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밀림은 얼마인가요?” 14차 기후변화당사국회 ①

2008.12.07 | 기후위기대응

“아마존 밀림은 얼마인가요?”
14차 기후변화당사국회 ①

1990년대부터 지구온난화는 국제적인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많은 화석연료의 사용이 지구온난화를 일으켰고, 이러한 지구온난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제기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국제사회에선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자는 논의가 진행되었고 그 결과물로 1997년, 교토의정서가 도출되었습니다. 교토의정서는 선진국과 비선진국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미국, 호주를 제외한 유럽, 일본 등의 선진국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1990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2% 줄이도록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외 국가들에게는 의무적으로 줄여야하는 양을 규정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2009년까지 2012년 이후 선진국들의 추가 감축분과 1차에 포함되지 않았던 국가들에 대한 의무감축을 논의하기로 하였습니다. 12월 1일부터 폴란드 포즈난에서 열리고 있는 14차 기후변화당사국회의는 이를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이번 14차 기후변화회의에서 주요하게 논의되고 있는 의제 중 하나는 REDD 입니다. REDD는 탄소흡수원으로서 숲의 가치를 인정하고,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들이 숲을 보전하는 대신 선진국들이 그 가치에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자는 것입니다. 12월 6일 저녁, REDD에 대한 상반된 입장을 갖춘 두 개의 부대행사가 연달아 열렸습니다. 하나는 브라질 원주민들의 입장에서 REDD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보완을 요구하는 자리였고, 다른 하나는 뉴질랜드 정부가 주최한 행사로서 2012년 이후 탄소시장에 미치는 REDD의 역할과 영향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아마존 밀림과 원주민 보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IPAM(Institute de Pesquisa Ambiental da Amazon)에서 연 행사에서는 현재 REDD 시스템이 아마존 안에서 살고 있는 원주민들의 재산권과 생존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숲을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숲에 의존하여 살고 있는 토착민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IPAM은 열대우림 보호를 위한 REDD 시스템 취지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숲에 거주하고 있는 원주민들의 사회경제적인 역할, 그들의 영토에 대한 권리에 대해서는 충분히 존중해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뉴질랜드 정부는 REDD 제도의 확대 시행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탄소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부문을 부각시켰습니다. 교토의정서는 선진국간에 탄소배출권의 거래를 가능토록 하였습니다. 의무감축을 보다 쉽게 만들기 위한 하나의 장치입니다. 뉴질랜드 정부는 REDD 제도가 활성화되면 탄소 배출권 거래시장에 공급을 증가시켜 탄소 가격이 떨어지고, 그에 따라 의무감축국인 선진국들의 경제적인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중·남미 아메리카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에게는 REDD가 경제적인 이득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REDD에 대해서는 아직 뜨겁게 논쟁이 진행 중입니다. 기본적으로 숲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정확히 산출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가 있습니다. 숲의 생물다양성이나 문화적 가치와 같은 요소들은 어떻게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그보다 크고 어려운 문제입니다. IPAM의 주장처럼 숲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존권과 재산권 역시 커다란 논쟁거리입니다.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의 미국 기후담당 활동가 ‘Kate Honer’는 REDD가 숲의 생물다양성과 숲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국가들의 숲에 대한 권리를 박탈하는 시스템이라고 비판합니다. 같은 단체의 에너지 기후 담당자 Joseph Zacune은 육류생산과 목제품 생산을 위한 벌목을 방지하고 숲 자원 보호를 위한 민ㆍ관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지구온난화에 대응하는 더 올바른 방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숲을 어떻게 규정하는가또한 커다란 문제입니다. 식물연료에 대한 수요증가에 따라 조성된 대규모 팜 플랜테이션을 숲으로 볼 수 있을까요? 플랜테이션은 원시림에 비해 탄소저장량이 2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식량농업기구(FAO)는 플랜테이션 역시 숲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정부가 주장하는 ‘REDD의 경제적인 효과’ 또한 문제가 많습니다. 일단 탄소 가격 인하가 감축 의지 약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REDD의 긍정적인 효과를 주로 부각시킨 뉴질랜드 정부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습니다. 의지의 약화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신기술의 개발 필요성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REDD가 지나치게 금융적인 부문, 수치와 계량화에만 초점을 맞춰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커다란 문제입니다. 금융, 경제부문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식물연료의 사용 등 산림 벌채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문제의식이 가려지기 때문입니다.  
한국 역시 산림 벌채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 책임에 있어 자유롭지 않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최대 규모로 벌목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이 바로 한국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합판을 생산하는 이 기업은 인도네시아 전체 합판 생산의 1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낮에는 포즈난 시내에서 ‘국제공동행동의 날’ 랠리가 있었습니다. 기후변화회의에 맞춰 세계 각국에서 모인 NGO, 시민들이 모여 세계 정부에게 보다 적극적인 지구온난화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집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만큼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단체들이 나름의 개성을 보여주는 축제와 같은 행사였습니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킨 주범국가와 실제 피해를 입는 국가들이 다른 것에 초점을 맞춰 선진국들의 역할을 요구하는 ‘CLIMATE JUSTICE(기후정의) NOW’를 주된 구호로 ‘하나의 기후, 하나의 미래(One climate, One future)’, ‘지구를 갖고 장난치지 마라(Quit play game with the earth)’ 등이 적힌 팻말이 주로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호주 등에서 온 젊은이들은 대열 중간에서 북, 탬버린 등을 두들기며 집회의 흥을 북돋았으며 이에 사람들은 막춤으로 응답했습니다. 포즈난 중심가의 자유의 광장(Freedom Square)에서 시작된 랠리는 2시간 정도 포즈난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국제회의가 열리는 회의장 앞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폴란드는 한겨울엔 늘 영하에서 머물 정도로 춥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 모두 두꺼운 옷과 털모자로 무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회의장 안에서 사람들은 얇은 옷 하나만 걸치고 다닙니다. 회의장 안이 상당히 따뜻하기 때문입니다. 외부에 비해 지나치게 따뜻한 회의장이 지구온난화의 심각성과 그에 대처하는 각국 정부의 안이함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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