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협약과 트럼프, 그리고 박근혜

2016.12.02 | 기후위기대응

 

_MG_0693제22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2)가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2주간의 협상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자칫 세간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조용히 마무리될 뻔한 총회는 협상 기간 중에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충격에 휩싸였다.

트럼프는 선거유세 기간에 “기후변화는 미국의 사업을 방해하려는 중국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며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겠다고 공언한 바있다. 세계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이후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이탈할 가능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트럼프는 최근 기후변화협약 탈퇴 공약을 재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화석연료 옹호 인사, 비전문가, 에너지기업 로비스트 등으로 구성된 대통령 당선자 인수위원회 환경 부문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립서비스’가 아닌 실제 정책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

기후변화협약 탈퇴를 하지는 않더라도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 환경정책인 ‘청정전력계획’ 등은 사실상 추진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탄 산업의 부활을 외쳤던 트럼프 공약도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눈에 띈다. 해외 컨설팅업체인 Lux Research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연임할 경우 클린턴이 되었을 경우에 비해 미국의 온실가스배출량이 16% 더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총회 기간 중 2050년 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발표했다. 멕시코와 캐나다 등도 발표했는데, Climate Interactive와 MIT Sloan 대학은 이들 3개 국가의 목표가 지구 평균기온 2도 상승을 제한하는 경로에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다른 모든 나라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5~2030년에 정점(peak)에 이른 이후 매년 ~10%씩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전제이다.

힐러리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고 해서, 파리협정에서 정한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목표 달성이 상당히 늦춰지거나 불확실해 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1.5도로 온도 상승을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선언과의 간극은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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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규 환경부장관은 COP22에서 “범부처적으로 2030 온실가스 로드맵 수립을 준비하는 등 성실하게 기후변화 대응정책을 이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8월까지 발표하겠다던 로드맵을 현재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고, 과정과 논의 내용에 대해서도 알 길이 없다. 그러더니 올해 말까지 1차 로드맵을 수립하고 2,3차례에 걸쳐 보완해 2019년 경 로드맵을 확정할 방침이며, 최종안은 2020년 전후로 확정될 것이라 발표했다. 정부의 방침대로라면, 로드맵이 확정되는 2020년까지 3년 동안 어느 부문에서 얼마나 어떠한 방법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것인지 결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해서도 국내외에서 비판이 제기되는데, 그 실행계획마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온실가스 감축관련 정책과제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현 시국을 보니 차라리 관심이 없었음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한국 시민들은 4년 전 박근혜 정부를 선택한 것에 대한 곤욕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 고난의 끝이 길지는 않을 것이란 희망이 있다.

_MG_0715그러나 미국 시민들이 선택한 트럼프 정부는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협약을 위협하고, 자국 내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의 극우정당들도 기후변화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며 유엔의 협정 등 국제적인 프로젝트에 균열을 내고 있다.

전 지구 이산화탄소 연평균 농도는 지난 2014년 이미 지구 온도 2도 상승 억제를 위협하는 수준인 400ppm대에 들어섰다.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를 감당하며 적응해 살아가야 하는 세계시민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 권승문 녹색연합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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