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피해 산사태 지역, 대부분 인재로 확인

2020.08.13 | 기후위기대응

– 2011년 우면산 산사태 참사 이후 바뀐 것 없어
기후위기 시대 산지, 산사태 위험에 무방비 노출
– 산지 주변 택지 개발 및 전원 주택 산사태 재해 매우 취약
– 국토부 도로 및 철도 산지재해 사각지대, 신규건설 중단하고 재해 구조개량 필요
– 기후위기 시대 걸맞는 산지 재해 대책 컨트롤타워 설치해야  

집중 호우로 전국이 피해를 입었다. 기록적인 장마로 인명 피해가 컸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집계에 따르면 8월 12일 오전 6시 현재 폭우로 인한 사망자 33명, 실종 9명이며 이재민은 약 7800명에 달한다. 8월 13일 현재 사자만 30명이 넘었다. 특히, 사망자의 약 40%가량인 13명이 산사태 피해였다. 전남 곡성 산사태 5명, 전북 장수 산사태 2명, 경기 가평 산사태 3명, 평택 산사태 3명 등 13명이다. 그런데 산사태의 원인을 파고들면 모두 인재로 확인되고 있다. 비가 많이 와서 자연형 산사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산지 관리를 못하고 무분별하게 이용하고 개발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참사였다. 산지를 이용하면서 집중강우에 대비한 배수체계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발생한 인재였던 것이다. 정부는 우면산 산사태 이후 산지재해를 근본적으로 막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산지관리는 산사태 등 재해 예방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번 장마에서 산사태로 가장 큰 피해가 난 전남 곡성의 경우 5명의 사망자를 낸 현장은 인재에 의한 참사를 그대로 보여 준다. 곡성 산사태는 국도 보강공사 옹벽을 쌓은 곳에서 시작 되었다. 최초 발생지점은 15번국도 성덕고개의 도로 확장공사를 하는 곳이었다. 국도 보강 공사를 하면서 흙을 쌓고 주변에 콘크리트구조물 등의 옹벽을 올렸는데 거기서 무너진 것이다. 현장에서 도로 노면이 깊이 50m까지 꺼져 있다. 사고 지점은 15번 국도 전남 곡성 오산면과 화순 백아면의 경계인 성덕고개에서 곡성 오산면 성덕 마을쪽의 국도 공사 현장 옹벽이었다. 이 국도는 전남도청 도로교통과에서 관리하고 있다. 도로 보강공사는 전남도청 도로관리사업소에서 담당했다. 전남도청은 산사태 현장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사고 당사자인 마을주민들의 현장 확인을 위한 접근은 물론이고 언론의 접근조차 막고 있다. 현장에서 보면 곡성 산사태의 인과 관계가 명확히 드러나기 때문에 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서인지 출입을 막고 있다. 시공업체를 내세워서 약 2km 아래의 도로 입구부터 차단시설을 설치하여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사고를 은폐하기 위해서 현장을 통제하는 것에 반해 장마로 폭우가 내릴 때는 현장점검 등의 재해를 막기 위한 통제는 전혀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사고가 발생한 8월 7일 금요일 오후부터 성덕고개 주변의 국도에는 빗물이 상당히 밀려들었다는 주민들의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국도 확장 공사를 담당했던 전남도청 도로관리사업소는 현장 점검을 전혀 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인재의 단면이다. 곡성 산사태는 500mm폭우에 부실한 국도관리가 낳은 참사였다.

경기도 가평펜션의 경우도 전형적인 인재다. 2010년 전후부터 항공영상을 판독한 결과 가평 산사태 피해 현장 주변이 과거 산지를 개발한 현장이었음이 확인되었다. 가평 펜션이 들어선 뒤쪽 사면은 2010년 이전에 산지를 절토하여 암반이 드러나도록 훼손했던 곳이다. 이후 사면에 복구를 했고 그 아래에 사고가 발생한 펜션이 들어섰다. 그리고 복구했던 상단부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산지개발 이후 복구를 튼튼하게 하지 않으면 그 상단이 붕괴되거나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산림전문가와 신림기술자 사이에서 ‘밑이 빠져서 산사태가 났다’라고 표현하는 그런 사례다. 가평 산사태 피해 펜션 주변의 개발과 복구에 관련된 산지 인허가가 어떠했는지는 지난 10년여간의 항공영상에 정확히 나와 있다. 평택 공장 붕괴 현장도 본질은 다르지 않다. 산지주변을 개발하고 토사의 유실이나 붕괴에 대한 정확한 고려를 하지 않고 인공구조물을 설치한 결과였다.

지난 8월 6일 오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가평군 가평읍 산유리 산사태 사고 현장을 점검하면서 “앞으로 경사지에 주택 건축 수요가 많아지는데 기후가 점점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안전보장을 위해 산지에 전용허가를 할 때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타당한 지적이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지난 2000년 전후부터 산지를 무분별하게 개발하고 이용하여 들어선 각종 산지 전원주택과 펜션 등의 재해 위험이다.

지난 2011년 7월 27일에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 마적산 산사태로 펜션에서 13명이 사망했다. 가평 펜션처럼 산지 비탈면 아래에 들어선 펜션에서 참변을 당한 것이다. 산지에 펜션을 지으며 산사태 위험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춘천 펜션 사고 이후 정부는 대책 마련을 약속했으나 정책과 제도는 물론 현장에서도 실효성 있는 방안은 여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산지개발 허가 기준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산림당국을 중심으로 한 컨트롤타워 구성 필요 

산지전용 허가에서  안전 대책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기존의 산지전용허가를 부실하게 해 준 건물과 시설들의 산지 재해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경기도 가평, 양평, 용인, 여주, 이천 등을 비롯하여 강원도 춘천, 횡성, 홍성, 평창 그리고 충청남도 일원에 수만 채의 펜션과 전원주택이 산지의 비탈면에 파고들어서 있다. 이 중 상당한 주택들이 산지 재해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앞으로 집중폭우는 예측불허로 전국의 산지에 밀어 닥칠 것이다. 이번 여름 장마는 수도권부터 영호남까지 전국에 걸쳐 일어났으며 한반도가 기후변화에 직면했다는 생생한 증거다. 국토의 64%가량이 산지다. 이번 산사태에 의한 인명피해는 기후위기 시대,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국가적 재해재난 중의 하나인 산사태 대응에서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근본적인 대비를 요구하고 있다. 먼저 산지에 들어서 있는 도로와 철도의 선형구조물, 송전탑과 풍력시설, 태양광시설, 그리고 군사시설 등의 주요 국가시설에 대한 실질적인 위험 조사와 점검이 필요하다. 

이런 산사태를 비롯한 산지비탈 재해 대책을 관련부처인 국토부와 산업부 등에 그냥 맡기면 실효성 있는 대응은 기대하기 힘들다. 산림당국을 중심으로 산사태와 산지재해에 대한 국가컨트롤타워를 구성하고 전국적인 산지 위험지 조사를 정밀하게 실시해야 한다.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연도별로 위험에 대한 안전구조개량을 실시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실행은 국토부와 산업부에서 하되 전문성이 담보되는 산림당국이 관리감독의 중심이 돼야한다.

또한 지자체의 각종 산지 난개발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 특히 산지의 주택 개발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가이드라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산지 개발은 성토와 절토가 필수적으로 따른다. 그런데 소규모 개발의 경우 개별 입지에 대한 개발행위 허가 제도는 상당히 허술하다. 대부분 시군의 승인사항이다. 산지재해에 대한 전문성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고려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허가가 남발되고 있다. 산지의 소규모 택지개발에 있어서 재해 안전 기준과 인허가의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특히 표고, 경사, 절토면의 기준 등을 비롯하여 시설물 상단의 임상구조까지 고려하도록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 펜션이나 전원주택이 들어서는 상부에 산사태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침엽수가 많거나 침엽수 위주라면 허가를 더 엄격하게 하는 등의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기후위기는 현실이다. 이제 산사태의 일상화 속에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접해보지 못한 장마와 태풍는 계속 나타날 것이다.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집중호우와 엄청난 폭우가 전국의 산지 구석구석을 할퀴고 파헤칠 것이다. 이에 맞는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 기후위기 시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첫 번째 길이다. 정부는 2011년 7월 28일 우면산사태를 겪으면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까지 세 정부를 지나고 있지만 산사태 위험에 대해서는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세월호가 던져준 안전한 나라는 아직도 요원하다. 안전은 위험을 살피고 찾는 것에서 출발한다. 기후위기는 이미 도래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예측불허한 자연재해는 더 빠르고 강하게 우리 생활을 덮칠 것이다. 산지개발 규제 강화와 산지재해에 대한 컨트롤타워 구성 등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없다면 기록적인 2020년의 산사태 피해는 우리의 일상적인 풍경이 될 것이다. 이번 산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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