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행사 하려거든 이산화탄소나 줄이시지!

2009.12.14 | 기후위기대응

[코펜하겐은 지금 ⑧] 정부가 2012년 기후회의 유치할 자격이 있나

‘유엔 기후변화협약 제15차 당사국 총회(UNFCCC COP15, 이하 COP15)’가 12월 7일부터 18일까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립니다.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최대 과제인 기후 변화 문제를 논의하는 COP15는 사실상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회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녹색연합과 공동으로 ‘코펜하겐은 지금’이라는 현장 기획 기사를 출고할 예정입니다. 녹색연합은 4명의 활동가를 현지에 파견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2012년 열릴 예정인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한국에서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환경관련 국제회의를 유치하는 것 자체야 환영할만한 일일 수 있으나 한국정부가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정부가 앞 다투어 각종 국제회의와 국제행사를 개최하지만 그 행사에 걸맞는 수준의 내용을 전혀 채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창원에서 열린 람사르 총회이다. 한국은 람사르 총회를 개최하면서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사서 습지보전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그들이 한 것은 4대강을 포함한 대규모 습지를 파괴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새만금 갯벌매립, 송도갯벌매립으로 이미 엄청난 습지가 사라졌고 4대강 사업으로 107개의 습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환경올림픽이라는 람사르 총회 개최국으로써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

최근에는 또 하나의 환경올림픽이라고 부르는 세계자연보전총회을 2012년 제주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한국이 세계자연보전총회를 개최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총회가 개최될 제주의 서귀포 앞 강정마을의 아름다운 연산호 군락지는 해군기지 건설로 심각한 훼손이 불가피하며, 국립공원인 지리산과 설악산, 북한산 등에 대규모 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 환경올림픽을 유치하면서 환경을 파괴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환경올림픽 유치하면서 환경 파괴하는 나라



이번에 정부가 나서서 유치하고자 하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이하 기후회의)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기후회의가 열리는 이곳 코펜하겐에는 1만 5천명의 대표단이 참여한 가운데 총회가 열리고 있고 2012년 만료될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열기가 뜨겁다. 지난 일요일엔 6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모여 기후위기를 극복할 합의를 반드시 만들어낼 것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등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18일 열리는 정상회의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전세계 110개국 정상들이 참여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올 예정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한국정부가 내어놓을 전략과 카드는 참으로 옹색하기 짝이 없다. 2050년까지 1990년대비 50% 이상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지구의 기온이 파국을 막는 마지노선인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씨 이상 높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진단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주요 선진국들은 1990년대비 40% 이상을 2020년까지 감축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정부가 가지고 있는 패는 2020년까지 2005년대비 4%를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이 목표는 1990년 대비 91%나 증가한 수치이다. 정부가 이 수치를 내놓은 근거는 한국이 개발도상국이라는 데 있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 세계 9위 국가이며, 내년에 선진 20개국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나라,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의 나라인 대한민국이 개발도상국 수준의 온실가스 감추목표를 내놓는다는 것을 누가 동의할 수 있겠는가? 동의여부를 떠나 지구 전체의 생존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노력은 하지 않고 무임승차를 하겠다는 정부의 태도가 윤리적으로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이러고도 기후회의를 한국에서 유치하겠다고 한다. 녹색운동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기후회의 유치 자체를 반대할 생각은 없다. 더구나 2002년 남아공에서 열린 지속가능한발전을 위한 세계정상회의(WSSD) 이후 필자를 포함한 녹색운동가들이 2012년 열릴 WSSD 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심도깊게 논의한 바도 있다. 이 같은 환경회의 유치가 한국의 환경보전 정책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 람사르 총회 유치 노력을 할때도 한국의 환경단체들은 한국정부가 총회 개최국의 지위에 걸맞는 노력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결과는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국제행사 유치는 말 그대로 행사에 그치고 환경 정책은 훨씬 후퇴하고 말았다. 환경보전 의지가 없는 환경행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4% 감축안으로는 어림도 없다



이미 2012년 세계자연보전총회가 한국에서 열리기로 한 상황에서 또 하나의 대규모 환경 관련 회의를 한국에 유치하려하고 있다. 나는 한국정부에게 분명하게 요구한다. 2012년 기후회의를 유치하려면 총회 의장국의 면모에 걸맞는 온실가스 감축 의지부터 천명해야 한다. 인류와 자연생태계 전체의 운명이 걸린 이번 코펜하겐 총회에서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합의를 이루어내는데 한국정부가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야 한다. 현재 제시된 4% 감축안으로는 어림도 없다.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2005년 대비 25% 감축 수준의 입장을 천명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반환경적인 개발정책들을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4대강 죽이기 사업이 기후변화를 방지하는 사업으로 둔갑되어 있고 원자력발전을 통해 녹색성장을 하겠다는 터무니없는 발상을 걷어치워야 한다. 그리고 나서 당당하게 녹색성장을 주장하고 당당하게 총회 개최 입장을 밝히길 바란다.

다시금 분명히 말하지만 기후회의 유치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온실가스 감축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며,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한 조치없이 총회만 유치하는 것은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될 뿐이다.

글 :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