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대응, 소득재분배에 역행하는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2019.06.05 | 기후위기대응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대응, 소득재분배에 역행하는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 여름철 폭염을 막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 정부는 지난 3일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위한 3가지 안을 발표했다. 1안은 누진체계를 유지하되, 여름철에만 별도로 누진구간 상한을 확대하는 안이다. 2안은 요금이 가장 높은 누진제 3단계 구간을 여름철에 2단계 요금으로 낮추는 안이다. 3안은 누진제를 폐지하고 연중 단일 요금제를 부과하는 안이다. 유감스럽게도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3가지 안은 모두,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대응, 소득재분배 정책에 역행하는 안이다.

 

○ 전기요금은 인하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낮은 전기요금은 전력 과소비를 급증시키고 수요관리 능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다. 선진국에 비해 국내 전기요금은 월등히 낮다.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전기요금임에도, 전기 요금을 또 다시 인하하는 것은 한전의 적자를 초래할 것이며,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세금으로 전가·납부되게 될 것이다. 또한 현재의 요금에는 환경파괴와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외부비용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결국 낮은 전기요금을 지불하면서 사회적 비용을 개별적으로 지불할 것인가, 추가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반영한 정상적인 가격을 지불할 것인가의 문제일 뿐이다. 정부가 제시한 누진제 완화 또는 폐지안은 요금 인하라는 눈에 보이는 선심성 정책으로 전력 다소비계층의 요금 부담을 경감시키고, 결국은 사회 전 구성원에게 환경비용을 전가시키는 방식이다.

 

○ 이번 개편 안은 전기요금 누진제 본래의 취지를 전면 거스른다는 점에서 역시 매우 유감이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에너지 소비 감축을 유도하고 저소득층의 에너지복지, 소득재분배를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전력을 적게 소비하는 사람에게 혜택을 주고,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 그에 상응하는 부담을 지도록 하는 설계된 제도이다. 누진제는 이미 2016년 현 3단계 누진제로 축소 완화되었고, 결국 전력 소모를 증대시키고, 에너지 불평등을 강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 제기된 3가지 안 모두 누진제의 고착적인 완화 혹은 폐지를 담고 있다. 전력 다소비 가구를 위한 전기요금 인하일 뿐이다.

 

○ 기후변화에 따른 여름철 폭염의 원인을 더욱 가중시키는 방안이다. 현재 석탄화력발전의 국내 발전 비중은 43%나 된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37%가 발전분야에서 배출되고 있고, 이 중 석탄발전이 차지하는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80%나 된다. 발전소에서 배출하는 국내 미세먼지의 배출 비율 역시 15%나 되고 있어, 930만대 이상 운행되는 경유차보다 더 많은 양의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요인이다. 전력소비 급증은 발전소의 가동을 높여 여름철 폭염과 미세먼지로 인한 고통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 결국 이번 주택용 누진제 요금 개편 안은 전력 다소비를 유도하며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는 전기요금 정책으로 일부 에너지다소비 계층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방안에 불과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여름철 폭염 대책을 세우려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전력 산업에 대한 왜곡된 세제 지원과 에너지 가격 정상화, 전력 다소비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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