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배춧값… 내년엔 옷값이 폭등한다고?

2010.12.13 | 기후위기대응

[현지 보고] 제16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의 배경

배추 한 통에 1만 원 넘던 일이 벌써 오래전 일처럼 생각된다. 그새 잊은 것이다. 그런데 내년에는 옷값이 폭등할 예정이다. 목화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목화재배지인 파키스탄이 지난 여름 큰 홍수 피해를 입으면서 작황이 나빠졌다. 중국과 인도의 목화농사도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급감했다.  

이렇게 기후변화는 우리가 먹고 입는 문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실 파키스탄에서는 목화농사가 문제가 아니라 홍수로 인해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2천만 명이 피해를 입었으며, 1700명이 사망하는 큰 피해를 입었다.

인간이 과도하게 배출한 온실가스가 지구의 평균온도를 올려 기후변화가 발생했다. 그렇다면 해답은 간단하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문제는 ‘누가’, ‘언제까지’, ‘얼마나’, ‘어떻게’ 줄일 것인가 결정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의지해 온 것은 ‘교토의정서’이다. 선진국이 먼저 2008~2012년까지 1990년 대비 5.2%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다. 1차 감축목표 달성기간은 2012년이면 만료된다. 이제 우리는 2013년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문제는 그 결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부터 제16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는 멕시코 칸쿤에서는 두 개의 세계가 충돌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에 어떻게든 중국과 인도와 같은 개도국을 끌어들이려는 선진국과 기후변화의 역사적인 책임을 강조하며 선진국이 먼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개도국이다. 선진국은 개도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데 필요한 돈을 지원하는 적응기금에 있어서도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 참여를 조건으로 걸고 있다. 개도국이 동의할 리 없고 회의는 고착상태이다. 이러다가는 2013년이 되어도 우주선 ‘지구호’는 방향타를 잡지 못한 채 표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부터 한번 따져보자. 누가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해 누가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일까? 여기 두 개의 지도가 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위험관리 컨설팅업체인 메이플크로프트는 칸쿤 회의를 앞두고 ‘에너지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지수’와 ‘기후변화 취약성지수’를 발표했다. 지수라는 것이 전제조건과 변수, 가중치에 따라 결과가 다르기도 하지만, 이 자료는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과 피해를 비교해 보는데 도움이 된다.

지구 온도 올린 최악국가들:  아랍에미리트, 호주, 미국, 캐나다…


▲ ‘에너지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지수’ 1 아랍에미리트, 2 호주, 3 미국, 4 캐나다, 5 네덜란드, 6 사우디아라비아, 7 싱가폴, 8 러시아, 9 벨기에, 10 카자흐스탄 순이다. ⓒ 메이플크로프트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지수를 비교한 결과 ‘극도로 위험한’ 국가는 아랍에미리트, 호주,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사우디아라비아 순이었다(183개국 대상). 이 나라들은 이산화탄소 과대 배출로 지구를 위험에 빠뜨리는 최악의 국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지수를 도출하기 위해 연간 에너지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1인당 배출량, 1900~2006년까지의 누적 배출량을 종합했다. 이 세 가지 자료를 종합하면 적어도 1900년 이후로 지구의 온도를 올리는데 공헌(?)한 국가들을 알아낼 수 있다.

석유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는 화석에너지에 100% 의존하는 국가이고, 호주는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82 CO2톤으로 미국 19.18 CO2톤보다 많다. 미국과 캐나다는 최근 1인당 배출량이 줄기는 했지만 에너지 소비량이 많아 ‘최악의 국가’에 분류되어 있다.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극도로 위험’한 국가에 속했으며, 독일(13위), 영국(15위), 프랑스(24위)도 1인당 배출량과 역사적 배출량이 높아 ‘고위험 국가’이다. 중국(26위)은 2008년 세계 최대 배출국가로 등극했지만 1인당 배출은 호주의 20% 미만이고, 1900년 이후 누적 배출량은 미국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한국도 고위험국가로 분류되어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누가 피해를 입는가?
170개국을 대상으로 향후 30년 동안의 취약성을 지표화한 결과 방글라데시, 인도, 마다가스카르, 네팔, 모잠비크 순으로 나타났다. 이 나라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인명피해, 경제적 피해 등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변화 취약성 지수’ 1 방글라데시, 2 인도, 3 마다가스카르, 4 네팔, 5 모잠비크, 6 필리핀, 7 아이티, 8 아프가니스탄, 9 짐바브웨, 10 미얀마 순이다. ⓒ 메이플크로프트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국가인 방글라데시는 올해 10월 태풍으로 인한 홍수로 5만 명이 집과 땅을 잃었다. 방글라데시의 기후난민들은 매년 4만 명씩 수도 다카로 몰려와 빈민으로 살아간다. 취약성이 높은 국가로 나타난 필리핀(6),아이티(7), 아프가니스탄(8위), 짐바브웨(9위), 미얀마(10위), 에티오피아(11위), 캄보디아(12위) 등은 공통적으로 빈곤에 허덕이며, 인구가 많고, 잦은 홍수와 가뭄에 노출되어 있고, 농업에 의존하고 있다.

기후회의가 나아갈 방향
옥스팜은 올해 9개월 동안에만 2만1000명이 기후관련 재앙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지도와 취약성 지도를 나란히 비교해 보면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과 피해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국가가 취약성이 높다. 특히 가장 취약한 25개국 중 12개 국가가 아프리카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선진국들은 기후변화 위기에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노르웨이(170위), 핀란드(169위), 아이슬란드(168위)가 취약성이 낮은 나라이고, 러시아(117위), 미국(129위), 독일(131위), 프랑스(133위), 영국(138위)도 상대적으로 취약성이 낮게 나타난다. 이것은 마치 이산화탄소를 엄청나게 배출하는 산유국과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이 보이지 않는 무기인 온실가스로 방글라데시와 인도를 공격하는 것과 같다. 기후변화의 원인 제공자와 피해자가 일치하지 않는 기후 부정의를 보여주는 것이다.  

기후변화 협상이 제대로 된 길을 가기 위해서는 선진국이 ‘기후변화의 역사적인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러나 칸쿤회의가 시작하자마자 일본이 교토의정서 체제 지속 거부를 선언하고, 캐나다와 러시아가 동조하는 등 선진국들이 책임을 회피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갈등만 깊어질 뿐이다.

점점 더 걷잡을 수 없는 기상이변에 개도국의 목소리는 더욱 거칠어질 것이며 국제사회가 이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지구공동체는 최악의 상황을 향해 달리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칸쿤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를 기후변화로 인해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기후정의’의 입장에서 바라봐야만 한다.

한편, 기후변화가 초래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선진국’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세계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7일 칸쿤에서는 국제농민연대기구인 비아 깜파시나를 포함한 NGO들의 대규모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