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인지뢰 관련 정책과 문제점 -2001

2005.03.15 | DM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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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인지뢰 관련 정책과 문제점

비인도적 무기인 대인지뢰의 생산, 비축, 이전,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오타와 대인지뢰금지조약」의 초안작성을 위한 오타와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있던 1997년, 한국정부는 오타와 대인지뢰금지조약 가입조건으로 비무장지대(DMZ)의 예외를 주장했다. 그러나 지뢰탐지, 지뢰제거 및 지뢰파괴기술의 개발과 훈련을 위한 대인지뢰의 보유와 이전을 제외한 모든 대인지뢰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오타와 협약 제3조 예외조항에 따라 한국정부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자 한국정부는 오타와 대인지뢰금지조약 가입 후 9년간 실행을 유예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이러한 요청도 거부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정부는 1997년 12월 성립된 「오타와 대인지뢰금지조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한국은 미국과 함께 대인지뢰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무기의 개발을 전제로 2006년까지 오타와 조약에 가입하겠다고 약속하였다. 한편 후방지역 대인지뢰에 대해서는 2001년 2월 13일 합동참모부가 2006년까지 지뢰 제거를 완료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결국 한국정부의 대인지뢰 정책을 총괄하면, 첫째는 후방지역에 매설된 대인지뢰를 2006년까지 제거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2006년부터 비무장지대에 매설된 지뢰를 제거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몇가지 문제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한국정부는 왜 아직까지도 오타와 대인지뢰금지조약에 참여하고 있지않는가이다.

오타와 대인지뢰 금지조약 제5조 1항 및 3항에 따르면 매설지뢰는 조약체결국으로서의 효력이 발생한 날부터 10년 이내에 제거할 것을 명시하고 있으며, 10년 이내에 매설지뢰를 제거하기 어려우면 최고 10년까지 매설지뢰 폐기완료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것은 한국정부가 1997년 12월 오타와 대인지뢰금지조약에 서명하고 국회비준이 조속한 시일 내에 처리되어 1999년 3월 1일부터 국제조약으로 발효된 오타와 대인지뢰금지조약을 준수하게 되었다하더라도, 한국은 2019년까지 매설지뢰를 제거하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오타와 조약 가입 후에도 매설지뢰 제거를 위한 시간적 여유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아직까지 오타와 대인지뢰금지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오타와 대인지뢰금지조약에 가입한 상태에서 2006년까지 지뢰대체무기 개발을 완료하고 2019년까지 모든 매설지뢰를 제거하면 되기 때문이다.

둘째, 지뢰사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거의 이루어지지않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 11월 3일자 김성호 국회의원의 국정감사 보도자료에 의하면, 1990년 이후 현재까지 지뢰로 인한 민간인 피해자의 수가 75명 그리고 군인 피해자의 수는 80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뢰 피해를 당한 민간인 75명 중에 국가배상을 받은 현황은 겨우 11건에 불과하며 액수도 총액 2억 7,500만원으로 1인당 77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발목이 절단된 지뢰 피해자가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약 1,000만원에서 2,000만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배상액은 치료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인 것이다.

한편 한국정부는 캄보디아, 이디오피아, 과테말라, 니카라구아 등의 지뢰제거를 위해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총 73만 달러(약 876,000,000원)를 자발적 유엔신탁기금으로 지원해 왔다. 현재 2001년도엔 15만 달러(약 1억8천 만원)를 지원할 예정에 있다. OECD 회원국으로서 열악한 상황에 있는 국가들을 지원하는 일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녹색연합과 KCBL은 인지대 조차  없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없는 대부분의 국내 영세 지뢰피해자들의 어려움과 치료비에도 못 미치는 배상액을 얻기 위해 지뢰피해자가 감수해야 하는 소송절차의 시간과 비용 등 한국의 지뢰피해자들의 열악한 상황에도 한국 정부가 눈을 돌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만약 이러한 고려없이 다른 나라에만 지뢰기금을 낸다는 것은 한 국가의 정부로써 자국의 국민을 보호해야만하는 올바른 책무를 포기하는 것임을 밝혀둔다.

셋째, 후방지역 개념이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KCBL과 녹색연합의 강력한 문제제기와 국제사회의 압력에 의하여 국방부는 후방지역의 지뢰지대에 대한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지난 2001년 2월 13일 2006년까지 후방지역의 대인지뢰를 모두 제거하겠다고 공식 발표하였다.

그러나 후방지역이라는 개념은 앞 글에서 이야기 했듯 너무 모호하다. 따라서 국방부는 후방지역이 비무장지대를 제외한 모든 지역(민간인통제선 이북지역과 접경지역)을 포함하고 있는지에 대해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만약 후방지역에 민간인통제선 이북지역과 접경지역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합동참모부와 국방부는 이들 지역에 대한 지뢰제거 계획도 하루 빨리 밝혀야 할 것이다. 실제 일반시민의 지뢰사고피해와 군인들의 지뢰 피해가 이들 지역에 집중되어 발생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들 지역의 지뢰제거는 더욱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지뢰 제거가 완료될 때까지 지금처럼 허술한 지뢰관리가 아닌 보다 철저한 지뢰지대 관리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들 지역의 지뢰관리가 매우 허술하다는 사실은 지난 2002년 3월 녹색연합이 접경지역에 위치한 파주 보현산 일대의 지뢰지대를 조사함으로써 확인할 수 있었다.

녹색연합 조사 결과, 보현산 옆으로 나있는 도로를 따라 엉성하게 두세 줄의 철조망만이 쓰러질 듯 설치되어있었고, 빛바랜 지뢰경고판이 그곳이 지뢰지대임을 알려주고 있었을 뿐, 다른 안전대책은 없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더욱 허술한 상황이었다. ‘지뢰지대’를 표시하는 철조망은 넘어져 있거나, 끊겨져 있으며 ‘지뢰경고판’은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실정이었다. 산모퉁이를 끼고 돌면 그나마 있던 엉성한 철조망도 없어지고, 아무런 안전대책도 없어 처음 온 사람은 영문도 모르고 지뢰지대로 들어가 사고를 당할 위험에 100% 노출되어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은 연천 등 다른 접경지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따라서 국방부와 합동참모부는 이들 지역의 지뢰제거계획을 하루빨리 수립함과 동시에 철저한 지뢰관리 대책도 세워야 할 것이다.

넷째, 지뢰제거 완료 지역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2001년 녹색연합과 KCBL 조사결과 36개 지역 중 지뢰제거가 완료된 지역은 서울 우면산, 대구 최정산, 의정부 호명산, 홍성 제기산, 하동 금오산 등 5개 지역이었다. 그러나 이들 지역은 지뢰유실을 방지하기 위한 이중 철망 펜스, 사람의 접근을 방지하기 위한 윤형철조망 및 지뢰 경고판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이는 군이 지뢰제거를 대부분 완료했으나, 아직 찾지 못한 소량의 지뢰가 남아 있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지뢰제거 작업이 완료된 지역이라 할 지라도, 이들 지역에는 지뢰사고의 위험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유엔의 지뢰상설위원회(standing committee)는 지뢰 경고판이나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는 지역을 지뢰지대로 인정하고 있음을 한국정부가 상기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국방부와 합동참모부는 지뢰제거 완료지역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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