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만남]환경운동이 삶의 가치로 넓혀졌죠 – 정선경회원과의 만남

2017.12.04 |

장선경 회원은 오랫동안 녹색연합과 함께 시민들이 환경 문제를 직접 접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인연을 맺어왔다. 요즘에는 녹색생활을 잘 하지 못하고 있어 인터뷰 하기에 부족하다고 부끄러워하는 17년 회원이다. 현재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하고 있다.

가입한 지 17년 되셨다. 가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2001년 그린맵대장정을 통해 가입하게 되었다. 지금은 전설적인 브랜드가 된 SK텔레콤 TTL에서 20대들이 먹고 노는 소비 중심이 아니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캠페인을 하고 싶다고 해서 환경을 주제로 잡았다. 당시 박카스 대장정이 2년 째 진행되고 있었는데 환경과 대장정을 잘 엮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녹색연합을 만났다.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가면서 환경과 관련 취지에 공감하게 되어 가입했다.

그린맵대장정은 어떤 프로그램이었나요?
24살에 입사해 처음 기획한 프로그램이었다. 12박 13일 청년들이 동해, 남해, 서해를 돌며 ‘바닷가 정화 활동’ 하는 것이었다. 해안가 정화와 모니터링을 하면서 해변이 많이 더럽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바닷가에 분포된 쓰레기가 어느 정도인지 조사 했다. 담배꽁초, 유리, 플라스틱 등 수거한 쓰레기를 수치화하고 지도로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해안가 정화와 모니터링을 진행하며 다른 환경 활동들로 확장해 포함 시켰다. 여수 공업단지에서 대기질 측정, 순천만 갈대숲 습지생태도 배웠다. 서해안 새만금을 막은 시기라서 갯벌 사막화를 매년 가서 보니 슬펐다.
재활용 선별장에서 직접 선별도 했는데 냄새가 끔찍했다. 강원도 어느 생태마을에서 마신 솔잎차는 아직도 기억이 난다. 향의 잔상이 오래 간다. 끔찍한 경험도 좋은 경험도 했다.
기업과 진행한 프로그램이어서 처음에 녹색연합에서 안 되는 게 많았다. 협찬에서 브랜드 노출은 어쩔 수 없어서 중간에서 조율 했었다. 화려하면 안 되서 자제하다 보니 폭발적이지 못했지만 의미 있는 프로젝트라 좋았다. 그때까지 행사 기획하고 실행팀에 있다가 카피라이터로 옮기면서 함께 하지 못했고, 1~2년 뒤에 행사도 없어졌다.

‘왜 그렇게 사니? 미련 곰탱아’ 택시 승강장 광고 제작을 함께 하셨다. 요즘에도 서울에서 볼 수 있어 덕분에 녹색연합을 알게 된 사람들이 있다.
사실 그 광고는 아쉽다. 행동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캠페인 아이디어를 냈는데 진행되지 못 했다. 당시 사육곰 매입할 돈은 모금 되었는데 곰을 구출할 수도, 더 모금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어려웠다. 그때 갖고 있는 돈으로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만 하는 광고 정도라 아쉬웠다.

사육곰 광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하다.
사육곰 문제가 너무 어려웠고 사람들이 공감할 거리가 하나도 없었다. 먹고 사는 게 가장 큰 현안이니 사육곰도 농가에서 돈 벌려고 키우는 것 아니냐 생각할 것 같았다. 캐릭터가 아니라 살아있는 곰 어떤 점에 관심 가질까 고민하다가 요즘 다들 바꾸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련함, 답답함이 있는 것 같았다. 사육곰이 나올 수 없는 채 버텨야하는 공간인 ‘우리’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사회 공간인 ‘우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과 곰과의 공감대가 답답함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미련곰탱아’라고 얘기하면 사람들이 내 얘기인가 싶어 관심 갖게 될 것 같았다.
광고의 제일 큰 역할은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다. ‘사육곰 이야기입니다.’ 문장은 안 볼 사람들이 ‘미련곰탱아’ 문구에는 내 얘기인가 들여다보고 답답하게 지내는 동물도 있다고 알게 되지 않을까. 접점을 찾으려 노력하다가 찾아낸 키워드이다. 내 문제, 사회문제, 정치 현안이 많은데 사람들이 이게 궁금할까라는 고민도 들었었다.

녹색연합을 만나고 삶에 변화된 것들이 있다면요?
반찬, 커피, 배달음식에서 나오는 일회용기의 70~80%는 씻거나 헹궈서 버린다. 그린맵 대장정 때 재활용 선별장에 가서 직접 선별을 해보았다. 분리수거만 하고 오염된 채로 버려져 악취도 심하고 다 썩어서 세척해야 되나 싶었다.
주변에서는 왜 쓰레기를 씻어서 버리는지 묻는다. 가급적이면 깔끔한 상태로 버리고 싶다. 아직도 생각하면 그 악취가 나는 것 같고 충격적이다.
프로그램 진행하던 중 한창 열심히 할 때는 식당에 가면 잔반을 남기지 않았다. 같은 테이블 사람들에게 동의를 다 얻어서 내가 안 먹는 것들은 빼달라고 말했다. 지금은 많이 해이해졌다. 프로그램이 끝나고서도 녹색연합 분들을 만나면 눈치를 보게 된다. 조금이라도 실천하려고 노력 했다. 손수건을 가지고 다닌다던지 생활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했었다. 요즘에는 손수건도 못 들고 다니니 반성하게 된다. 생활 속 녹색실천은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요즘 관심 있는 환경문제는요?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결혼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결혼한 지 2년이 되어보니 생각보다 사람한테서 쓰레기가 많이 나왔다. 엉뚱하지만 백종원 씨가 음식물 쓰레기 줄이는데 기여를 많이 하지 않았나 싶다. 왜냐하면 내가 음식을 했는데 별로면 전부 버려야 하는데 쓰레기가 굉장하다. 백종원씨가 알려준 레시피를 따라하면 기본적으로 맛있어서 버릴 일이 진짜 없었다.
탈핵은 관심 있지만 어렵기도 하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아서 생활부분에 관심이 더 간다. 아무래도 생활에서 부딪치는 부분은 음식물과 쓰레기 문제다. 예전부터 녹색연합이 생활환경운동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멀리 있는 내가 무언가를 하기엔 막막한데 생활환경 분야는 뭐라도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은 활동들에 관심이 더 가더라.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으로서 촛불과 대선 이후 사회가 달라졌다고 보시는지요?
사람들이 다 너무 힘들다.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나간 이유는 너무 힘든데 그 원인이 그 사람들이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분노가 증폭된 부분들이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모였다고 본다.
시대적 억울함이라는 공감대가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있었던 것 같다. 그걸 계기로 사람들이 확실히 움직이고 참여하면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긴 것 같다. 한동안 패배감을 느껴 세상이 바뀔 수 있냐는 생각들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맛보는 성취감과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긴 듯 하다.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있으면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환경운동에 대해 다르게 볼 수 있는 것들을 넓혀주는 것들이 좋은 것 같다. 환경운동이 어렵지 않고 그 사람의 삶이 환경운동이라는 가치를 전달하는 것,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 알뜰하게 소비하려는 실천도 환경운동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놀랄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는 것도 큰 변화 아닌가 한다.

인터뷰 정리 김수지 (녹색연합 회원더하기팀)/ 사진 녹색연합

*위 글은 녹색희망 260호(2017년 11-12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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