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를 향한 시선 하나

2010.11.10 | DMZ

생명과 평화. 전쟁의 산물로 비유되는 비무장지대에 대한 인식은 다양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안보에 대한 접근보다는 생물다양성과 지속적인이용방안에 대한 논의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논의테이블의 많고 적음을 떠나, 공간접근에 대한 깊이 있는 행동은 더딘 상태입니다. 마음은 가는데 몸이 가질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평소 접하기 힘든 경관과 생태적 가치에 대한 시선을 잠시 뒤로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비무장지대를 향한 발걸음은 항상 긴장의 연속이니까요. 그 시작은 지뢰입니다. 비무장지대와 주변지역에는 약 200만발이 넘는 지뢰가 묻혀있습니다. 흔히 이 수많은 지뢰를 전쟁 중 매설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6~70년대, 남북한 대치로 인한 매설발수가 훨씬 더 높습니다. 비무장지대 주변은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언제, 어디에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전방에서 군인들은 군 전술로 라는 특정 길을 통해서만 이동을 합니다. 그래서 민간인통제구역으로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민간인통제구역은 비무장지대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 기능은 생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같습니다. 그 공간에 매설된 지뢰가 200만발이기 때문에 우리는 1/200만의 위험을 담보하고 접근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음, 좀 과장 됐나요? 하지만 지뢰는 살상무기입니다. 인간의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무기입니다. 이 공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생명은 절대 비교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접경지역의 지뢰관리 실태조사를 다녀왔습니다. 접경지역은 비무장지대와 민간인통제구역과는 별개의 공간으로 민간인통제구역에 접해있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이곳은 누구나 발걸음을 거닐 수 있는 곳입니다. 지뢰피해영향권지역입니다. 실제 지뢰가 매설된 지역이 47곳이나 되고, 홍수나 산사태로 인해 발생하는 지뢰의 유실로 인해 100g도 안 되는 지뢰들이 엉뚱한 지점에서 폭발사고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저희도 이번 조사에서 아무런 경고조치 없는 야산에서 지뢰를 발견했습니다. 이곳은 주민 분들이 약초도 캐고 나물도 캐는 동네 야산이었습니다. 군이 작전 때문에 매설한 지뢰가 아닌 전쟁잔류폭발물로, 일반 국민들에게 노출된 지뢰입니다. 그 수는 셀 수 없지만, 접경지역은 이런 위험성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국방부는 지뢰지대에 대한 경고표지를 설치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라 합니다. 위험지역에서는 국민들 스스로가 인식하고 절제된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합니다. 음, 국가의 이런 태도에 대해서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앞서 많은 이해당사자들이 비무장지대에 대한 접근에 대해 많은 계획이 있으면서도 행동이 없다고 말씀 드렸지요? 그들은 비무장지대 일원에 수천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자전거 길과 공원을 만들고, 수십 개의 관광시설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부터도 결국은 이곳이 지뢰지대이고, 위험영향권이라는 사실 때문에 발을 디디기 힘든 것이지요.

한쪽을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해결방안이 있으면 이것저것 만들면 되지 않나?’ 라고 물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지뢰를 전제해서 말씀드린 이유는 그 공간에 대한 이해 없이 우선적인 계획들만 난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뢰뿐만 아니고, 산사태 등의 재해위험은 더욱 높은 상황입니다. 비무장지대와 그 주변 지역에 대한 가치는 10%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비무장지대라는 공간에 접근하기 위해 어떤 준비와 자세가 필요할까요? 예측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 인지 우리는 아직 모릅니다. 알기위한 시간은 충분하고 급하지 않습니다. 한반도의 생태보고로서의 가치는 예측되지 않고 미래세대에 전할 수 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보다는 앞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준비하는 것이 바로 우리세대의 역할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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