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일은 지구를 위해 행동하는 날

2009.12.13 | 기후위기대응

지구의 미래를 결정지을 15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회의엔 전례 없이 90여 개국 정상이 참석한다. 선진국의 2020년 중기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개도국의 감축노력 참여여부를 결정할 이번 회의에서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협약이 탄생할지는 미지수이다. 지구온난화를 멈춰야 한다는 큰 명제에는 동의하지만 어느 나라가 얼마만큼 줄일지에 대한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회의에 참석한 192개국 대표단이 협상에 임하는 태도에는 차이가 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태평양 섬나라 대표들은 아주 절박하다. 오죽했으면 코펜하겐 회의를 앞두고 몰디브 대통령이 스쿠버다이빙 복장으로 수중 국무회의를 열고, 네팔 장관들은 산소탱크를 달고 해발 5,164m인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회의를 열까. 기후변화 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나라 대표들은 환경운동가들보다 더 간절히 코펜하겐 회의의 성공을 기도할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칼자루를 쥐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세계 10대 이산화탄소 배출 국가들의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64%를, 그 중에서 미국과 중국을 합치면 거의 40%를 차지한다. 결국 미국과 중국의 결정이 중요하고, 그 중에서도 핵심은 또 미국이다. 교토의정서에서 뛰쳐나갔다 돌아온 미국은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17%를 감축하겠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할 수치는 교토의정서 수준이라 개도국들이 동의할 리 없다. 미국의 낮은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하향평준화하고 있다.

우리정부는 철저히 개도국 입장이다. 선진국에 편입되지 않기 위한 전략으로 서둘러 2005년 대비 4% 감축안을 설정하고, 동아시아 기후펀드 2억 달러 지원을 발표했다. 협상전략은 잘 세웠다 치더라도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해법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안 된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지구온난화에 미친 영향과 경제수준을 고려한다면 감축목표안이 너무 낮게 설정되었다. 모두가 우리처럼 한 나라라도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배출하려고 한다면 지구는 결국 파국으로 치 닫을 수밖에 없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협상의 전략을 세우기 전에 먼저 기후변화로 인해 이미 생명의 위협을 받는 작고 힘없는 나라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몰디브, 탄자니아, 케냐, 네팔, 방글라데시, 르완다 등은 기후 변화 위험에 가장 취약한 국가그룹(V11)을 구성해, 이번 회의에 국가의 운명이 달렸다고 호소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해법은 코펜하겐 회의장에서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협상장 바깥에서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지구인들의 마음을 한데 모을 수 있다. 12월 12일은 세계 기후행동의 날이다. 110여개 국가의 대도시 곳곳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린다.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350ppm으로 고정해야 한다는 350이라는 단체는 12월 11일과 12일 밤 전 세계가 촛불을 켜는 ‘캔들 나이트’ 열 것을 제안했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13일 오후 3시부터 전 세계 교회들이 일제히 교회 종을 350번 울려 코펜하겐회의의 성공적인 합의를 촉구할 계획이다. 로마 가톨릭 교회도 참여를 결정했다.
이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협상의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아니라 기후변화를 막고 지구를 구하겠다는 진정어린 의지이다. 세계 시민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보여준다면 각국 대표들의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이유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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