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지구의 날 51주년, 공허한 말잔치는 이제 그만

2021.04.21 | 기후위기대응

51번째 지구의 날에 필요한건 적극적인 기후행동을 표명하는 것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2010년 대비 절반으로 상향 조정 해야

해외 석탄 투자 중단 선언에 앞서 기존 투자 계획 부터 철회해야

‘기후정의’의 원칙에 따른 기후정책과 기본법 마련 필요

51번째 맞는 지구의 날이다. ‘지구의 날 네트워크는 (Earth Day Network)’는 올해의 주제를 ‘우리의 지구를 복원하기(Restore our Earth)’로 정했다. 하지만 지구환경의 위기를 지속적으로 유발하는 현재의 정치·사회·경제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복원’을 꾀한다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구의 날 제정 이후 50년 동안 지구의 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고, 특히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경고한 ‘기후 파국’을 고작 6년 8개월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지구가 회복력을 잃어서 인류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복원’할 수 없는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절체절명의 시대 한복판에 한국 지구의 날은 각종 이벤트와 챌린지 일색이다. 그리고 이를 수식하는 한가한 구호와 선언만 가득하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환경부에서 진행하는 ‘기후변화 주간’ 캠페인과 기업의 각종 행사에는 개인의 저탄소 실천을 독려하는 내용이 대다수이다. 예년과 달라진 점은 ‘탄소중립’을 미사여구로 쓰기 시작했다는 점뿐이다. 지구의 날을 맞아 정부와 기업이 할 일은 기후위기 초래의 책임을 인정하고, 이 시점을 그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기후행동의 계기로 삼는 것이다. 가령 ‘탄소중립’이 단순 미사여구로 격하되지 않으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기후정책을 수립하고 알려 나가야 하지 않을까.

 유례없는 기상이변, 기후재난 등이 우리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몇 년간 국제사회는 기후위기대응을 위해 앞다투어 나서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구의 날인 내일 ‘기후정상회의’가 열린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40개국 정상들이 모여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의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파리협정에서 전 세계가 약속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 1.5도 제한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탄소중립 목표가 얼마나 진전되었는지를 국제사회가 주목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의 수준은 얼마나 진전되었는가. 안타깝게도 여전히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힘든 수준이다. 물론 작년 한해 동안 국회의 기후위기비상선언, 기초지방정부 차원의 기후위기비상선언, 대통령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 등을 이루어 낸 한국의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선언에 걸맞은 실질적인 후속조치와 변화가 없다는 것을 더 주시해야한다. 특히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은 각계에서 그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필수과정인 2030년 목표가 1.5도 경로 목표에 비해 턱없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에 한국 정부가 유엔에 제출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2017년 대비 24.4%의 온실 가스 감축이었는데, 이는 5년 전 박근혜 정부 시절 제출한 목표(2030년 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와 같은 수준이다.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의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한 1.5도 경로에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지난 2월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75개국이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분석한 결과, 이대로라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은 2010년 대비 0.5% 밖에 낮아지지 않는다. 국제사회의 흐름에 맞춰 목표를 상향한 나라가 있는 반면 그 흐름에 역행하는 나라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나라가 한국이다. 탄소중립 선언은 했지만 지금 당장 실행할 온실가스 감축은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기후정상회의에서 다시 한번 빈축을 살 것은 자명한 일이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생각한다면 공허한 말잔치로 가득한 선언과 계획은 이제 그만두어야 할 때이다. 지금 당장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하는 것과 더불어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백지화, 기존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 해외 석탄 투자 중단 및 철회, 가덕도 신공항과 제주 제2공항과 같이 시대착오적인 토건사업의 폐기 등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로써 적극적인 기후행동의 의지를 표명해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기후정상회의에 맞춰 2030년 목표 상향, 해외 석탄 투자 중단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2030목표 상향 자체가 아니라 어느 정도 상향하느냐가 관건이다. 1.5도 목표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010년대비 절반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또한 작년에 이미 허가한 베트남, 인도네시아 투자계획에 대한 철회 없이는 해외 석탄 투자 중단 선언은 아무런 실효성 없는 빈말일 뿐이다. 앞으로는 더 이상 투자할 석탄발전 사업을 찾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와 기업 차원의 기후행동은 감축목표라는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사회 전분야의 전환을 전제로 했을 때만이 효과가 있을 것이다. 2030년까지 향후 9년 안에 온실가스 감축의 절반을 달성하려면 우리 사회경제 시스템의 전환 없이는 불가능하고, 우리 사회의 모든 부문과 계층이 전환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기후 불평등으로 인해 고통받아 왔던 이들이 전환의 주체가 되는 ‘기후정의’를 원칙으로 한 기후정책과 기후위기 대응 기본법이 필요한 이유이다. 

 녹색연합은 2021년 지구의 날과 세계 기후정상회의에 맞춰 한국 정부가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0년 대비 절반 이상으로 상향할 것과 기후정의에 입각한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이를 견인하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적극적인 기후행동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2021년 4월 21일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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