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2010.12.13 | 기후위기대응

– 멕시코 칸쿤에서 기후변화당사국 총회 현장을 말하다 ②
지난 11월 29일부터 12월 10일까지 멕시코 칸쿤에서 제 16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제 15차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의 실패는 교토의정서를 대신할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합의안을 기대했었던 많은 이들을 실망시켰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는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서 또다시 한 걸음 내 딛으려 합니다. 녹색연합은 12월 3일부터 멕시코 칸쿤에 활동가 2인을 파견하여 현지 소식을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기후변화 협상장의 쟁점과 이슈, 국제 NGO들의 활동, 전 세계 민중들의 연대와 희망을 연재기사로 작성하여 보도합니다.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현장에 한국의 부끄러운 녹색성장이 소개되다  


▲ 한국정부의 녹색성장 홍보 부스. 다른 부스에 비해 규모가 큰 편이다. 홍보에 열을 올리는건 밖에서도 여전하다

UN은 기후변화당사국총회를 열 때마다 정부 협상테이블을 계획하는 것과 함께 회의장 안팎에 공식 사이드 이벤트와 홍보 전시 부스 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이드 이벤트는 각국 정부는 물론, 국제기구, NGO, 연구기관, 대학, 노동조합 등 다양한 단체들의 토론과 세미나를 위한 공간을 제공한다. 올해도 역시 약 250여개의 세미나가 개최되고 있다. 기후변화와 금융, 산림, 생물다양성, 무역, 노동조합과 일자리 등 주제도 매우 다양하여 사이드 이벤트만 보고 있어도 회의의 주요 쟁점을 파악할 정도이다.

제 16차 기후변화 당사국총회가 한창인 12월 4일 오후 1시 반(현지시각), UN 기후변화 협약 공식 사이드 이벤트 섹션에 반갑지 않은 이름의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한국정부가 주최한 ‘녹색성장을 위한 협력: 글로벌 녹색성장 연구소(GGGI: Global Green Growth Institute)’이다.


▲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니콜라스 스턴경(좌), 한국의 사이드이벤트를 알리는 홍보물(우). 스턴 경은 기후변화를 최초로 경제학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이슈가 되었던 스턴보고서(2006)를 작성한 기후변화 관련 권위자이다

세미나는 지난 6월 출범한 ‘글로벌 녹색성장 연구소’를 소개하는 목적으로 개최되었다. 국내에서는 ‘글로벌 녹색성장 연구소’가 몇 차례 언론을 통해서 소개되었지만 국제 기후변화 회의 장소에서는 처음으로 발표되는 것이기 때문에 녹색연합 활동가들을 비롯한 현지 파견단은 한국정부가 개최하는 이번 세미나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녹색성장, 그렇게 자랑하고 싶으면 먼저 4대강부터 포기하라

글로벌 녹색성장 연구소는 작년 코펜하겐 기후회의 때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것으로 연구소는 이날 세미나에서는 개발도상국과 신흥 산업국 중심으로 ‘녹색성장(Green Growth)’의 개념을 알리고 국제적인 녹색성장 전략을 연구하는 국제기구를 표방하는 기구로서 역할을 하겠다며 그 설립취지를 밝혔다.

기후변화를 대응하는 목적의 국제기구이기 때문에 정부의 취약점 중에 하나인 4대강과 직접적으로 연계를 짓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세미나에 가기 전에 같이 간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설마 4대강 얘기를 노골적으로 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우리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의 의장인 한승수 전 국무총리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과 그린뉴딜 정책, 재생가능에너지 보급률, 고급 일자리 창출, 녹색 교육 사업을 소개하는 것과 함께 기후변화와 수자원 대책으로 한국의 4대강 플랜을 소개했다. 특히 ‘깨끗한 수자원 확보(Fresh Water)를 위해서 만들어진 4대강이 완성되면 한국의 4대강 지역이 몰라보게 변화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말도 안되는 설명을 했다. 잘모르는 외국인들한테 이 정도로 얘기하는 것은 거의 거짓말이나 사기에 가깝다.  

정부의 발표와 토론자들의 토론과 청중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패널 참가자들의 토론이 끝나고나서 청중 발언을 한 천예지(21, Youth 참가단)씨는 청중 발언을 통해 ‘4대강 사업을 통해서 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은 뻔하며, 기후변화 대응이라고는 하지만 환경 파괴적인 공사와 기업 배불리기만을 위해서 천문학적 세금을 들이는 4대강 사업을 어떻게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것으로 포장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정부는 어떻게 그렇게 자랑스럽게 4대강 사업을 홍보할 수 있나? 4대강 지역은 우리 아이들이 사는 미래를 위해서 보존의 가치에 우선을 두어야 하는 것이다. 생명과 미래세대를 진정 생각한다면 4대강 사업을 결코 파괴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 청중 토론을 통해서 4대강 사업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는 참가자. 4대강 사업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한 이후 일부에서는 박수를 치기도 했다

천예지씨의 발언이 끝난 후 몇몇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한승수 전 국무총리는 ‘자신이 어렸을 때 놀던 강은 수영도 하고 물고기도 잡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4대강 사업은 수질개선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세미나가 끝나자 4대강 사업과 녹색성장 사업의 진실을 알고 싶다며 다가온 외국인들이 상당했다. 에너지 기후정책연구소 활동가들과 함께 연구소에서 준비해온 ‘녹색성장과 4대강 사업의 진실’이라는 영문 보고서 약 50부를 현장에서 배포했다. 그러나 뒤편 출입구에 배치해둔 보고서는 현장 관계자에 의해서 제재를 당하기도 했다.  

개발도상국과 신흥산업국에 녹색성장을 전파한다는 연구소의 설립 취지는 결국 지원 국가에 한국의 4대강 사업을 전파하는 ‘글로벌 4대강 사업’을 계획하는 것일까. 녹색성장의 핵심사업으로 ‘4대강 죽이기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녹색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리 양보해도 어불성설이다.4대강이 기후변화 대응이라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 다른 나라에도 4대강 사업을 수출하겠다는 말인가. 전국토가 유린당하는 아픔은 국내에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다른 나라에게 피해를 행위, 그건 국제적인 범죄다.

비판받고 있는 세계은행, 부끄러운 녹색성장 지원해
사이드 이벤트에서 발표된 녹색성장위원회의 계획을 보면 현재 3개의 국가에서 녹색성장 지원사업으로 프로젝트를 계획하거나 진행 중에 있다. 해당 국가는 인도네시아, 브라질, 에디오피아다.  

이를 위한 재정 지원금 마련과 관련해서 정부가 아무래도 세계은행(World Bank)과 파트너쉽으로 구성을 하고 있는 듯하다.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의 부의장이자 자문위원장으로 있는 영국의 니콜라스 스턴 경이 세계은행에서 중책자리를 맡고 있어서 그런 듯, 세계은행의 잉거 앤더슨(Inger Anderson) 부총재가 토론장에 와서 지지발언을 했다. 그녀는 토론을 통해서 ‘한국의 녹색성장을 기대하고, 녹색성장 연구소의 지원사업에 세계은행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발언하며 투자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러나 세계은행은 현재 시민사회로부터 기후변화를 일으킨 선진국들의 개발사업을 주도함으로써


▲ 세계은행은 석탄 및 화석연료 사업지원으로 비난을 받고있다. 기후변화를 일으킨 장본인에게 또다시 기후변화 해결을 맡길순없다

오히려 선진국들과 함께 기후변화를 일으키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실례로 2010년 한해에만 세계은행은 화석연료 지원사업에만 전년대비 135% 증가한, 630만 달러(약 71억원)라는 기록적인 재정금을 선진국에 지원했다. 또한 기후변화에 관해 국제시민사회로부터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는 탄소배출권거래 등에 관해서 가장 많은 지원을 한 세계은행은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한 해결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국제 NGO들은 강도 높은 비판을 하고있다.  

세계은행은 또한 출자금에 따라 결정권이 높아지는 운영방식도 비난을 받고 있는데 이를 통해 세계은행은 철저하게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의 일방적으로 입김으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세계은행은 선진국의 입장에서 결코 자유로울수 없는 불평등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세계은행은 현재 논의 중인 ‘국제 기후 펀드’에서 손을 뗄 것을 강력히 요구받고 있다. 이는 마치 우리 집에 와서 물건을 훔쳐간 도둑에게 문제해결을 위해서 다시금 방 키를 맡기는 꼴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칸쿤에서 활동중인 환경 단체 및 민중 진영에서는 ‘세계 은행 규탄 캠페인(World Bank Out of Climate Finance Campaign)’을 12월 7일에 계획하고 있다. 국제연구기관으로서 신뢰와 공신력을 인정받을지, 아니면 녹색성장의 홍보기관으로 전락하거나 재정과 관련해서 시민사회로부터 강하게 비판받고 있는 세계은행과 함께 허울뿐인 개도국 지원사업으로 국제적인 생색내기에 그칠지, 앞으로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의 행보가 주목된다.

글 : 손형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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