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국립공원 추진, 가능합니까?

2010.08.10 | DMZ


▲ 비무장지대 남대천 : 비무장지대에서의 자연은 스스로를 끈임없이 변화시키려 한다. 색깔과 흐름과 소리와 크기 등 단순함의 정의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6일, 환경부가 비무장지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비무장지대 내부와 함께 화천·고성 일대의 민간인통제구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입니다. 환경부는 비무장지대의 자연자원을 보호하고 통일 이후의 무분별한 개발 압력에 미리 대처하기 위함이라 밝혔습니다.  

사실 환경부는 90년대 후반부터 여러 차례 신규 국립공원을 추진했으나 실패했었습니다. 실패의 원인은 의욕만 앞서고 실질적인 준비가 부족한 가운데 조급하게 추진했기 때문입니다. 환경부가 연내에 비무장 지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추진하겠다는 입장 역시 지난 실패를 되풀이하는 성급한 태도여서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됩니다.

비무장지대의 국립공원 추진은 장기적 차원에서 검토할 사안입니다. 비무장지대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복합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곳입니다. 평화협정이 체결되어 군사적 대치와 긴장이 완화되어야 현실적인 접근이 가능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수백만 개의 지뢰제거문제와 군사력해체 및 재편에 따른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한 곳이며,자연환경 관리대책을 비롯하여 불발탄과 지뢰 등 위험에 대한 대책에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요구되는 곳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환경부가 5개월 동안에 어떤 계획과 추진력을 보여준다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또 비무장지대는 국제법적으로 유엔 관할 지역이며 국내법의 적용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유엔군사령부에 면담요청을 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전협정 테두리 안에서 남북, 북미관계를 고려하여 논의되어야 하는 고도의 정치적 사안이므로 현 시점에서 논의 대상이 되기는 힘들 것입니다. 전체 비무장지대도 아닌 유엔사 관할의 반쪽면적을 추진한다는 점도 매우 비현실적인 접근이라 생각됩니다.  

환경부 국립공원 지정 추진, 이벤트로 보입니다
비무장지대 일원 즉 민통선 지역의 국립공원 추진은 더욱 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 등 민통선 중동부전선 대부분의 지역은 국가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산림청이 산불, 병해충, 산사태, 산림자원관리 등 비무장지대의 보전과 연결된 민통선의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다시금 국립공원을 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명백한 행정력의 낭비로 보여집니다. 2000년 이후부터 정부 내에서도 보호구역의 중복 지정은 지양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보호구역에 또 하나의 보호구역을 지정하는 것은 실질적인 관리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 평화광장 공사모습 : 국내 최대의 두루미, 재두루미의 서석지는 인간이 사용해야 하는 광장과 주차장 공사로 매립되고 그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 민간인 통제구역의 불법개간 현장 : 비무장지대일원은 생태적가치가 우수하다고 하지만, 불법개간은 그 실상과 관리의 부재를 명확히 보여주는 곳이다.

환경부가 비무장지대의 보전을 위해 해야 할 으뜸의 과제는 민통선의 보전과 관리입니다. 서부전선은 불법개간과 군사보호구역 해제, 인위적 간섭의 증가로 보호대상 면적이 상당히 축소되어 있으며 파주, 연천, 철원 일대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 보호 장치는 없고 방치되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의 두루미, 재두루미 월동지인 철원평야에 수 만평의 광장과 주차장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군남댐 건설로 재두루미 월동지는 수몰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이처럼 국립공원지정보다 환경부가 시급하게 접근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 꼼꼼히 생각해야 할 사례들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보호구역 지정에 있어 핵심인 지역주민과의 갈등이 있다면 해결방법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자연환경 보전의 관점에서 현재 해야 할 일조차 방치하면서 현실성이 결여된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하는 것은 이벤트에 불과해 보입니다.  

비무장지대 및 민통선 지역에 대한 보전과 이용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 환경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추진방식은 다양한 이해당사자간의 조율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입니다. 국민과 정부, 지자체와 주민과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10년, 20년이 지나도 서로의 이해를 위해 소통해야 할 것입니다.  

매번 이벤트로만 이루어지고 있는 비무장지대에 대한 접근법은 항상 발표로만 끝나왔습니다. 공간에 대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환경부는 지금 당장 시급한 서부전선 민통선의 관리에 먼저 나서고, 큰 그림에서 비무장지대에 대한 접근법를 고민하길 바랍니다.

글 : 정인철 (녹색연합 녹색사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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