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E is not MINE (지뢰는 나의 것이 아니다)

2010.09.29 | DMZ

지뢰는 TV, 영화 등의 매체를 통해서만 인식했다. 군 생활 중에도 실제 지뢰를 본적이 없었다. 지뢰피해자 분들의 인터뷰가 잠시 안타까움으로 다가왔지만 그 위험성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녹색연합 활동을 통해, 비무장지대 일원의 지뢰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역삼각형 빨강테두리에 MINE(지뢰)라 적혀진 문구는 전쟁, 살상, 경계 등으로 다가온다.  

전쟁이 잠시 멈춰있다. 군 작전 상 지뢰에 대한 불필요함은 이미 국제사회에 알려져 있다. 유독 한국에서만 지뢰매설 작전에 집착하는 이유는 미국에 있다. 정작 본인들은 소폭이나마 대인지뢰 및 지뢰매설에 관한 정책개선안을 발표하고 있지만, 한반도에서의 지뢰제거는 일체 반대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자국의 군인들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지뢰가 최소한의 안전장치라 판단하고 있다. 그 흐름에 있어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은 소외되어 있다.


▲ 지뢰표지와 철조망은 국민의 생명에 직결되는 최소화된 경계이다. 가장 기본적인 책임에 노력조차 국방부는 하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국내 지뢰매설수가 100만발이라 밝힌다. 다만 이 수치는 60~70년대 매설된 계획지뢰 매설수이다. 미국이 한국군에 이양한 미확인지뢰지대와 전쟁잔재로 매설된 지뢰의 양을 포함하면 대략 200만발 이상이 남한 전체에 산발적 형태로 매설·방치되어 있다. 지뢰금지국제운동(ICBL)은 남한 내 한국, 미군이 매설·보유한 대인지뢰만 320만발이라 밝힌바 있다. 최근 후방지역 지뢰지대에 대한 제거가 이루어졌지만, 제거지역이 100%로 안전한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답을 하지 못한 채 개방되지 않고 있다.


▲ 과거 지뢰지대. 현재는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수목과 토사가 야산처럼 쌓여 있는 지뢰잔재폐기물은 시한폭탄처럼 방치되어 있다.

대한민국 국민, 나의 시선에서는 모든 것이 모순이다. 고민하면 할수록 왜? 왜? 왜? 라는 물음표가 달린다. 불필요한 잔재의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 저감할 수 있는 행동이 없고 방치되는 실상을 전해본다.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고랑포리, 최근 목함지뢰로 인한 민간인이 사망한 사미천 일대이다. 지뢰지대 뒤편으로는 사미천이 합류되어 이룬 임진강이 흐른다. 평소 낚시활동이 빈번한 지역이고 2000년 이후로 지뢰사고가 계속된 곳이다. 과거에는 민간인통제구역이었으나, 최근 해제되면서 출입이 용이해진 곳이다. 그러나 이곳이 지뢰지대인지? 잘못된 발걸음이 치명적인 살상으로 이뤄지는 지역인지? 알 방법이 없다.


▲ 수풀이 우거진 뒤편으로 모두 지뢰지대이다. 인근에 사시는 임00님은 이곳에서 지뢰패해를 당했다. 하지만 이곳은 28년이 지나도 그대로이다.

최근 민간인통제구역 해제와 군 작전 상 출입초소 북상으로 민간인에게 노출된 지뢰 및 미확인지뢰지대는 총 47개소이다. 유형별로는 지뢰지대가 27개소, 미확인지뢰지대가 20개소다. 경계표지가 부실 관리되는 곳은 38개소, 경계시설(가시철조망)이 부실한 곳은 45개소, 지뢰지대 내부에 각종 폐기물이 방치된 곳은 9개소나 되었다. 민통선 이남지역의 지뢰지대는 미확인지뢰지대와 작전용 계획지뢰지대로 구분되는데, 문제는 두 유형 모두 민간인의 접근이나 출입에 별다른 제한이나 장애가 없다는 사실이다.


▲ 권역 전체가 지뢰 및 미확인지뢰, 불발탄 산재지역인 대우산 일대 모습


▲ 펀치볼일대의 미확인지뢰지대. 어떤 경계시설물도 설치되지 않고 방치되고 있다.

강원도 양구 해안면으로 넘어가는 00국도. 돌솔령이다. 과거에는 이 길을 따라 일명 펀치볼로 향했다. 그러나 최근 산 밑으로 터널이 뚫리면서 차량이동이 거의 없이 방치되어 군용 전술도로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대 전경을 전망할 수 있는 곳이어서 여행객들이 잠시 머무르는 곳이기도 하다. 도로를 중심으로 대우산과 도솔산이 나뉘어 있고, 일대 전체가 지뢰 및 미확인 지뢰지대이다. 펀치볼 일대 전체는 전쟁격전지로 미확인지뢰지대와 불발탄 산재지역이 산발적 분포되어 있다. 이곳 역시 삶과 지뢰의 경계는 무심히 방치되고 있다.

연천군 백학면 노곡교회 앞마당 놀이터다. 아이들이 평소 즐겨 찾고 주말예배에는 웃음이 가득한 곳이다. 미소와 미래가 가득한 이곳도 지뢰지대이다. 수십 년 째 방치되고 있었지만, 지역 관할부대가 무관심해 주민들이 흙을 덮어 그 위에 놀이터가 들어섰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매설되어 있는 것이다.


▲ 우리아이들이 지뢰지대 위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것 자체가 토픽감이다. 이슈의 접근을 떠나, 진정한 한걸음이 필요한 시기이다.

대인지뢰금지협약(오타와협약)에 가입한 국가는 4년 이내 대인지뢰를 완전제거하고, 10년 이내에 매설된 전체지뢰를 제거해야 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대한민국은 가입하지 않고 있다. 국민들의 백번양보로 기다려 볼 수 있다. 그 기다림에 있어 국민의 안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다림의 시간도, 수없는 단축의 노력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매달 1,500~2,000여명의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중 21%가 어린이이며, 우리나라도 지난 8년간 6명이 사망하고 35명이 부상당했다. 한반도의 군비증강과 대립, 갈등으로 양산된 지뢰문제는 더 이상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른 정치적 사안이 아니다. 전후 복구 및 사회·경제적 발전에 심각한 장애물인 대인지뢰 사용, 보관, 제조 금지를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주권과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는 국가적 책임이 행동으로 옮겨져 할 시기이다. 가장 기본적인 접근부터 시작하자.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자. 그 후에 일들은 행동하자. 지뢰행동. 이제 시작이다.

글 : 정인철 (녹색연합 녹색사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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