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와 지뢰지대의 평화를 향해

2020.09.03 | DMZ

비무장지대 전경

정전협정과 함께 비무장지대에 찾아든 평화

참혹한 3여 년의 전쟁의 시간이 지나고 정전협정이라는 평화의 소식이 한반도에 찾아왔다. 정전협정과 함께 남북의 군사분계선 사이로 비무장지대가 설정되었다. 정전협정은 남북한의 주민들의 수많은 희생을 중단시켰다는 점 뿐만 아니라, 동식물 등의 생물에게도 평화의 소식이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이곳에서 산림과 평원림, 하천, 습지 등이 조화를 이루고 건강한 생태계가 형성되었다. 한반도의 3대 생태 축이기도 한 비무장지대에는 야생생물 5,929종과 한국 멸종위기종의 37.8%가 살고 있다.

하지만 정전협정의 이행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남과 북은 협정을 위반하여 비무장지대 안에 경계초소를 설치하였고, 비무장지대 면적의 40% 이상이 훼손되고 말았다. 남과 북은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며 긴장 상태 속에서 살아가야 했으며, 동식물은 인간에게 자신들의 땅을 침범당했다. 한반도의 전쟁이 중단된 지 67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전쟁은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다. 2018년 판문점 선언에서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비무장지대 어떻게 해야 할까?

한반도의 평화는 평화협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평화를 위한다는 이름 아래 비무장지대에서 난개발이 자행되고 있다. 개성공단 사업, 철도 사업, 고속도로 사업, 유해발굴 사업 등 대부분 사업이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 없이 진행됐다. 복원, 복구 대책도 없었으며, 하천을 오염시키고, 과도하게 주변 환경을 훼손하며 길을 내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남북교류의 상징성만 부각한 채 계획되고 있는 도로 사업이나, 계속해서 법안이 발의되고 있는 경제특구법 등은 비무장지대를 토막 내 생태계를 파편화시키고, 대규모 공단 건설로 인한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생태계를 짓밟고 훼손한 채로 인간이 홀로 살아갈 수는 없다. 이전 세대, 그리고 다음 세대가 사용하는 자연을 한 세대가 적절한 이용원칙 없이 마음대로 훼손하고 이용하는 일은 매우 이기적인 일이다. 생태적 보존가치가 뛰어난 비무장지대를 훼손하고 미래 세대에게 복원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전쟁의 상흔이라는 인류 공동 유산의 가치, 그리고 자연의 보고라는 세계유산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비무장지대. 이곳이 평화를 위해 설정된 지역인 만큼, 미래세대에게도 평화의 의미가 되어야 할 것이다.

끝나지 않은 전쟁, 지뢰

비무장지대 안의 또 다른 문제는 지뢰다. 한반도는 세계에서 지뢰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히며, 그 중심지역은 비무장지대다. 그러나 지뢰는 비무장지대와 접경지역 부근에서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3년이라는 한국전쟁의 시간 동안 국군과 인민군, 미군, 중국군은 한반도 곳곳에 지뢰를 매설하였다. 정전협정이 맺어진 이후에 쿠바사태, 베트남전 등의 안보 공백이 생기자, 북한의 공습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정부는 계속해서 지뢰를 매설했다. 서울, 부산, 대구, 인천, 울산 등 광역시를 포함하여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등 후방지역에서도 지뢰는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만 약 127만 발, 한반도에는 약 200만 발의 지뢰가 매설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었지만, 지뢰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매년 지뢰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지뢰 사고는 나들이 중 가장 많이 일어났으며, 땔감 채취, 고물수집, 농사 등 일상생활 중에 일어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해자의 절반가량이 10대 이하의 아동 및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처럼 지뢰는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살상하는 비인도적 무기다. 이에 세계 80% 이상의 국가가 지뢰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오타와협약에 가입하였으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지뢰를 사용하고 있는 국가로 남아있다.현재 지뢰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부처인 국방부는 지뢰지대 관리와 지뢰 제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략적 필요가 없어진 후방지역 지뢰를 2006년까지 제거하겠다고 약속했으나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거하지 못했다. 또한 지뢰지대는 매우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다. 지뢰가 매설된 구역에 설치한 경고문은 훼손되어 그 내용을 알 수 없거나, 경계펜스는 일정한 규격 없이 마구잡이로 설치되어 있다. 경계펜스 중 두 줄의 철사 또는 윤형철조망으로 지뢰지대임을 알리는 펜스는 풀숲에 가려지거나, 끊어져 사람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의 관리가 허술하여 지뢰지대의 펜스는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뢰지대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2차 피해로 이어진다. 방치된 지뢰는 유실되어 지뢰지대 밑으로 굴러가거나, 강으로 떠내려가 사고로 이어지며, 시간이 흐를수록 지뢰 유실에 따른 지뢰지대의 면적 증가로 이어진다. 또 산사태 중에 연쇄 폭발로 인해 산사태의 규모를 키우며, 산불 진화 시에 사고 또는 소방관의 접근을 막는 등의 사고를 초래하고 있다. 지뢰 피해자에게 적절한 보상이란 사고가 나기 전으로 시간을 돌려놓는 것이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UN에서는 육체적 그리고 정신적, 감정적, 사회적, 가족적, 경제적 피해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해 보상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지뢰 문제는 안보 재해라는 개념에서 보상이 맞지만, 국내에서는 보상 대신 지원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육체적 영역에 대한 보상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마저도 터무니없는 금액으로 보상될 뿐이다.

지뢰 문제 어떻게 해야 할까?

지뢰 문제를 국방부에게만 맡긴다면 4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 장비의 노후화와 지뢰 제거 의지 결여 등으로 볼 때, 지뢰 문제는 전문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UN에서 관리하는 국제지뢰행동표준(IMAS, International Mine Action Standards)에서는 지뢰 문제를 군 단독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닌, 국제기구, 국제 NGO, 자국 내 민간 단위와 협력하여 해결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대만은 민간 전문가와의 협력을 통해 진먼도의 지뢰를 7년 만에 모두 제거했다. 지뢰 제거 모범국인 캄보디아는 1992년부터 지뢰를 제거하여 100만 발이 넘는 지뢰를 제거하였으며, 1,920km²(국내 지뢰지대 면적의 15배)의 지뢰, 불발탄 지대를 해제했다.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 지뢰 오염국은 지뢰 제거 책임 부서를 국방부가 아닌, 국무총리 또는 대통령 소속으로 두어 여러 부처와 협력하여 지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비무장지대 일원의 난개발을 막을 수 있는 환경 기준, 그리고 지뢰 문제를 해결을 위한 전담부처 설치 등의 적절한 법과 제도의 마련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의 열매를 맺기를 기대한다.

*이 글은 녹색희망 272호에 실린 글입니다.

글 이지수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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