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 105명 참석하는 기후회의 ‘온실가스 배출 9위’ 한국의 선택은?

2009.12.07 | 기후위기대응

[코펜하겐은 지금 ①] 전 세계가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주목

‘유엔 기후변화협약 제15차 당사국 총회(UNFCCC COP15, 이하 COP15)’가 12월 7일부터 18일까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립니다.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최대 과제인 기후 변화 문제를 논의하는 COP15는 사실상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회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녹색연합과 공동으로 ‘코펜하겐은 지금’이라는 현장 기획 기사를 출고할 예정입니다. 녹색연합은 4명의 활동가를 현지에 파견했습니다.



전 세계인의 눈과 귀가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쏠리고 있다. 오늘(7일)부터 2주일 동안 안데르센 동화의 나라인 이곳에서 인류와 지구의 운명을 결정할 ‘유엔 기후변화협약 제15차 당사국 총회(이하 COP15)’가 열리기 때문이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이번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분명한 선택을 하여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인류와 생태계의 대재앙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코펜하겐 안팎의 열기는 뜨거울 수밖에 없다.

이번 회의 열기만큼이나 참가 규모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모이는 각국의 대표단이 1만5천여 명에 이를 것이고, 정상이 참여하는 국가만 105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정부와 기업, 민간단체에서 3백 명 규모의 대규모 참가단이 조직되었고 이명박 대통령도 이 회의에 참석해 17일 정상회의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국제회의에 이만한 대표단이 파견되는 것도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이날 시작되는 COP15의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992년 기후변화협약이 합의되고 이를 바탕으로 1997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가 만들어졌지만, 실제 교토의정서가 발효된 것은 그로부터 7년 2개월이 지난 2005년 2월이었다. 미국의 교토의정서 탈퇴와 각국의 이해관계에 발이 묶여 나라별 비준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요 선진국이 합의한 1차 공약기간인 2012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5.2% 감축하기로 한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도리어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어 기후위기는 더욱 심각해졌다. 감축의무국은 아니지만 한국의 경우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1990년 대비 무려 100%나 증가하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교토의정서 대체할 새로운 시대 개막에 합의해야

COP15에서는 2년 전 채택된 발리 로드맵의 약속대로 오는 2012년에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의정서가 채택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의정서에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여야 할지에 대한 공유비전 및 이를 바탕으로 2020년까지 달성해야 할 온실가스 감축 중기목표와 함께 각국의 감축목표가 포함되어야 한다. 파국으로 가는 길을 막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50% 이상 감축해야 한다는 것에는 큰 이견이 없다. 그러나 2020년 목표 수준과 이를 국가별로 어떻게 나눌지에 대해서는 매우 큰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원하는 협상 결과 또한 너무나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총회에서 발리 로드맵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번 회의의 중요성과 반드시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여론이 최근 미국과 중국 등에 적지 않은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고 이에 화답하여 양국이 이전보다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최종 합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분명히 드러나는 미국과 중국, 선진국과 개도국의 온도 차이

이번 총회에서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쟁점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그 첫 번째 조건은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미국이 포스트 교토(Post Kyoto) 체제인 새로운 의정서 체제에 반드시 참여하여 감축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온실가스 감축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시기가 문제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담은 기후변화법이 코펜하겐 총회 이전에 미국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쟁점이자 이번 회의의 성패를 좌우할 최대 관심사항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태도 차이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선진국은 온실가스 최대배출국인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주요 개발도상국들이 국제적으로 검증받을 수 있는 감축 약속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중국 등은 선진국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하며 개발도상국들은 자발적으로 결정한 감축행동을 취하되 의무 감축이나 검증을 받을 수는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세 번째는 온실가스 배출에 역사적 책임이 큰 선진국들로 하여금 개발도상국의 기후 변화 대응을 돕기 위한 기술과 재정을 지원하는 것에 관한 부분이다. 이는 개발도상국이 요구하는 협상 타결의 전제조건이자 개도국의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이번 협상에서 앞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이 부분에 대한 합의에 이르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이번 총회에서는 포스트 교토 체제에 대한 최종 합의가 이루어질 수도 있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최종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정치적 합의문이 채택될 가능성도 높다. 즉 선진국의 감축 목표와 개도국의 감축 행동, 개도국에 대한 재정 지원 등에 대한 방향을 담은 정치적 합의문을 채택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내년에 속개회의를 개최하는 등의 후속일정에 대해 합의하는 것이다.

이중적인 한국 정부, 기후회의에 냉담한 한국 언론

이처럼 이번 회의가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회의이기 때문에 CNN 등 주요 외신들은 지난주부터 매일같이 기후 위기와 코펜하겐 총회 관련 소식을 주요 기사로 내보내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의 주요 방송과 신문들은 이 문제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 언론들이 이 같은 반응을 보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국 정부를 비롯한 한국사회에서 이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여전히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근본적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협상에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전략에 급급한 상태다. 또한 이번 회의를 앞두고 국내 감축 목표를 제시하였지만, 개발도상국 수준의 턱없이 낮은 목표(2005년 대비 2020년까지 4% 감축, 이는 202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 수준)를 제시함으로써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온실가스 감축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전 국민의 결의를 끌어낼만한 의미 있는 숫자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이번 총회에서 절체절명의 기후 위기를 공동으로 타개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하면서 의무감축을 받지 않겠다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어 시민단체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코펜하겐 총회에서도 국제적인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OECD 국가이자 G20 회의 개최국임을 자랑하며 선진국 행세를 하면서도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서만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려는 이중적 태도가 설득력을 얻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 9위, 경제규모 세계 15위인 한국의 책임과 경제력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한국 정부가 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 이번 총회에서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합의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국 사회에서도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수 있기를 바란다.

글 :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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