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대통령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은 시민들이 이뤄낸 성과, 이제는 구체적 정책이 필요한 때

2020.10.28 | 기후위기대응

문재인 대통령은 28일인 오늘 오전 국회 시정연설 중에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여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이 직접 ‘2050년 탄소 중립’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그동안 기후위기에 맞서 행동한 시민들이 함께 이뤄낸 의미 있는 성과라고 본다.

지금까지 전 세계 70여 개 국가들이 ‘탄소 중립’을 선언해 왔고,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도 각각 2060년, 2050년을 목표로 최근 이 대열에 동참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 중 미국, 일본, 독일, 캐나다에 이어 다섯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로서, 우리나라의 탄소 중립 선언 동참은 좀 더 빨리 밟았어야 할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앞으로 30년 뒤에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일은 ‘향후 10년 내에 얼마만큼의 온실가스를 줄일 것인가’이다. 산업화 이후 급속히 진행되어 온 기후 변화를 늦추고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막으려면, 대부분의 나라가 2050년까지 배출 제로를 달성해야 할 뿐만 아니라 2030년까지 절반 가까이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 기후 과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올해 말까지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방안’ 목표치를 과감히 끌어 올리는 것이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첫 번째 과제이다. 당장의 행동 없이 30년 후의 목표만 이야기하는 것은 그야말로 말 잔치로 끝날 공산이 크다. 녹색연합은 정부가 ‘2030년 온실가스 50%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또한 “석탄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여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체제를 재생에너지로 바꿔가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며 석탄발전은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석탄발전 폐쇄 및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한 빠르고 구체적인 일정을 마련했느냐이다. 경제적인 측면만을 놓고 보더라도 이미 여러 나라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석탄보다 낮아지고 있고, 우리나라도 환경 비용 등을 적용하여 값을 제대로 매긴다면 수 년 내에 신규 태양광 설비가 신규 석탄 설비보다 저렴해 진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에너지 전환 속도를 늦추면 늦출 수록 기후 위기 대응에 미진하다는 국제 사회의 비난에 직면할 뿐 아니라 시장 경쟁에서도 도태될 것이 분명하다. 더군다나 최근까지 인도네시아, 베트남에 석탄발전 투자를 강행한 정부의 모습은 분명 2050 탄소중립이라는 목표와 모순적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녹색연합은 문 대통령이 제시한 에너지 전환의 방향성은 옳으나, 보다 확실한 석탄발전 중단 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나라가 파리협정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 이전까지 석탄발전이 중단되어야 한다는 기후과학의 권고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건설 중인 신규 석탄화력발전사업 전면 백지화되어야 하며, 현재 진행 중인 해외 석탄투자도 전면 중단되어야 한다. 

또한 대통령의 이번 연설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선도 국가’, ‘새로운 시장’, ‘발전 전략’ 등의 표현은 여전히 성장주의에 머물러 있는 인식의 한계를 드러낸다. 우리가 현재 마주한 기후위기는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경제 성장을 추구한 잘못된 체제에서 비롯되었다. 기후위기에 책임있게 대응한다면서 끝없는 성장을 약속하는 것은, 동시에 이룰 수 없는 두 가지를 주장하는 자기모순이다. 현재의 성장중심의 사회경제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전환없이는 현재의 위기를 넘어설 수 없다. 코로나19 극복도, 경제 위기 타개도, 지구가 안정된 기후를 유지하여 모든 생명들이 발 딛고 살아갈 수 있을 때에 한해 가능한 일이다. 녹색연합은 대통령의 오늘 선언이 말로만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며, 녹색연합도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시민과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

2020년 10월 28일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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