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쿤 기후변화 총회, 총체적 리더쉽 부재로 난국

2010.12.14 | 기후위기대응

– 멕시코 칸쿤에서 기후변화당사국 총회 현장을 말하다 ③
지난 11월 29일부터 12월 10일까지 멕시코 칸쿤에서 제 16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제 15차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의 실패는 교토의정서를 대신할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합의안을 기대했었던 많은 이들을 실망시켰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는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서 또다시 한 걸음 내 딛으려 합니다. 녹색연합은 12월 3일부터 멕시코 칸쿤에 활동가 2인을 파견하여 현지 소식을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기후변화 협상장의 쟁점과 이슈, 국제 NGO들의 활동, 전 세계 민중들의 연대와 희망을 연재기사로 작성하여 보도합니다.

12월 7일 협상 9일째, 여전히 복잡하고 정리가 안되는 칸쿤의 분위기


▲ 칸쿤에서 희망을 볼 수 있을까 도통 풀리지 않는 칸쿤의 분위기

칸쿤 기후변화 회의가 9일째로 접어들었다. 협상 초반 일본과 캐나다를 비롯한 선진국들이 교토의정서의 연장을 거부하면서 약간의 마찰이 생긴 이후로, 현재 협상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여전히 핵심사안인 전 세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얼마로 정할지,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감축 범위를 얼마나 차이를 둘 것인지와 같은 어렵고 중요한 의제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의견차이로 인해 전혀 풀리지 않고 있다.

또한 이외에도 기후변화 취약국가들의 기후변화 적응기금 지원금을 누가 얼마나 모을지, 산림전용방지(REDD: 산림부분의 흡수부분을 인정하여 감축량을 인정해주는 제도)에 대한 논란을 어떻게 해소할지, 탄소배출권 제도와 공동이행 제도 등과 같은 교토메커니즘 산하의 청정개발체제(CDM)방식이 교토의정서 연장이나 폐지로 인해서 향후 어떻게 영향을 받게 될지, 또 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CCS: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땅 속이나 텅 빈 유전 속에 저장하는 기술)을 청정개발체제(CDM)로 인정할지 등 다양한 이슈와 논란이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있다. 탄소 배출권제도는 국내에서도 곧 도입될 예정인 가운데, 교토의정서의 향후 존폐나 연장 등의 가능성에 따라서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이 상황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국제 리더쉽 없다
가장 큰 문제의 핵심은 이 난국을 타계시킬 국제적인 리더쉽이 없다는 점이다. 문제국가들은 여전히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은 애초에 교토의정서 자체를 거부하고 자국에서 의회 비준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의 쟁점인 ‘2013년 이후 교토의정서의 존폐 혹은 연장’이라는 논란에서 약간 빗나가있다. 또한 미국은 2020년까지 2005년기준 17%, 2050년까지 83%까지 감축하는 온실가스 감축 법안인 일명 ‘왁스만-마키법’이 2009년 하원을 통과해 기후변화 대응에 전 세계의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 10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를 하며 기후변화 법안 상정이 매우 불투명해졌다. 오바마의 국내 정치 영향력이 매우 쇠약해진 상황으로 기후변화를 타계하기 위한 정치적 영향력 발휘는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오히려 폭로 전문사이트 ‘위키 리크스’의 외교문서 공개 파문을 보면, 미국은 현재의 UNFCCC체제에 쉽게 합류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특히 교토의정서와 같이 의무 감축에 대한 국가별 할당을 제시받는 방식은 더욱 그렇다. 오히려 개별 국가들과 로비를 통해서 전체 회의 자체에 혼란을 주고 있다. 전 세계가 새롭고 분명하며 공정한 협상문을 도출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기 보다는, 개별국가의 자발성에 기초한 기술적 해결 방식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협상대표단 조나선 페싱은 ‘합의점 도출을 위해서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으나,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의하면 실제 협상장 뒤에서는 개별국가들과의 개별로비를 통해서 전체 협상 테이블을 뒤흔들어놓고 있다.  


▲ 각 정부의 기후변화 협상대표단들! 제발 우리 같이 좀 살자 지난 3일, 칸쿤해변가에서 협상대표단을 비난하는 옥스팜의 퍼포먼스 ⓒ 옥스팜(oxfam)

중국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중국은 기후변화 협약 하에서는 개도국의 위치이지만 2009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 2위를 자랑하는 초대형 온실가스 배출국가이다. 작년 코펜하겐 기후회의가 실패로 끝난 후, 중국은 ‘기후회의가 열리는 내내 협상을 방해만 했다’ 라며 비난받았다. 만일 교토의정서가 연장되어 현재와 같은 선진국과 개도국의 지위가 유지된다면 중국은 여전히 감축의무가 없다. 따라서 중국은 G77(개도국 모임)과 손을 잡고 철저하게 선진국과 대치중이다.  

중국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지만 개도국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중국도 감축의무를 지는 방식으로 협상이 타결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중국과 G77(개도국 모임)의 철저한 연대는 이 상황을 타계하기에 좋은 연대는 아니다. 개도국의 입장을 대변하기에는 중국의 배출량이 너무 많고, 경제적인 영향력 또한 너무 크다. 따라서 중국은 다른 개도국들과는 다른 뭔가 특별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은 현재 철저하게 개도국을 대변하는 수장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스스로 나서지 않고 있는 현재로서는 달리 뚜렷한 정치적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이 총체적 난국을 어찌할 것인가
그렇다고 UN에 기대할 수도 없다. 오히려 UN체제는 여러모로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코펜하겐 회의에 참가한 당사국만 192개 국가로 1국가 1표를 가지고 있는 UN의 원칙과 UN 기후협약 자체가 만장일치로 결정된다는 점에서, 현재와 같은 UN 체제 하에서는 협상이 타결되기 어렵다는 불만을 받고 있다. 특히 선진국들은 UN의 체제가 너무 무겁고 어렵기 때문에 G20과 같은 주요국가 모임에서 기후변화 협약을 논의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다. 그러나 UN에 가입한 대부분 당사국들은 개도국이기 때문에 선진국들의 이러한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 또한 G20과 같은 모임과 같에서 기후변화 협상이 논의된다면, 기후변화의 문제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여 개도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목소리를 대변하기 어렵다. 어찌되었던 UN도 역시 현 상황을 타계할 정치적 리더쉽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 역시, 중국과 미국이 포함되지 않는 새로운 감축방안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협상 초반에 일본이 2013년 이후의 교토의정서 체제에 대해서 거부한 것도 그런한 맥락이다.


▲ 우리는 공평하고, 의미있고, 실효성있는 협상안을 원한다. 회의장 밖에서 연일 이어지는 협상촉구 시위

온실가스 최다 배출량 1,2위 국가를 끌어들이지 못하는 포스트 교토(post-kyoto)감축 체제에서는 자신들만 피해를 볼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또한 유럽연합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작년 코펜하겐에서 초반 협상을 주도한 유럽연합은 정치력을 결국 발휘하지 못했고, 오히려 협상 후반부에는 미국과 브릭스(BRICS: 브라질, 인도, 중국, 남아공)가 그들만의 밀실 정치협상을 통해 ‘펜하겐 협정문’을 도출해냈기 때문에 유럽연합의 정치적 영향력과 협상력이 더욱 약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각국 대표급, 칸쿤으로 모여들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늘부터 각국의 정부 대표단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작년과는 다르게 장관급 회의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각국의 환경, 에너지 장관들이 입국하고 있으며 몇 몇 나라들은 국가정상이 방문할 예정이다. 각 나라가 지지부진해진 현재의 상황을 종결짓는 마무리 협상 카드를 얼마나 준비해올지는 모르지만 협상이 막판으로 흐르면서 상황변화가 급변해졌던 과거의 전례를 살펴보면 내일부터라도 그래도 협상을 마무리 짓기 위한 변화가 일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후협상, 칸쿤은 ‘CAN’ can이 될 수있을까. 아직은 좀 두고볼 일이다.

글 : 손형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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