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활동이야기] DMZ 일원 서해 서북단, 서해5도를 바라보다.

2015.08.12 | DMZ

▲대연평도에서 바라본 소연평도이다. 배로는 서로 10분 거리이다.

▲대연평도에서 바라본 소연평도이다. 배로는 서로 10분 거리이다.

 

 

“섬에는 몇 가구나 사세요?”

“한 30가구 있어. 꽃게철 말고는 다 나 같은 노인네들뿐이야.”

“섬에서는 보통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세요?”

“여태 밭농사 지으면서 살았어. 여기 섬에는 평평한 곳이 없어서 다들 저 산비탈에서 밭농사를 지어. 이제는 힘들어서 못 지어. 왔다 갔다 할 힘이 어디 있어.”

“섬에 칡넝쿨이 많던데 원래부터 칡이 이렇게 많았나요? 칡을 캐서 내다파시기도 하시죠?”

“아니, 다 예전에는 밭농사 짓던 자리인데,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서 다 저렇게 놀리고 있는 거야. 그새 칡이 저렇게 다 덮어 버린 거야.”

소연평도 마을조사 중에 만난 섬토박이 김영녀 할머니와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할머니는 80년 여년 동안 섬을 한번도 떠난 적이 없습니다. 백령도 출신의 할아버지와 평생을 함께 했고, 소연평도에서 나고 자란 자식들은 모두 인천에 정착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소연평도의 산비탈에는 온통 칡넝쿨로 덮혀있다. 예전에는 밭농사를 짓던 곳이지만, 이제는 농사를 지을 젋은이가 없다.

▲소연평도의 산비탈에는 온통 칡넝쿨로 덮혀있다. 예전에는 밭농사를 짓던 곳이지만, 이제는 농사를 지을 젊은이가 더이상 없다.

 

▲NLL에 가장 인접한 섬인 서해5도(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대연평도, 소연평도)입니다. 정전협정 체결당시에 경계선 설정의 기준점이 된 곳이기도 합니다.

▲NLL에 가장 인접한 섬인 서해5도(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대연평도, 소연평도)이다. 정전협정 체결당시에 경계선 설정의 기준점이 된 곳이기도 하다.

 

지난 몇 일간(8/5~7) 소연평도와 대연평도에 조사를 다녀왔습니다. 소연평도와 대연평도의 계절별 식물조사와 마을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은 DMZ 보전활동을 시작한 후부터 지속적으로 접경지역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NLL(Northern Limit Line: 북방한계선)에 인접한 섬 지역의 모니터링을 시작했습니다. 서해 5도라고 불리는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소연평도, 대연평도 지역이 바로 그곳이고, 계절별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지난봄, 2번의 조사를 마치고 최근에 여름조사로 다시 한번 연평도 일대를 다녀왔습니다.

* NLL(Northern Limit Line: 북방한계선)은 지난 53년 유엔군 사령부가 정전협정 체결 직후 서해 5도인 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를 따라 그은 해안 경계선이다.

 

▲소연평도의 정상부 모습. 오르면 소연평의 모든 해안을 조망할 수 있다. 건너편에 보이는 곳이 갈매기섬이다.

▲소연평도의 정상부 모습. 오르면 소연평의 모든 해안을 조망할 수 있다. 건너편에 보이는 곳이 갈매기 산란지인 갈매기섬이다.

 

▲갈매기섬의 염주나무 군락이다. 갈매기 똥자리위에 수 많은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다.

▲갈매기섬의 염주나무 군락이다. 갈매기 똥자리가 토양화된 곳에 수 많은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다.

 

서해 5도 지역은 계속되는 남·북간의 대치와 갈등 속에서 최근까지 연평해전, 연평포격사건 등의 아픔을 겪은 곳입니다. 그리고 섬 곳곳에 매설된 지뢰들로 인한 피해가 지속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정전협정 체결된 지 60여년 이상 지났지만 서해5도 주민들에게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전쟁으로 인한 아픔과 상흔은 아이러니하게도 천혜의 자연환경을 만들어 냈고, 질기게 이어져온 주민들의 삶 또한 접경지역 섬 특유의 생활상을 만들어냈습니다.

 

▲소연평도의 유일한 대피소이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넓게 트인 실내공간이어서 종종 마을잔치가 열리기도 한다.

▲소연평도의 유일한 대피소이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넓게 트인 실내공간이어서 종종 마을잔치가 열리기도 한다. 소연평도의 대피소이자, 마을회관의 기능을 하는 곳이다.

▲대연평도의 구리동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의 해변과 해병대의 해안방어옹벽, 해안방어장애물 등이 공존하는 곳이다.

▲대연평도의 구리동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의 해변과 해병대의 해안방어옹벽, 해안방어장애물 등이 공존하는 곳이다.

 

이러한 서해5도 지역의 생태·문화적인 가치는 마땅히 많은 시민들에게 알려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존가치가 충분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체계적인 관리와 보존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여느 육상 DMZ일원과 마찬가지로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군당국의 관심과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은 지역에서 발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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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도의 대청부채 자생지이다. 대청부채는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2급 식물이다. 육안으로 200여개체 이상을 확인했지만 많은 개체수들이 뜯겨진 상태로 발견되었다. 섬에서 방목하다 이탈된 흑염소들이 뜯어먹은 흔적들이다. 보호종 지정이 무색하리만큼 관리가 전혀 되고 있지 않다.

 

DMZ 일원과 NLL에 접해있는 섬들은 오늘날까지도 냉전시대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주는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이자 보존해야할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혹자는 이곳이 이미 군사작전과 난개발등으로 인해서 훼손이 될 대로 되어서 보존가치를 논하기 힘들다고 이야기합니다. 생태적 가치는 뒤로한 채 안보관광지로서만 부각되는 모습들 또한 서해 5도 지역 곳곳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냉전이 빚어낸 역사의 현장은 단순히 이를 기리고 기념하기 위한 요식행위들로만 채워졌을 때 그 가치를 발할 수 없는 반쪽짜리 유산일 뿐입니다. 남·북간 평화를 지향한다는 DMZ일원의 개발사업들은 수많은 안보관광지들을 부수적으로 만들어 냈지만 과연 이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평화를 지향하는지 의심을 지우기 힘듭니다. 반쪽짜리 평화로 전쟁의 상처를 보듬기에는 역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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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포격사건 당시의 포격지이다. 5년여가 지났지만 포격잔해의 흔적이 선명하다. 곳곳에 조림한 흔적이 보이지만 원상복구까지는 수십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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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연평도의 마을의 포격지이다. 현재 그 위에 연평도 안보교육관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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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도의 옥죽동 모래사구에 옆의 지뢰지대이다. 이곳은 국내의 유일한 사막지대로 인정되는 곳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하지만 모래로 이루어진 토양에 매설된 지뢰지대는 언제 어떻게 유실되어 관광객들을 위협할지 모른다. 실제로 사막의 형태는 매년마다 바람에 의해 바뀐다.

 

분단의 역사와 함께 이어져온 DMZ일원의 생명들과 이들이 역동하는 자연환경이 온전히 유지되어야 비로소 이곳들을 진정한 문화유산으로서 후세에 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쟁의 상처를 묵묵히 보듬어 왔던 것은 온전히 자연과 이 안의 생명들이었습니다. 또한, 무심하게 이곳에 자리해왔던 자연의 생명력은 이 지역 주민들의 삶과 함께 60여년 이상 공존해 왔습니다. 비록 불안한 접경지역에서의 삶은 퍽퍽함의 연속이었지만 이들의 고유한 삶 또한 마땅히 전해져야할 역사의 유산임은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당연히 서해5도 접경지역의 분단유산적 가치들도 많은 분들이 접하고 공감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 남은 조사활동을 통해 많은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바뀌어야 할 것들은 마땅히 꼬집어내겠습니다. 종종 소식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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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평도의 유일한 마을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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