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바꾼 자연생태계 – 도시에서 초록과 가까이 하는 법

2010.06.07 | 기후위기대응

기후변화가 바꾼 자연생태계
– 도시에서 초록과 가까이 하는 법 –

기후변화는 인간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자연생태계에도 일대 변화를 일으킨다. 우리는 이제 인간이 과도하게 배출한 온실가스가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대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기후변화는 자연생태계를 어떻게 바꾸고, 도시에 사는 시민들은 생태계 보호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기후변화와 물범, 개구리, 주홍날개꽃매미 이야기  

백령도 점박이물범 – “상어가 무서워요” 기후변화 이야기 하면 모두들 북극곰 이야기만 해요. 한국 사람들은 자기들이 살고 있는 땅에도 북극곰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우리 점박이물범들을 모르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서해안에 점박이물범은 약 1,000여 마리 정도만 남아있답니다. 그 중 백령도에는 약 350마리가 살고 있어요. 우리는 3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백령도에서 살다가 겨울이 되면 번식을 위해 중국 랴오뚱만의 얼음바다로 이동하지요.
그런데 백령도 바다에 영화 <죠스>에 나오는 백상아리가 출몰해서 우리는 모두 두려움에 떨고 있답니다. 아열대지역에 사는 백상아리가 백령도에 나타나는 건 지구온난화로 서해안의 여름철 바닷물 온도가 20℃를 넘어섰기 때문이죠. 2009년 여름 우리가 물속에서 놀고 있는데, 갑자기 백상아리 등지느러미가 나타나더니 점박이물범 한 마리를 꽉 물어버렸어요. 모두들 혼비백산해서 바위로 도망을 쳤지요. 여름엔 백상아리가 무섭고, 겨울엔 얼음이 안 얼어 걱정이에요. 겨울철 우리가 새끼를 낳아 길러야 하는 랴오뚱만 바다가 제대로 얼지가 않아서 새끼를 키울 수가 없어요. 북반구에 한파가 몰아닥친 지난겨울은 사정이 좀 나아졌답니다. 우리는 1982년 천연기념물 331호, 2005년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되었어요. 우리 물범들, 몇 마리 남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하죠?

개구리 – “도대체 언제 겨울잠에서 깨어나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요즘 ‘경칩’을 믿고 겨울잠에서 깰 수가 없어요. 이번 봄에도 속았는걸요. 경칩이 지난 다음에 폭설이 내리고, 왜 이리 추운지. 개구리는 양서류예요. 양서류는 피부로 호흡을 하고, 가뭄에 취약한 습지에서 번식을 하기 때문에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아요. 벌써 한국에서도 개구리의 숫자가 예전에 비해 30% 정도 줄었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어요. 최근 남미에서는 수온이 높은 곳에서 확산되는 항아리 곰팡이균이 퍼지면서 개구리가 질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어요. 과학자들은 빠르면 2020년에 지구상의 개구리들이 멸종될 수도 있다고 하는데, 개구리 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 숲속. 어떤 일이 생길까요? 개구리의 멸종은 단순히 한 종의 멸종에서 끝나는 게 아니에요. 생태계 먹이사슬이 구멍이 뚫려 생태계에 교란을 일으킬 거예요. 개골개골.

전입신고 합니다 ‘주홍날개꽃 매미’ 본의 아니게 전입신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주홍날개꽃매미 입니다. 2006년도부터 한반도에 본격 정착해 살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기후조건이 제가 살던 아열대 기후대로 변해가면서 아예 여기에 눌러 앉았습니다. 저보고 병충해를 입힌다고 욕하시는데, 사실 이런 기후변화의 조건은 인간이 만들어놓고 저희들만 매도하시면 섭섭합니다. 어쨌든 저희는 올해 개체수가 30배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저는 달콤한 과수나무 수액을 좋아합니다. 농민들은 저희를 싫어하시지만 어떻게 해요. 외래종인 우리는 이미 한반도의 기후에 익숙해진걸요.

한반도 자연생태계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최근 기후변화에 대한 회의론이 등장하면서 ‘기후변화는 사기이다’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연구한 각종 데이터와 그래프를 인용해가며 논쟁을 하기도 한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온도는 0.74도가 올랐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추이와 지구온도 상승 추이가 같다는 등. 그런데 굳이 과학적 데이터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관찰하는 것만으로 기후변화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만 하더라도 2010년 100년만의 폭설과 100년만의 4월 최저기온 기록을 갈아치우지 않았던가. 봄과 가을이 실종된 지 오래이다. 겨울을 거쳐 잠시 봄기운이 도는가 싶더니 5월 기온이 30도 가까이 올라갈 정도로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이제 우리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도 노인정에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정도이다.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녹색연합 사무실에 있는 나무에는 여름이면 주홍날개꽃 매미가 진을 친다. 2~3년 전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초등학교 다닐 때 담양의 대표적인 특산품인 대나무는 북방한계선이 차령산맥 이남이라고 배웠다. 지금 서울의 거리를 걷다보면 대나무를 조경수로 심은 곳을 흔히 볼 수 있다. 지난해 마라도에 태양광발전소 조사를 갔다가 마주친 새는 ‘푸른날개팔색조’였다. 배는 빨갛고, 몸통은 오렌지색이며 날개는 청색과 녹색이 섞여있는 이 예쁜새는 국내 미기록종 인데다가 주로 아열대와 열대 산림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조금만 신경을 써서 주위를 돌아보면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의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물론 도시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기후변화로 고통 받는 점박이물범이나 개구리 이야기가동떨어진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생태계는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지 않던가! 도시에도 생태계가 있고, 기후변화로 위협받는 도시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도시에서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

우리 동네 뒷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동네산 생태 모니터링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는 바로 우리 동네 뒷동산이나 공원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부천환경교육센터는 시민들과 함께 ‘지구온난화에 따른 원미산 생태현상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원미산의 사계절 변화 추이를 관찰하면서 꽃이 피는 시기와 생태계의 변화를 시민들과 아이들이 같이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전남녹색연합은 회원들과 함께 광주지역의 새들을 관찰한다. ‘광주천~영산강 철새모니터링단’을 꾸려서 조사한 결과 12월에도 광주천에서 백로과 여름 철새가 30여 마리까지 발견되기도 했다. 여름 철새들이 날아가야 할 때를 잊은 채 텃새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국립공원이나 생태계가 우수한 지역만 연구할 것이 아니라 도시 주변의 숲과 생태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모니터링해야 한다.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도시의 자연환경에 관심을 갖는 지자체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성남시는 에코맵을 만들어서 배포하고 있다. 시민들이 직접 주변 자연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에코맵을 그리는 데 참여하고 있다. 창원시는 동.식물, 지형, 대기 등 여러 환경정보를 담은 `도시 환경지도‘를 만들고 있다. 에코맵이나 환경지도는 그 자체로 시민들이 도시환경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도시를 녹색으로 – 도시공원, 학교 숲, 옥상녹화  도시에서는 기후변화와 도시열섬 현상까지 더해져 여름을 지내기가 점점 고통스러워지고 있다. 열섬현상은 도시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주거·상업·공공시설 등이 늘어나 녹지의 면적이 줄어들고, 각종 인공열과 대기오염 물질로 인해 도시 상공의 기온이 주변 지역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도시의 폭염은 2003년 프랑스에서 1만 5000여명의 생명을 앗아갔듯이 인간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노약자와 도시저소득층의 피해가 크다.
우리나라 도시도 무분별한 개발과 폭발적인 인구의 증가로 인해 녹지 공간을 많이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도시열섬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녹지공간을 확대하고, 가로수를 심어서 도시를 시원하게 만들어야 한다. 자투리 공간을 이용해 도시공원을 늘리고, 옥상녹화를 해야 한다. 도쿄시는 도시열섬 방지를 위해 ‘초록의 도쿄 10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10년간 1000헥타르의 녹지를 확대하고, 모든 학교 운동장을 잔디밭으로 조성하며, 현재 48만 그루인 가로수를 100만 그루까지 심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전시와 광주시도 나무심기를 활발히 하는 지자체에 속한다.
원주시는 ‘학교숲’ 조성사업에 열심이다. 주민들의 생활공간과 밀접한 학교에 숲을 만들어 부족한 도시에 녹색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2007년부터 시작해서 일산초등학교, 원주중학교, 단구초등학교에 학교 숲을 조성했다. 학교숲 조성사업은 기후변화 대응방안으로도, 교육적 측면으로도 효과가 크다. 그런가 하면 동국대는 개교 104주년을 맞아 학교 건물 옥상에 조성한 옥상공원을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했다. 동국대는 14개 건물에 옥상공원을 만들었는데, 국내 단일 기간 단위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옥상공원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지역에 자리 잡은 학교와 대학에서 녹지를 조성하고 지역민들과 공유하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도시에서 농사를 짓자 – 도시 농업과 도시 텃밭 시민들이 도시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다면 이산화탄소도 흡수하고, 먹을거리도 생산하고, 열섬효과도 막을 수 있다. 도심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불가능해보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미 많은 이들이 아파트의 베란다에서, 좁은 골목길 구석에서, 주말 농장에서 텃밭을 가꾸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고 있다. 모든 인간에게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더불어 경작 본능이 있다.
이제 지자체에서도 도시 텃밭의 중요성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송파구는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여는가 하면, 이미 올림픽공원 뒤에 텃밭 2,000평을 조성했다. 경기도와 경기농림진흥재단은 경기 양평군 농촌체험마을인 가루매마을과 남양주 마석초등학교에 스쿨팜(School Farm) 조성사업을 위한 ‘1교1촌 자매결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쿨팜은 학교 내 유휴지에 학생들이 고추, 상추, 토마토, 고구마, 콩 등 각종 밭작물이나 벼 등을 직접 심고 가꾸는 일이다. 학교숲과 더불어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가르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부산 금정구 부곡4동 주민들은 2007년부터 주민센터 옥상위에 열무, 오이, 고추, 배추, 무 등을 재배해 관내 독거노인 20명에게 반찬을 만들어 전해주고 있다. 이렇게 도시 곳곳에 초록의 공간이 많아진다면 뜨거운 도심의 열기를 조금이라도 완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기후변화는 결국 인간의 과도한 화석연료 소비와 산림 파괴로 인해 발생한 일이다. 도시와 산업화로 인해 멀어졌던 자연을 다시 도심속으로 불러들이는 일, 그 일을 통해 우리의 삶을 좀 더 녹색으로 만들어가는 일이 절실하다. 우리만이 아니라 자연속의 다른 종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처한 고통을 들여다보고, 우리의 삶의 방식도 다시 한 번 되돌아보자. 도심에서 자연을 이루자.

월간 「도시문제」 6월호 ‘함께하는 녹색생활’ 이유진 (녹색연합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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