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 한반도의 침엽수가 사라지고 있다.

2016.04.05 | 고산침엽수

한반도의 침엽수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죽어가고 있다. 구상나무, 분비나무, 소나무 등 대표적인 침엽수들이 집단 고사하고 있다. 지리산국립공원의 구상나무, 설악산국립공원의 분비나무, 울진삼척산림보호구역의 소나무 등이다.

녹색연합은 지난 2015년 4월 초부터 올해 3월말까지 1년 동안, 백두대간과 국립공원 등 국내 산림생태계의 핵심지역을 조사한 결과, 한반도에서 기후변화로 추정되는 침엽수의 쇠퇴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지금까지 한라산 구상나무의 집단 고사 및 쇠퇴는 수차례 언급되었다. 하지만 한반도 육지에서 침엽수들의 집단 고사는 처음이다. 국제적인 보호종부터 한국 자생종까지 특히, 생태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의 침엽수들 중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침엽수는 상록수로 사계절 수분과 영양이 공급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10년 동안 겨울철 적설량이나 강우량이 줄어들면서 건조가 심해졌다. 이로 인해 침엽수의 수분공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고사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2월에서 4월까지 늦겨울과 초봄에 수분 스트레스로 고사가 가속화 되는 것으로 보인다. 태풍에 의한 고산지대의 강한 바람도 고산침엽수의 뿌리를 흔드는 한 요인으로 보인다.

지리산국립공원의 구상나무 집단고사하다

지리산국립공원의 구상나무의 고사는 충격적이다. 노고단, 임걸령, 반야봉, 토끼봉, 연하봉, 천왕봉, 중봉 등에서 본격적인 고사가 나타나고 있다. 노고단부터 천왕봉까지 지리산 주능선 전반에 걸쳐서 진행되고 있으며 해발 1900-1400m 전후에서 집단고사가 도드라진다. 2013년 전후부터 발생하였으며 특히 돼지령, 반야봉, 토끼봉, 연하봉의 집단고사는 심각한 수준으로 2014년부터 더욱 가속화 된 것으로 보인다.

돼지령은 남사면과 북사면 곳곳에서 집단적으로 구상나무가 수십본 씩 죽어 있었다. 최근 2년 사이에 나타난 것으로 추정되며 몇 개체는 가지 끝이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봐서 최근 1년 전후에 고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돼지령 일대의 집단 고사는 남사면 쪽이 더 뚜렷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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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지리산 돼지령의 구상나무 집단고사

반야봉(1732m)은 정상부터 해발 1500m 일대까지 곳곳에 구상나무의 고사가 진행 중이었다. 많이 고사된 곳은 서너 그루에 한 그루씩 죽어 있을 정도다. 이대로 가면 향후 10년 안에 반야봉 1600m 위쪽의 구상나무는 대부분 고사될 우려가 있다. 반야봉은 서남사면 쪽의 고사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토끼봉은 등산로 바로 옆에서 구상나무가 집단으로 죽어 있었다. 토끼봉 정상부에 위치한 헬기장으로부터 서쪽으로 약 200m 내외의 구상나무 군락이 집단적으로 고사한 것이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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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지리산 노고단-돼지령 일대의 남사면에서 집단고사한 구상나무

지리산국립공원에서 집단 고사된 구상나무는 키가 7∼20m 내외다. 죽은 구상나무들은 줄기와 가지만 남은 채 잎은 다 떨어진 상태였다. 처음 고사가 시작될 때는 줄기의 겉껍질이 벗겨지면서 주로 검은 색깔을 띤다. 고사 초기에는 가지 끝이 어느 정도 남아 있지만, 약 1년이 지나면 가지 끝부분의 잔가지는 완전히 사라지고, 줄기와 굵은 가지가 해골처럼 허옇게 변하면서 고사목으로 남게 된다. 노고단부터 돼지령-임걸령-반야봉-토끼봉-연하봉 등의 지역 곳곳에서 이런 모습을 다양하게 확인할 수 있다. 지리산국립공원의 서부지역 주능선에는 회색빛이나 검은 빛깔을 나타나내는 고사목들이 국립공원 천연림 사이에 즐비하다.

지리산 구상나무의 집단고사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 중이다. 최근 2-3년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 이후부터 일부 구상나무의 개별 개체들의 고사현상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집단고사의 징후는 2014년 전후부터 본격화 되고 있다.

구상나무 고사 원인은 겨울 가뭄에 의한 건조로 추정된다. 구상나무를 비롯한 고산침엽수는 상록수로 겨울철에 수분공급을 비롯한 영양공급이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지리산부터 설악산까지 백두대간지역에 겨울철 적설량과 강수량이 줄어들면서 고산 서식지에 건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겨울부터 초봄까지 구상나무와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등이 건조한 산림환경에 노출되면서 이로 인한(수분 스트레스 및 영양 고사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구상나무의 집단고사는 한반도 육지의 자연자원 관리에서 새로운 고민을 던져준다. 백두대간의 고산침엽수의 쇠퇴는 기후변화가 한반도에도 도래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환경부 차원에서 고산침엽수의 집단고사에 대한 실태파악이나 조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구상나무는 한국 특산종으로 전 세계에서 오직 한반도의 지리산, 덕유산, 한라산에만 서식한다. 국제적으로 보호가치가 매우 높은 나무다. 지리산과 한라산은 집단 서식지다. 덕유산은 나머지 몇몇 곳은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서식다. 한반도에서 사라지는 것은 지구에서 멸종을 의미한다. 한라산은 이미 집단고사가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지리산도 이번 조사결과 한라산과 비슷한 집단고사의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덕유산국립공원의 구상나무도 고사가 시작되었다. 아직 집단고사 단계는 아니지만 개체별 고사는 진행 중이다. 덕유산 정상봉인 향적봉부터 중봉 사이 탐방로 곳곳에 죽어가는 구상나무가 관찰된다. 구상나무 10개체 중 1개체 가량은 고사가 되고 있었다. 덕유산은 지리산과 한라산보다 구상나무의 서식 면적이 좁고 개체수도 적다. 집단고사가 시작되면, 서식지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구상나무 고사목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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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지리산 반야봉 구상나무 고사현장

설악산 분비나무 집단 고사

설악산국립공원은 지난 2013년부터 서북주능 귀떼기청봉 주변의 분비나무 고사가 확인되기 시작했다. 분비나무 수천그루가 죽어서 양상하게 가지만 남은 것이 언급되었다. 그런데 2015년 녹색연합이 확인한 결과, 설악산국립공원 주봉인 대청봉, 중청봉, 소청봉에서 분비나무의 집단고사가 나타났다. 특히 소청대피소 주변의 분비나무는 거의 전멸하다시피 고사되어 있었다. 설악산은 남한에서 분비나무가 가장 잘 발달한 집단서식지다. 그러나 대청봉부터 서북주능까지 이어지는 집단고사로 서식지 자체가 축소되거나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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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4> 설악산 소청대피소 일대의 분비나무 집단고사

설악산은 대청, 중청, 소청 등을 비롯하여 백두대간 줄기 따라 서북주능 전체에서 고사가 진행 중이다. 현재와 같은 속도로 고사가 진행되면, 향후 10년 안에 주요 집단서식지는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 개체 정도만 남는 생태적인 고립이 예상된다. 이는 설악산 고산생태계의 구조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심각한 생태계의 변화로 볼 수 있다. 설악산 분비나무 집단고사도 아직 실태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서북주릉의 고사는 설악산국립공원 사무소에서 확인하고 있으나, 대청봉 주변의 상황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전면적인 전수조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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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5> 설악산 대청봉 북사면의 분비나무 집단고사

집단고사 진행 중인 구상나무와 분비나무는 모두 전나무(Abies)속에 해당하는 수종으로 둘 종 모도 기본적인 생태적 특성은 동일하다. 유전적 차이는 있지만, 생태적 특성은 유사하기 때문에 고사목의 진행이나 형태가 거의 비슷하다. 상록수인 침엽수의 잎들이 벌겋게 물들어가면서 고사의 징후가 나타난다. 초기에는 단풍이 든 것처럼 녹색의 잎들이 빨갛게 변하면서 타들어가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고, 1년이 지나면 가지들도 사라지고, 줄기와 큰 가지만 남게 된다.

울진삼척 산림보호구역의 소나무 고사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서도 금강소나무의 고사가 나타나고 있다.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북면 두천리,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원덕읍 사곡리 등의 지역에 서식하는 금강소나무 숲에서 주로 5∼20개체 가량의 금강소나무가 고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울진삼척의 금강소나무 고사는 약 50개소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3년 울진 소광리 일대에서 발견되기 시작한 고사목 무리들은 2014년을 거치면서 강원도 삼척시 풍곡리 일대에서 확인되었고 2015년에는 삼척시 사곡리에서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금강소나무 고사목 군락을 살펴보면 대부분 키 10∼20m, 흉고 30-50cm 가량의 크기다. 산림청은 울진삼척 금강소나무 고사를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의심하여 각 개체나 군집별로 조사를 실시했으나 소나무재선충병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후 국립산림과학원은 기후변화에 의한 고사에 무게를 실어 본격적인 모니터링과 원인분석을 하고 있다.

침엽수의 쇠퇴는 국제적인 현상이다. 세계자연유산을 심사 평가하는 IUCN(국제자연보전연맹)의 경우, 레드리스트(멸종위기)위원회, 생물다양성위원회와 함께 침엽수위원회를 두고 있다. 육지 생물 중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하면서 취약한 것이 침엽수다. 특히 가문비나무속(Picea)과 전나무속(Abies)등은 해발 1200m 이상 되는 서늘하며 차가운 지대에서 제한적으로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따듯하거나 건조한 기상변화에 노출될 경우, 본격적으로 고사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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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울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의 금강소나무 고사 현장

한반도의 자연생태계에서도 기후변화가 본격화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침엽수 고사의 정밀한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 고사된 침엽수들의 위치를 파악하여 GIS(지리정보체계)구축하고 고사하고 있는 침엽수의 기초적인 특성과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태계에서 기후변화로 추정되는 다양한 현상에 대한 조사와 분석도 따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한반도 자연생태계의 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대비를 어떻게 할 것인지 본격적인 논의와 준비를 해야 한다.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등을 비롯하여 백두대간의 주요 국립공원에 대해서는 고산침엽수 식생지도를 작성해야 하며, 집단고사와 고사목에 대한 정밀한 실태파악이 필요하다. 또한 이들 공원에 대해서는 강우량, 적설량, 풍향, 풍속 등의 국지적인 기상데이터 확보를 위한 현지기상망을 주요 능선과 봉우리 등의 거점에 설치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은 행사나 구호를 넘어 구체적인 실천과 직접적인 대응이 더 요구된다. 현장에서 기후변화의 징후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세심하게 살피는 것으로부터 대책은 마련된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정부와 전문가, 민간단체 등이 함께 기후변화 시대 한반도에서 어떻게 생태계를 보전하고 관리할 것인지 지혜를 모으는 것이 절실하다.

[KBS]기후 변화·병충해로 사라지는 침엽수
http://news.kbs.co.kr/news/view.do?ncd=3259238&ref=A

[YTN]말라죽는 침엽수…한반도 산림생태계 ‘위기’
http://www.ytn.co.kr/_ln/0103_201604041232237415

[SBS]껍질 벗겨진 마른 속살…말라죽는 한국 침엽수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505939&plink=ORI&cooper=NAVER

[경향신문]기후변화탓 한반도 침엽수 집단고사 첫 확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4041227391&code=940100

[한겨레]‘노고단~천왕봉’ 구상나무 죽어간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73820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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