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곰, 우리 시대의 자화상

2010.07.12 |

오늘 이 자리에서 ‘곰사육 폐지를 위한 특별 전시회’를 열게 된 것을 매우 뜻 깊게 생각합니다. 주장과 반주장이 만나고, 엇갈리는 가치가 충돌하는 권력의 핵심부 그 안으로 우리가 들어와서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웅담을 얻으려고 곰을 기르는 농가가 66개나 있고 사육 곰도 1,140마리나 있습니다. 이것은 곰을 길러 죽이는 잔인한 짓을 우리가 아직도 멈추지 못하고 있음을 말합니다. 곰이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죽어가고 또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녹색연합은 이것을 보고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2003년부터였습니다. 멸종위기종인 곰을 웅담 채취용으로 우리나라에서 기르고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비참하고 열악한 사육 실태도 드러내 알렸습니다. 2005년에는 설문조사를 통하여 우리 국민의 87.1%가 웅담을 채취하기 위해 곰을 사육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도 확인해보았고, 나아가 곰사육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는 대국민 서명 운동도 벌여 7만 명이 넘는 시민의 서명도 받아냈습니다.

이것은 대안이 없는 공허한 주장을 주창하고자 함이 아니었습니다. 대안도 찾아냈습니다. 학계가 내놓은 ‘웅담대체한약재에 관한 보고서’와 ‘곰사육정책 폐지를 위한 대안정책연구보고서’가 보기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웅담채취용 곰사육을 그만두도록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해왔습니다.

웅담을 얻겠다고 곰을 사육하는 것은 이를 데 없이 부끄러운 일입니다. 생명 일반에 대한 관심이 범세계화되고 있는 오늘날 이것은 더 이상 우리나라 안의 문제가 아닙니다. 유엔은 인간 때문에 급속히 사라지고 있는 생물종의 감소를 억제하기 위해 2010년을 세계생물종다양성의 해로 선포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와 더불어 생물종 보호를 위한 노력과 책임을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시점에 우리도 들어서 있습니다. 오늘날 웅담을 채취하기 위해 곰을 기르는 나라는 중국과 우리나라 두 곳 뿐이라고 하니 범세계 공동체의 시선과 여론이 어떨 것인지는 넉넉히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이 판국에 우리 정부는 G20정상회의와 세계자연보전총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이 어찌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오늘의 전시회가 이 부끄러움을 떨쳐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웅담을 채취하려는 인간의 탐욕 때문에 철창 안에 갇혀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사육곰의 참혹상과 웅담 채취용 곰사육을 중단해야 한다는 국민의 뜻이 국회의원들에게 알려져, 웅담 채취용 곰의 사육을 폐지하는 법안의 제정으로 나아갈 수 있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가 생명을 존중하는 모범된 나라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국회의원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와 분발을 호소합니다.

글 : 박영신 (녹색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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