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피해지역 대부분이 민간인이 접근하기 힘든 지역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지뢰지대에 위치한 경우도 있어 체계 있는 복원은 요원한 상태다.

민통선 이남의 산사태 위험
경기도와 강원도 일원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는 산지 주변의 군사시설 중 전술도로 혹은 보급로의 산사태 위험은 심각하다. 각종 군관련 관제, 통신, 방포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와 주둔지가 망라돼 있다. 경기도 파주, 연천, 양평, 가평 등을 비롯하여 강원도 인제, 홍천, 평창, 횡성, 원주 등 경기도와 강원도 중부와 북부 주요 산지에 자리한 군사시설 전반이 산사태에 취약하며 주둔지의 일부 지역 등이 산사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군부대와 재해위험
비무장지대 일원의 산사태는 해당 지역의 군 작전부대에게도 고심의 대상이다. 산사태가 발생하면 정상 작전이동은 어려워지고 생활에도 큰 위협이 된다. 백석산 일대 산사태 지역이 대표적이다. 군부대의 재해위험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방예산은 작전도로에 대한 장기적인 복원대책을 세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군부대가 작전도로로 인한 산사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주둔지 산사태 위험과 대책
군 전술도로와 함께 주둔지 주변의 산사태 위험도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민통선 이북 지역 중 전술도로의 산사태가 이미 발생하거나 발생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주둔지 주변의 산사태 위험도 높다. 소대급, 중대급, 대대급 등 GOP라인을 비롯한 민통선 이북지역 전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기에는 구막사는 물론이고 참여정부 시절에 대규모로 신설공사를 진행한 신형막사도 마찬가지다.    

제안과 대책
이에 녹색연합은 민통선 지역의 산사태 예방과 복구를 위한 세부 대책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 민통선을 포함 전방지역 군사시설의 산사태를 비롯한 재해 위험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국방부와 산림청이 합동조사단을 편성하여 주요 전술도로 및 주둔지 일대의 산사태 위험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

○ 민통선 산사태는 국가차원 재해대책으로 추진해야 한다. 복구와 예방을 위해 예산 편성이 절실하다.

○ 민통선 산림지역의 군 전술도로를 임도로 지정 관리해야 한다. 임도로 지정되면 산사태나 붕괴, 침식 같은 훼손이 발생하였을 때 임도의 구조개량 차원에서 사전예방 및 복구 등이 가능하다.

○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가 발생하면 재해대책 차원의 조사와 복구에서 민통선을 사각지대로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응급복구를 추진해야 한다.

○ 군은 산사태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으나 예산 및 복구 대책의 구조적 미흡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무총리실이 주관하고 국방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산림청 등이 망라되는 대책기구를 구성하여 즉각 복구와 예방에 나서야 한다.


2008년  7월  29일

녹  색  연  합

※ 문의 : 녹색연합 서재철 국장 010-8478-3607 kioygh@greenkorea.org
             윤상훈 정책팀장 011-9536-5691 dodari@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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