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도 생태도 고려하지 않는 비무장지대에 케이블카 설치 논란

2010.07.30 | DMZ

강원도 화천에는 백암산이 있다. 흰바위산으로 불리는 백암산은 국내 최대의 멸종위기야생동물서식지이다. 절멸위기의 사향노루를 비롯해 산양, 담비와 삵, 수달, 하늘다람쥐 등이 살고 있다. 60년간 민간인통제구역으로 관리되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너무 작은 것일 수도 있다.

40년 전, 한 남자가 이곳을 배경으로 한 노래를 만들었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가곡인 ‘비목’이다. 가사 중, 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의 궁노루가 바로 사향노루를 뜻한다. 비목의 배경지인 백암산은 전쟁의 아픔을 담고 있음과 동시에 사향의 나라이기도 하다.
  

▲ 사향노루. 국내에 수십 마리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 천연기념물 216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있다.  ⓒ 문화재청

지뢰 및 산사태위험 1등급 지역에 케이블카 설치
백암산 정상을 중심으로 평화·생태특구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평화·생태특구는 비무장지대 일원에 평화안보파크, 생태관찰학습원 등을 조성하는 개발사업으로 지식경제부가 지정하고 화천군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핵심은 화천읍 풍산리 백암산 정상(1100m)까지 2.12㎞의 케이블카 사업이다. 총 사업예산이 350억 원에 달한다.

이 지역은 산림청이 지정한 산사태 위험 1등급지역이며, 군사작전상 지뢰지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뢰와 산사태 위험 1등급 지역에 사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재해발생가능성에 대한 검토도 없이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정부 차원의 검증과 이후 사후안전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지주설치구간이 산사태, 지뢰지역임을 감안할 때 관련부처들이 사전환경성 검토, 환경영향평가, 산지전용허가 단계에서 재해영향에 대해 검증을 했어야 한다. 사업자는 실시설계단계에서 사전재해영향성검토를 실시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미 재해위험이 확인된 지역의 사후검토는 의미가 없다.

지금도 백암산 일대는 산지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만든 작전도로 때문에 해마다 산사태 피해가 확산되고 있으며, 현재도 산사태 띠가 30곳 이상 형성되어 있다. 군사작전지역으로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고 지뢰지대라서 접근이 불가능해 복구에 어려움이 있는 지역이다.

우선 개발하겠다고 선전포고, 보호구역은 왜 지정했나?  

▲ 백암산 백암산은 진귀한 임상과 희귀식물의 자생지로 2006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이곳에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 녹색연합  

  
  
민간인통제구역으로만 관리되던 백암산일대는 진귀한 임상과 희귀생물의 자생공간으로 2006년 12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과거 군사작전상 관리부처와 협의 없는 인위적 훼손들이 증가하고, 주능선의 전술도로로 인한 산사태가 자주 발생되었던 지역이어서 정부는 복구·복원하기 위한 민북지역 산림복원사업을 추진해 왔다. 현재까지 개발 사업으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 해제된 사례는 법 제정 이후 단 한 차례도 없다.

백암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해제가 전제되어야 한다.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1. 지정목적을 달성하여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존치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하는 때 2. 천재지변 등으로 인한 피해로 지정목적이 상실되었다고 인정하는 때 3. 군사시설과 그 밖의 대통령령이 정하는 공용·공공용 시설의 용지로 사용하거나 공익목적을 위하여 지정해제가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는 때 뿐이다. 평화생태특구의 사업들은 어느 해제조건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환경영향평가는 온통 부실보고, 개발특구일 뿐

▲ 멸종위기야생동물 산양 산양은 200만년동안 모습이 변하지 않고 있는 살아있는 화석이다.
백암산은 진화의 시간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 녹색연합

2008년 환경부는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의 보고, 민통선 지역’이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하였다. 이 자료는 백암산을 비롯한 비무장지대 일원 중동부전선의 자연생태계를 정밀 조사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여기에서 화천 산악지역의 생태적 가치와 희소성이 매우 우수한 점이 확인되었다. 아울러 이 지역의 생물다양성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가치를 확인해야 함도 공표하였다.

▲ 산양 배설물 백암산 케이블카 설치구간에서 발견된 산양배설물. 현장 곳곳에서 그 흔적들이 발견되었다.  
ⓒ 녹색연합

그러나 화천평화생태특구사업과 그 핵심인 케이블카 사업은 이런 환경·생태적 가치를 반영하지 않은 졸속적인 환경영향평가를 바탕으로 추진되었다.

녹색연합은 백암산 케이블카의 환경영향평가를 분석한 결과, 1. 생태계 조사가 네 차례에 걸쳐 총 1주일에 불과, 정확한 생태현황을 파악하지 못한 점 2. 조사지점이 사업부지가 아닌 군 전술로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케이블카 설치가 주변 환경영향에 미치는 영향이 제대로 제시되지 않은 점 3. 법적보호종의 보호계획은 먹이 공급을 통해 유인한 후, 인근의 유사한 서식지로 이동시킨다는 납득하기 힘든 환경영향저감방안 4. 환경부 조사와 해당 군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백암산일대에 사향노루서식이 확인되었음에도 환경영향평가에 누락되어 있는 점 등 제출된 평가내용 대부분이 부실하게 이루어졌음을 확인하였다.

폭설, 안개 지역에 케이블카 운행?
화천군은 케이블카의 하루 최대 이용인원을 1785명으로 산정하고 있다. 이는 케이블카를 365일 운행하였을 때, 90%의 영업변수와 75%의 이용률을 대입한 결과이다. 그러나 이 같은 산정방식은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백암산 일대는 비무장지대의 중·동부전선에 위치한 군사지역으로 연중 4개월 이상 폭설로 출입이 제한되고 있으며, 인근지역의 평화의 댐으로 인한 안개 발생 빈도가 변수 발생량에 대입되지 않았다.

사실상 90%의 영업변수를 달성하기 어렵다. 인근 칠성전망대의 경우에도 1일 평균 방문객이 26명에 불과하다. 민간인 통제구역과 기상 등의 주변여건을 감안한다면 평화생태특구에 케이블카사업이 제대로 추진된다 해도 당초의 수익성을 장담하긴 어려운 실정이며, 심각한 예산낭비와 적자운영이 예상된다. 실제 지난해 문을 연 강원도 DMZ박물관도 연간 이용객이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지만 하루 337명, 연간 7만 명이 방문하는데 그쳤다.

▲ 비무장지대의 동부전선 정부는 DMZ를 보전하겠다고 수년째 홍보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보전대책하나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접경지역에 20조가 넘는 개발계획을 발표 할 예정이다.  ⓒ 녹색연합

  
개발과 이용은 전혀 다른 의미, 원칙이 우선시되어야

수십 개의 관계부처와 지자체들이 비무장지대 이용을 운운하며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개발을 전제로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용이라 함은 현재 그대로를 가지고도 말할 수 있다. 시설물이 들어서고 수백억 원의 예산이 집행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비무장지대는 아직까지 그 보전과 이용에 대한 개념도 잡혀있지 않을 뿐더러,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는 엄격한 사회적기준이 적용되는 곳이다. 우리는 지금 이 시기에 어떤 고민을 가지고 비무장지대에 접근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한다.

백암산 케이블카는 지역의 숙원사업일 수 있다. 그렇지만, 비무장지대가 원하는 사업이 아닐수 도 있다. 케이블카 사업을 원하는 국민들도 있다. 그렇지 않은 국민들도 있다. 많은 이해당사자들은 소통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해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소통의 전제는 지금의 부실한 환경평가와 안전성이 무시된 계획이 철회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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