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발전 담론을 다시 생각해보다.

2010.03.22 | 기후위기대응

‘지속가능발전’ 개념의 탄생과 진화
환경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논의 흐름은 유독 년도의 끝자리가 2로 끝나는 해와 인연이 깊다. 1962년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을 통해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였고, 1972년 로마클럽은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를 통해 인구증가에 의한 환경문제가 더 이상 성장을 불가능하게 할 것임을 경고하였다. 같은 해 스톡홀름에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최초의 국제회의인 ’유엔인간환경회의’가 열렸다. 10년 뒤인 1982년 케냐에서 유엔환경회의가 다시 열렸고, 1992년 리우데자네이루, 2002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이어졌다. 다음 회의는 공식적으로 확정되진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 역시 연도 끝자리가 ‘2’인 2012년에 열릴 가능성이 높다.
환경에 관한 국제회의를 통해 지난 30여 년간 국제사회가 지구 환경문제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찾은 해답이 바로 ‘지속가능발전’ 개념이다. ‘지속가능발전‘ 개념 탄생의 역사는 간단하지가 않다. 1972년 유엔은 인간환경회의를 열면서 심각한 환경문제에 대해 세계 모든 나라가 쉽게 합의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회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선진국과 후진국간에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드러났다. 선진국 중심의 환경보전을 위한 각종 규제정책에 대해 후진국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결국 2년 뒤 개최된 체코의 푸카레스트회의에서부터 국제 환경정책 관계자들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인구, 자원, 빈곤에 대한 통합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982년 케냐에서 열린 유엔환경회의에서 또다시 환경보전과 경제개발에 대한 선진국과 후진국의 열띤 공방이 벌여졌고, 환경과개발에관한세계위원회(WCED)의 설치가 결의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WCED는 1987년 4월 ‘우리공동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 보고서에서 ‘지속가능발전’을 환경보전과 경제개발을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이념으로 정립하였다. 보고서는 인류 전체의 장래를 위협하는 요소로 빈곤, 인구, 성장,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 환경 파괴 등을 들고, 대안으로 ‘미래세대의 욕구를 제약하지 않으면서도 현 세대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개발’이라는 지속가능발전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지속가능발전은 개념 형성과정에서 환경문제 외에 후진국의 빈곤이나 문맹 문제와 소통과 지역사회 참여의 중요성을 받아들여 포괄적인 개념이 되었다. 그런 개념들 중에서도 주요한 세 가지 영역으로 사회, 환경, 경제 분야가 자리 잡았다.
1992년 6월 리우환경개발회의를 통해 지속가능발전 개념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 개념이 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리우선언문과 의제21을 갖춘다. 의제21은 거의 모든 세계 지도자들이 합의를 했는데, 환경보전과 경제개발이 지구적 수준은 물론, 국가적, 지역적 수준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의제21과 함께 채택된 기후변화협약과 생물다양성협약은 각각 1997년 ‘교토의정서’와 2000년 ‘생명안전의정서‘로 발전한다. 리우회의 10년 후인 2002년 8월에는 지속가능발전 세계정상회의가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되어 요하네스버그 선언문과 이행계획을 채택하였다. 희의 명칭이 ’환경‘에서 ’지속가능발전‘으로 바뀌었다. 지금 세계는 바야흐로 ’지속가능발전‘ 개념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시장의 관점과 지속가능성의 관점
1968년 가렛 하딩이 제기한 공유지의 비극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구의 환경이 악화 일로에 있는 것이다. 목초지와 같은 공유지는 누구에게나 열려있기 때문에 공유지를 이용해서 얻는 이득은 개인에게 귀속되고 그로 인한 폐해는 공동으로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저마다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고 그 결과 공유지는 황폐화된다. 연구 논문에 수없이 많이 인용된 하딩의 주장은 대기오염, 지구온난화, 월경성환경오염을 훌륭하게 설명해준다. 다만 가렛 하딩은 환경파괴의 근본 원인을 인구 증가로 보았지만 실제로는 산업화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산업화를 통한 경제성장은 이미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국가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고 있다. 따라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세계화’나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이 ‘지속가능발전’ 패러다임과 충돌하거나 오히려 압도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구환경전망(Global Environment Outlook-3)’ 보고서를 통해 2032년까지 인류와 지구에 일어날 환경변화를 예언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토양침식, 물 부족, 생물다양성 파괴, 연안과 해양 오염에 대한 긴급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30년 후에는 지구 지표면의 70%가 개발로 인해 파괴될 것이라는 전망을 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2032년의 지구에 대한 예측을 하면서 2개의 가상 시나리오로 만들었는데 바로 ‘시장’이 먼저냐, ‘지속가능성’이 먼저냐로 구분한 것이다. 대기문제를 두고 ‘시장’ 시나리오에 따르면 화석연료에 의한 탄소산화물 방출량은 2032년경 160억 톤에 달하게 된다. 반면 ‘지속가능성’ 우선 시나리오에서도 방출량은 증가하지만 에너지 효율기술 도입으로 탄소산화물 방출량을 연간 80억 톤 이하로 낮출 수 있으리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구환경전망 보고서에서 미래를 향한 두 가지 갈림길을 제시했듯이, 현재 인류가 처한 환경문제에 대한 해결도 주로 ‘시장’과 ‘지속가능성’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현실 세계에서 시장을 대변하는 기구는 WTO, WB, IMF 등이 있지만 지속가능성을 대변하는 국제기구는 아직 구성되어 있지 않다. WTO는 지금까지 환경보다는 시장과 무역거래 활성화에 중점을 두면서 환경과 대립하는 결정을 내려왔다. WTO 출범 기반이 된 우루과이라운드 협정 최종안이 농업, 지적재산권, 투자, 서비스를 포함한 상세 조항으로 2만6천여 장을 넘는데 반해, 의제21은 총 2백73쪽으로 분야별 구체적 실행안이 빠져있다. 국제사회가 합의한 다자간환경조약은 생물종다양성조약, 기후변화협약, 사막화방지조약 등 500여개가 넘지만 조약 당사국 사이에 법적인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분야는 극히 드물다. 협약을 실질적으로 실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각국의 의무이행 상황을 감시하고 강제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하고, 재정 및 인적 역량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기 위해 기꺼이 돈을 내겠다는 국가가 없다. 그러다 보니 개도국이 처한 사회경제문제 해결방법도 시장자유화에 맞춰지는 ‘시장’ 우선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누구의 필요를 충족시킬 것인가
한정된 지구의 자원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누구의 필요를 얼마나 충족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가 된다. 모든 인간의 욕구와 기본적인 필요는 동등하다. 그럼에도 현재 지구상에서 보여주는 물리적 물질 수준의 불평등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작스와 간디는 똑같이 반문한다. “얼마나 있어야 만족하냐고?” 간디는 만일 인도가 영국이나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소비를 하려면 착취할 수 있는 다른 지역과 인종을 찾아야만 할 것이라고 얘기하였다. 아울러 세계는 모든 사람의 필요를 채우기에는 충분하지만 욕망을 채우기에는 불충분하다고 하였다. 전세계적 환경 NGO `지구의 친구들’은 선진국과 다국적 기업들이 제 3세계에서 석유와 목재, 광물 및 해양 자원을 장기간 과다 개발해 환경 파괴와 가난을 촉발했다며 `생태채무(Ecological Debt)’ 변제를 촉구하고 있다. 빌려 쓴 돈으로 치면 개도국이 많지만 생태적으로 보면 선진국이 오히려 후진국에 빚진 셈이라는 것이다.
더 가치 있고 긴급한 ‘필요’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유럽과 미국에서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는 바이오디젤용 농작물은 절대적 빈곤 상태에 있는 아프리카나 아시아에 있어서는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긴급한 필요에 해당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 긴급한 ‘필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변화할 수 있는 수단은 바로 거버넌스를 통해서 이뤄진다.
세계화로 인해 날로 심화되는 부의 편중으로 인해 세계인 절대 다수가 체감하는 박탈감을 해소하고 지구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이다. 글로벌 거버넌스의 정의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이트(Knight)는 “글로벌 거버넌스는 개별 국가의 영역을 초월한 것으로 증명되고 있는 사회정치적인 것들로부터 군사안보 문제에 이르는 무수한 초국가적 딜레마들을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 지역 및 지방 차원들에서의 합의를 조율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고 정리한다. 결국 전 지구차원의 문제 해결을 위서 각 국가와 유엔(UN)을 비롯한 국제기구, 그리고 시민사회(NGO)가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국제적 운영원칙을 구성하자는 것이다. 이처럼 지속가능한 발전의 실천여부는 글로벌 거버넌스를 어떻게 잘 실현해 낼 것인가에 달려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가 효과적이려면, 국가 및 지방의 바람직한 거버넌스(Good Governance)의 토대 위에 세워져야 한다. 결국 국제기구들은 국가의 대표들로 구성되며, 그 국가의 민주적 합의가 반영되는 곳이 글로벌 거버넌스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시 지역으로 돌아가, 아래로부터 평등과 정의, 생태적 철학을 자리잡는 것이 중요해진다. 하딩이 이야기 한 ‘구명보트의 윤리’에서 보트 밖에서 헤엄치는 사람들을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구명선에 탄 사람들이 거버넌스를 통해 자신들의 환경부하를 줄이면서 구명선의 보다 많은 공간을 나눌 수 있도록 합의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생존과 지구를 위하여
1972년 발표된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는 현재의 지수적인 성장 추세가 계속 변하지 않는 한 앞으로 100년 안에 성장의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보았다. 보고서가 나오고 30여년이 지난 지금 로마클럽의 보고서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문제 해결 가능성, 기본 데이터들의 문제로 인류의 미래를 과도하게 비관적으로 평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2007년 IPCC는 기후변화로 인해 2080년 모든 생물종의 멸종위기를 처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로마클럽이 2072년 예상한 ‘성장의 한계’를 통한 지구의 미래에 대한 경고는 아직도 유효하다.
우리가 지금 무엇인가를 실천하지 않으면 지속가능발전개념은 어쩔 수 없이 “성장중지개념”으로 ‘강한 지속가능성’을 표방하는 개념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자연의 한계로 인해 선택의 여지가 없이 성장의 중지 또는 퇴보를 택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 되면 이미 인류와 지구 생물체들은 아주 심각한 상황에 있는 것이다.  
스탠포드 의대의 의학박사인 필립 M. 하터가 계산해서 인터넷 이메일을 타고 전세계에 알려진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에서 보여주는 세계는 다음과 같다. 57명은 아시아인/ 21명은 유럽인/ 14명은 서반구(미주)인/ 8명은 아프리카인, 6명은 세계 부의 59퍼센트를 차지하고 있고, 그 6명은 모두 미국 사람, 80명은 적정수준에 못 미치는 주거 환경에 살고 있고, 70명은 문맹, 50명은 영양실조, 1명은 대학 교육을 받은 적이 있고, 1명은 컴퓨터를 소유하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글을 읽을 수 있고 교육을 받은 적어도 세계 상위 30% 안에 속하는 선택된 사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의 소비규모가 줄어들지 않은 상태에서 지속가능한 지구는 불가능하다. 폭주하는 기관차 중국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지금 중국인 대 미국인의 에너지 사용비율은 1:8 이지만 현재 속도로 경제발전을 해나가게 되면 빠른 시일 내에 그 격차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 빈곤문제를 ‘경제발전’을 통해 해결하면서 중국의 ‘환경’은 나아지고 있는가. 13억 중국인들이 미국인들과 같은 수준으로 살게 되었을 때 우리 지구는 그 부하를 견딜 수 있을 것인가. 답은 희망적이지 않다.
환경을 둘러싼 여러 사회적 자연과학적 징후를 살펴보면 답은 하나이다. 지난 30년간 합의를 이룩해온 지속가능발전 개념을 실행하기 위해 지금 당장 무엇인가를 실행하지 않으면 2012년 지구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 다시 모였을 때 그 때의 세계는 지금보다 훨씬 더 고통스럽고 암울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속가능발전 개념의 실행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참고자료
리우+10 한국민간위원회,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평가와 과제], (리우+10한국민간위원회,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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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프렌치, [세계화는 어떻게 지구환경을 파괴하는가](주요섭 옮김), 도요새 2001
이유진,  “요하네스버그로 가는 길”, 『한국환경보고서 2001』, 녹색사회연구소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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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ret Hardin,  “The Tragedy of the Commons,” Science. Vol. 162, (1968)
Wolfgang Sachs, “Sustainable Development: On the Political Anatomy of an Oxymoron,” in Planet Dialectics: Explorations in Environment & Development. Fernwood Publishing, Westview. pp. 71-90, (1999)
Herman Daly. “Sustainable Growth: An Impossible Theorem,” in John Dryzek and Schlosberg(eds.), Debating the Earth: The Envrionmental Politics Reader. pp. 285-289, 1992.

이유진 (녹색연합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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