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난개발에 마음을 둔, 문광부의 생태평화벨트 조성사업

2013.11.14 | DMZ

돈 가는 데 마음 간다고 했다. 국가 재정을 논의 하는 요즘, 참 와 닿는 말이다.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예산이 책정됐다면 그것은 관련 일을 실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의 2014년 예산안을 보며 문광부의 정책의지를 읽는다. 문광부는 내년에 DMZ생태평화 벨트 조성사업으로 85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6개의 지자체가 추진하는 전망타워 건설, 에코전시지구, 역사문화 전시관 등의 시설설치 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비무장지대 일원에서 각 지자체와 중앙부처가 시설 중심의 개발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우려에 정점을 찍는 것은 문광부의 ‘한반도 생태평화 벨트 조성사업’의 하나로 추진되는 백암산 케이블카 건설 사업이다.

‘백암산 남북물길 조망사업’이라 이름 붙은 백암산 케이블카 건설 사업은 강원도 화천군이 백암산과 파로호 일대 7만286㎡를 ‘평화생태 특구’로 지정한 2006년부터 시작됐다. 사업이 계획될 당시부터 DMZ 일원의 난개발 문제가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그럼에도 2009년부터 문광부는 접경지역 지자체가 추진하는 44개 사업을 ‘한반도 생태평화벨트 조성사업’으로 선정해 지자체에 예산을 교부하고 있다.

DMZ 일원의 생태적 가치는 이미 많은 국민이 안다. 그 중 백암산 일대를 특히 많은 가치가 있다. 남한에 50~60 마리밖에 서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멸종위기1급 야생동물이자 천연기념물 216호인 사향노루가 백암산 일대에서 살기 때문이다. 다른 동물에 비해 예민하고 행동반경이 짧은 사향노루 서식지에 케이블카가 들어서면 어떻게 될까? 또한 백암산 일대는 ‘미확인지뢰지대’며, 산림청이 지정한 산사태 위험 1등급 지역이다. 관광 편익 보장이 어렵고, 남북관계 등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탓에 사업의 안정적 운영도 장담하기 어렵다.

무인카메라 사향노루 (4)

백암산 케이블카 건설 예정지에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사향노루의 등이 촬영됐다. 등에 선명하게 찍힌 반점으로 사향노루임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녹색연합

 

백암산 케이블카 사업은 지난 2011년 국립환경과학원이 환경영향평가에서 누락된 사향노루를 무인카메라로 촬영하면서 착공이 중단됐다. 올해 6월에도 녹색연합이 케이블카 지주 예정지에서 사향노루를 촬영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케이블카를 둘러싼 생태적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천군 국립환경과학원, 환경단체가 참여하는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광부가 백암산 케이블카 건설 사업에 20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DMZ 일원 난개발을 정부가 나서 부채질 하는 꼴이다.

백암산 남북물길 조망사업 20억 원, 한반도 생태평화벨트 조성사업 85억 원은 문화체육관광부 2014년 총예산 4조3384억 원에 비하자면 적은 규모다. 하지만 DMZ를 바라보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어디를 향해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금액이다.

문광부와 지자체의 DMZ 일원에 대한 개발 의지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곳이 국회다. 백암산은 사향노루 서식지이자, 한반도 생태축인 백두대간과 DMZ가 만나는 중요한 곳이다. 당연히 국회는 백암산 케이블카 건설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

 

글: 녹색연합 정책팀 배보람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함께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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