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의식주 ③ 주택편 – 기후변화를 대비하는 집

2009.08.29 | 기후위기대응

지구 온난화 대비 추천가옥 ⓒ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
네델란드의 물에 뜨는 집 ⓒSusan Taylor Martin, St.Petersburg Times
<사진 첨부를 할 줄 몰라서 파일로 올립니다>

기후변화시대 우리는 어떤 집에서 살게 될까? 기후변화 연구로 유명한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은 지구온난화를 대비한 미래 집의 모습을 그려 보았다. 기후변화 대비 추천 가옥은 오존구멍 대비 차양을 설치하고, 가뭄 대비 대형 빗물통과 공기정화기를 갖춰야 한다.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서 집을 들어 올리는 장치도 있어야 하고 자가용 보트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기후난민과 야생동물을 방지하기 위해 전기철조망도 설치하고, 최악의 경우 지구를 떠나도록 ‘지구탈출용 우주여행권’을 금고에 숨겨둬야 한다.

얼핏 보면 기후변화 위기를 너무 과장해서 그린 만화 같은 집이지만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네덜란드는 해수면 상승과 홍수에 대비해 물에 뜨는 집을 건축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육지의 10%가 해수면 보다 낮아 수천만 명이 이주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바로 옆에 위치한 인도는 방글라데시의 기후난민들이 넘어올까 봐 국경에 4,100km에 달하는 철조망을 설치했다. 대만에 불어 닥친 태풍 모라꼿의 위력은 6층 호텔을 통째로 강물 속에 침몰시켰다. 강가나 해변가에 너무 가까이 집을 지으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제 집을 지을 때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22.5%, 즉 4분의 1가까이가 건물분야에서 사용한다. 결국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우리들의 집과 빌딩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소비량을 줄여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을 에너지 절약형으로 디자인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단열과 자연채광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설계해 건물의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여야 한다. 단열을 철저하게 한 ‘패시브 하우스’는 한겨울에도 난방연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난방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하다. 우리나라에는 강원도 홍천에 이런 에너지 제로하우스가 있다.

독일 프라이브르크의 ‘헬리오트롭’은 집 전체가 태양을 따라 회전하면서 태양광발전기로 에너지를 생산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정부지원을 받아 태양광발전기를 지붕위에 설치하는 아파트와 단독주택이 늘어나고 있다. 경남 산청 민들레 공동체(사진)처럼 자기 집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태양광이나 자전거 발전기를 직접 설치해서 생산하는 집들도 있다.

그런데 많은 돈을 투자해서 재생가능에너지를 설치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을 조금만 수리해도 에너지 비용도 아끼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며칠 전 부안 등룡마을 방극순 할머니댁에 다녀왔다. 부안시민발전소, 한국에너지복지센터, 전북의제21 같은 단체가 돈을 마련해 할머니 집을 수리했다.

바람이 숭숭 들어오던 한지 여닫이문을 샷쉬문으로 교체하고, 벽과 천정에 단열공사를 했다. 이렇게 농촌의 오래된 집을 수리하면 기름 값도 아끼고, 나이든 어르신들의 건강도 챙길 수 있다. 정부가 ‘녹색성장’을 한다고 떠들썩하지만 전국적으로 오래된 주택의 에너지 효율 개선사업을 하면 엄청난 양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도 줄일 수 있다. 녹색연합 건물도 낡은 단독주택인데 이번 겨울을 앞두고 단열개선 사업을 한번 해볼 참이다.

영국의 저탄소 주택 ‘베드제드’ 타운의 부엌에는 똑똑한 계량기가 달려 있다. 이 계량기는 집 안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의 전력 사용 총량, 가스 사용량 등을 보여준다. 전기 사용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경보가 울린다. 때문에 대형 냉장고나 대형 텔레비전은 엄두도 내기 힘들다. 경보를 막으려면 집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 수를 가급적 줄여야 한다. 변기와 세면대는 아담 사이즈다. 일반 변기와 세면대 크기의 절반으로, 물을 적게 쓰도록 제작됐다. 결국 집을 에너지를 덜 쓰도록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사는 사람들도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조금은 ‘불편한 삶’을 감수하는 삶을 사는 것도 중요하다.

지방 출장을 갔다가 차를 타고 서울시내로 들어오다 보면 우선 메케한 공기를 접하게 되고, 성냥갑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아파트 풍경을 접하게 된다. 밤에는 아파트 지붕위에 형형색색 조명이 빛나는데, 아파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설치하는 것이라 한다. 그걸 볼 때마다 도시의 에너지 과소비가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아파트는 좁은 땅에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어서 효율적으로 보이는 주거 형태이긴 하지만 사람들의 건강에도, 에너지 측면에도 바람직한 방법은 아닌 것 같다.

게다가 요즘에는 아파트든 빌딩이든 하늘 높은지 모르고 올라만 간다. 서울시내에는 요즘 초고층 건물 건설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상암동 DMC, 용산 국제업무단지 랜드마크 빌딩 등 모두 100층 이상이고 높이 500미터가 넘는 초고층 빌딩이다. 한 사람이 100층을 올라가려고 해도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데, 그 에너지 낭비를 어떻게 감당할건가? 한번은 초고층 빌딩에 사는 친구 집을 방문했는데, 나 혼자 텅 빈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 높은 곳까지 올라가려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어지럽기도 했다.

2008년도에 서울환경연합이 조사를 했더니 3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는 에너지소비로 가구당 연간 8.2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5층 이하 저층주택의 2.95톤에 비해 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에너지 과소비를 할 수 밖에 없는 초고층 빌딩과 아파트 건설을 무분별하게 허가해 주면서 한편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한다고 호들갑을 떠니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에너지 고갈과 위기가 현실화 되면 그런 초고층 빌딩은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 두바이의 기적이라고, 세계 최대, 최고 건축물들의 각축장이었던 두바이에서 각종 대형 개발 프로젝트는 금융위기를 맞아 잇따라 중단됐다. 최근 세계 경기 회복 분위기에 다시 두바이 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인다고 하지만, 지구 모든 자원의 한계를 고려해보면 두바이는 결코 지속가능한 도시가 아니다. 그런데 아직 우리 도시들은 ‘두바이’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혜진씨는 <착한도시가 지구를 살린다>라는 책에서  “착한도시는 자기 도시에서의 활동이 다른 도시에, 나아가 지구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고 그 도시의 몫만이라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나가는 행동을 꾸준히 해 나가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기후변화 시대 우리는 이제 온실가스 배출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착한 집’을 지어야 하고, 우리가 사는 도시를 ‘착한 도시’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유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 국장)

‘우리농’ 기고글입니다.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