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철원군 이길리, 어디서 언제 지뢰 터질지 몰라

2020.10.16 | DMZ

지뢰제거는 국가안보 아닌 국민 안전의 문제, 이제 행안부가 나서야

  • 국방부에 맡기면 500년 지나도 완벽한 지뢰제거 장담하기 어려워
  • 국제사회 지침 따른 라오스, 캄보디아 등은 빠른 지뢰 제거 진행

마을 전체가 지뢰 사고 위험에 처해 있다. 강원도 철원군 이길리는 지뢰의 공포속에 살고 있다. 지난 여름 호우로 민북지역과 접경지역에 지뢰가 유실되었다. 녹색연합은 이길리 마을 주민들의 요청으로 지뢰 제거 현황을 긴급 모니터링 했다. 그 결과 마을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지뢰가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었다. 유실된 지뢰는 폭발 위험성이 크다. 그러나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추수를 강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길리 마을은 1979년도에 대북 선전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대가 낮아 침수 위험을 알면서도 현재의 자리에 조성되어 폭우 때마다 큰 수해를 입고 있다.

국방부는 마을에서 지뢰 사고가 의심되는 지역에 테이프로 출입통제선을 만들어 놓고 지뢰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림1. 철원군 이길리 마을의 지뢰 제거 현장(2020.10.07)

사진1. 논, 수로 등에 주민의 접근을 막기 위해 군이 설치한 출입통제선

사진2. 침수 당시의 상황과 지뢰 제거 작업에 대해 설명하는 이길리 이장님

사진3. 지뢰가 발견된 지점에 꽂혀있는 푯말

사진4. 지뢰 발견 일시, 지뢰의 종류, 발견자 등의 정보가 기입된 푯말

사진5. 8월 6일 철원군 이길리 마을 침수 이후 한 집의 대문에 끼어 발견된 지뢰 M14

정확한 지뢰 매설량 국방부도 몰라

이번 집중호우 이후 국방부가 8월부터 9월까지 수거한 지뢰는 모두 259발이다. 그러나, 얼만큼의 면적을 조사하여 어떻게 지뢰를 제거하였는지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군은 지뢰제거가 국가 안보의 문제라며 관련 내용을 대부분 비공개로 한다. 그러나, 군사적 목적이 없어진 지뢰지대로 인해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은 국가안보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안전의 문제다. 국가안보는 지뢰의 완전제거에 대한 자신이 없는 국방부의 핑계일 뿐이다.

지뢰는 한국전쟁 이후부터 안보공백을 메운다는 이유로 대부분 60년대 초반에 매설되었으며 80년대 후반까지 계속됐다. 2020년 9월 박성준 의원이 합동참모본부로 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지뢰 매설량은 82만 8천 발이다. 

지뢰매설 현황(추정)

** 우리나라 지뢰매설 현황(추정), 합동참모본부 2020, 9 (박성준 의원실)

그러나, 이 또한 모두가 추정일 뿐이다. 실제 국방부도 비무장지대를 포함하여 미확인 지뢰지대 등에 지뢰 가 얼마나, 어디에 매설돼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확한 지뢰 매설 지도가 없는 상황에서 지뢰를 제거하는 것은 더욱 염려스러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녹색연합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국방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DMZ, 민북지역, 접경지역의 지뢰 제거 현황은 다음과 같다.

**DMZ, 민북지역, 접경지역 지뢰 제거 현황 녹색연합 정보공개청구(국방부, 20.10.07)

지난 5년간 DMZ, 민북지역, 접경지역에서 제거한 지뢰는 3,000여발에 밖에 되지 않는다. 방치된 지뢰지대로 인한 인한 민간인의 피해는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2015년에서 2020년 4월까지 지방자치단체별 지뢰피해자 신청인원은 662명이다. 집계되지 않은 피해자를 포함하면 지뢰 피해자는 1,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별 지뢰피해자 신청인원 중에 접경지역에 해당하는 경기 강원도 신청인원이 약 81.9%, 이중에서 철원군의 신청인원이 115명으로 약 17.4%에 달한다.

**지방자치단체별 지뢰피해자 신청인원 녹색연합 정보공개청구(국방부, 20.04.20)

그런데,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국방부 예산은 370조, 그 중 지뢰제거를 위해 쓰이는 비용은 고작 0.01% 도 되지 않는다. 

** 지난 10년간 연도별 군 지뢰제거 예산 (출처 : 합동참모본부, 2019.09)

문제는 국방부의 지뢰제거 작업이 얼마나 걸릴지, 얼마나 제거할 수 있을 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언론의 관심이 사라지면 지뢰제거는 다시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시민사회는 수십 년동안 지뢰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으나 과거와 달라진 상황은 전혀 없다. 녹색연합이 2001년에 1차, 2019년에 2차 지뢰 매설 현황을 동일한 방법으로 전수조사였으나 지뢰지대가 해제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2001년, 국방부는 2006년까지 후방지역 지뢰를 모두 제거하겠다고 밝혔으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또한, 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국방부에만 맡겨두고 방치했다. 

국방부는 지뢰 제거 문제를 단독으로 담당하며 국방부의 관리권역이 아닌 곳은 지뢰 제거에 대한 책임을 지자체에 전가하고 있다. 지뢰 매설자가 국방인데도 지자체는 주민의 안전을 위해 군에게 지뢰제거 비용을 지불하면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지뢰를 제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에 지뢰제거에 관한 뚜렷한 법이 없기 때문이다. 「총포ㆍ도검ㆍ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의한 법률」에 의해 민간인은 경찰의 지시없이 지뢰를 제거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자면 실제 국방부조차도 지뢰를 제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우리나라 지뢰 관련 법인 「지뢰 등 특정 재래식무기 사용 및 이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은 지뢰 제거에 관한 내용이 없고, 이전과 규제에 관한 내용만 명시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지뢰지대 관리를 위한 경고문 및 경계펜스의 일정한 규격도 없어 현재 지뢰지대는 중구난방으로 관리되고 있어 국방부가 설치하고 싶은대로 해도 어느 누구의 규제도 받지 않는다. 

경계펜스는 지뢰 위험이 있는 곳에서 안전지대를 구분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치다. 그러나, 그 마저도 국방부 마음대로 어느 곳에는 푯말만, 어느 곳에는 얇은 철사 하나로 그야말로 국민의 안전이 국방부 하고 싶은대로 마음에 달려있는 것이다.  

사진7. 규격없이 중구난방으로 설치된 경계펜스
마을이 잠기지 않더라도 폭우가 온다면 지뢰 유실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처럼 지뢰 문제를 국방부에게만 맡긴다면, 지뢰를 제거하는데는 4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그 기간동안 사망, 부상 등의 인명 피해, 재산 손실이나 산사태, 화재진압 지연 같은 2차 피해 등 수많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언론의 관심이 있을 때만 잠시 지뢰를 제거하는 시늉을 하는 것은 지뢰제거의 올바른 접근이 아니다. 

UN의 IMAS가 답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UN은 지뢰 문제를 지뢰를 제거하는 것만으로 보지 않고,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고 국제사회가 협력하여 지뢰를 제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지뢰오염국인 캄보디아, 라오스 등은 UN이 권고하는 IMAS 기준에 따라 빠르게 지뢰를 제거해 나가고 있다. 캄보디아의 경우 28년 동안 약 100만발의 지뢰를 제거하고 1,920km²의 지뢰ㆍ불발탄 지대를 해제했다. 이들 모두 국무총리 산하에 지뢰전담기구를 두어 지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IMAS의 기준에 따라 지뢰를 제거할 경우 비용 문제도 해결된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지뢰제거를 위해 많은 기금을 조성해 두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로 인해 예측 불가능한 기상상황은 계속될 것이다. 접경지역을 비롯한 후방지역의 지뢰매설지역 인근은 그 위험이 더욱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지뢰 제거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따르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국가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지뢰가 한 발이라도 남아 있으면, 그 곳은 지뢰지대다. 국민의 생명이 국가 안보의 문제로 무시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우리나라도 지뢰문제를 국민안전의 문제로 인식하고 지뢰제거에 행안부가 나서야 한다. 

지뢰가 한 발이라도 남아 있으면, 그곳은 지뢰지대이다.

2020년 10월 16일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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