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산양 사체 또 발견

2003.09.04 | 산양

2000년 1월부터 2003년 9월까지 최근 3년 9개월 동안 울진-삼척 일대에서 총 6마리의 산양이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밀렵과 서식지 파괴 그리고 환경부의 관리소홀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멸종위기에 내몰린 산양이 계속해서 죽어나가고 있지만, 산양의 보호를 위한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더욱이 삼척시 가곡면 일대는 산양 서식지를 파괴하는 765kV 송전탑 건설이 예정되어 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산양을 보호하기 위한 ‘산양서식지보호지구’ 지정 등 특단의 대책을 필요하다.

산양발견 경위 및 발견당시 현황
녹색연합은 2003년 9월 2일 11시 03분에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오저2리 여팔곡에서 산양의 사체를 발견하였다. 지역주민이 벌초 가는 길에 산양 사체를 발견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을 직접 확인한 결과, 울진-신태백간 345kV 송전철탑 진입도로 위에서 죽어있는 산양을 발견하였다. 이로써 2000년 이후 산양의 주요 서식지로 알려진 강원도 삼척-경상북도 울진 지역에서 죽어있는 산양을 발견한 것이 여섯 번째이다.



산양 서식실태와 개체군 현황
산양(Naemorhedus caudatus)은 우제목(Artiodactyla) 소과(Bovidae)에 속하는 야생동물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제10호이며, 천연기념물 217호(1968.11. 20 지정)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고,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 부속서 Ⅰ에 등재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하여도 전국적으로 분포 서식하였으나, 현재는 제한된 지역에 690개체에서 784개체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주요 서식지는 비무장지대, 양구-화천지역, 울진-삼척-봉화지역 및 설악산지역 4개소로 나타났다. 산양은 계속되는 밀렵과 서식지파괴로 인해 개체수가 매우 감소하고 있으며, 극히 제한된 지역에서만 서식하고 있을 정도로 멸종위기에 직면한 종이다.

삼척 울진 지역 산양의 서식현황
산양은 강원도를 중심으로 백두대간을 따라 금강산에서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으로 이어져 남쪽으로 울진의 불영계곡까지 분포하고 있다. 서식지는 주로 암벽이나 암릉지대. 절벽이나 가파른 바위 주변에 둥지를 틀고 생활의 터전을 삼고 산다. 그래서 산양의 흔적은 바위가 있는 급경사의 높은 산에서 많이 발견된다. 특히 배설물은 언뜻 보면 염소 배설물과 흡사하지만 굵기가 조금 더 굵고 무더기로 싸놓는 것이 특징이다. 녹색연합 조사결과, 삼척시 가곡면 백병산, 응봉산, 복두산, 용소골, 울진군 서면 통고산, 북면 장재산, 봉화군 석포면 묘봉, 석포리천 일대는 암벽이나 암릉지대, 절벽과 가파른 바위가 많아 산양의 서식처로 적합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이 지역에서 산양 배설물을 다수 확인하였다.



     ▲  울진-삼척 지역 산양 사체 발견 현황

발견된 산양의 형태
여팔곡 송전철탑(울진-신태백간 345kV) 진입도로 위에서 발견된 산양은 외상이 전혀 없는 온전한 형태로 죽은 지 4~5일이 지났으며, 암컷으로 뿔의 형태로 볼 때 6-7년 생으로 추정된다. 산양의 몸길이는 1m 5㎝, 꼬리길이는 25㎝, 귀길이는 15㎝, 뒷다리길이는 60㎝, 뿔길이는 19㎝, 몸높이는 73㎝로 측정되었다.



산양의 사체가 발견된 지점은 삼척시 가곡면 오저2리 남쪽에 있는 여팔산(如八山) 여팔곡이다. 산양의 사체는 여팔곡을 따라 나있는 울진-신태백간 345kV 송전철탑 진입도로 위에서 발견되었다. 여팔곡은 급경사의 암벽 지역으로 소나무와 참나무가 무성한 원시림을 이루고 민가와 상당히 떨어져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곳으로 주로 송이를 채취하는 주민들만 출입하던 곳이다. 주민들에 의해 산양의 서식이 자주 확인되던 곳으로 녹색연합은 지난 6월 24일 가곡면 일대에서 산양서식지를 조사하다 산양 두 마리를 목격했다. 그러나 1998년 12월부터 345kV 송전철탑이 건설되면서 사람들의 출입이 많아지고 공사로 인한 소음과 진동 발생 그리고 산림훼손이 발생하면서 산양 서식 흔적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산양의 서식을 확인 할 수 있는 주민들의 목격담이나 배설물, 휴식흔적, 먹이를 먹은 흔적 등이 아주 드물게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산양이 죽은 원인
이번에 발견한 산양사체는 올무에 걸린 흔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밀렵이 그 원인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이 지역은 예전 345kV 송전탑 작업로로 이용되었던 곳으로 현재에도 765kV 송전선로 예정부지로 선정되어 있어 사람의 출입이 잦다. 또한 고도 186m의 저지대로 마을에서 불과 500여 m정도 떨어져 있어 산양의 서식 가능성이 희박한 지역이다. 산양이 이러한 곳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다는 것은 바로 서식지 단절을 암시한다. 산양의 서식지가 송전선로 건설과 같은 막대한 개발사업으로 감소 및 단절되어 산양이 원래의 영역을 찾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천연기념물이자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서식지에 대한 환경부의 보호대책이 전무한 실정이어서 산양의 목숨을 더욱 위태롭게 하고 있다.

산양 사체 주변의 환경실태
산양의 사체는 2000년 1월 13일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2000년 2월 14일과 25일,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일대의 산지에서 밀렵도구인 올무에 의해 죽은 채 발견되었다. 그리고 2002년 8월 경상북도 울진군 서면 소광리 찬물내기 부근에서 올무에 걸린 채 죽은 산양을 발견하였다. 지난 90년 이후 국내의 대표적인 멸종위기 희귀종인 산양이 5회나 밀렵으로 죽어간 것은 울진-삼척의 산양이 유일하다. 특히 이번에 죽은 산양은 송전탑 건설이라는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인한 서식지 단절이 사인으로 추정되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 지역은 345kV 송전탑 건설 당시인 1998년부터 산림 훼손 및 주민식수원 파괴와 민가 훼손 등 가곡면 일대에 막대한 환경피해를 가져왔다. 특히 2002년 여름, 송전탑 부지와 작업로 절개면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풍곡리, 동활리와 오저리 일대 계곡 및 민가․농지 피해가 속출하였다. 또한 345kV 울진-신태백 송전탑 건설에 이용되었던 콘크리트 특수폐기물이 다량 매립(한전 440톤 매립 시인, 주민 700~800여톤 추정)된 채 그대로 방치되어 계곡생태계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게다가 이곳은 765kV 울진-신태백 송전선로 건설 예정부지로 선정되어 있어 이대로 공사가 강행될 경우 산림파괴 및 희귀야생동․식물의 서식지 단절이 불 보듯 뻔하다.

녹색연합의 주장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은 산양을 비롯하여 사향노루, 수달, 담비, 삵 등의 다양한 희귀야생동물의 서식지이다. 삼척-울진의 울창한 산림은 국립공원에 버금가는 생태적 가치를 지닌 곳으로 멸종위기에 몰린 야생동물의 마지막 보금자리이다. 그럼에도 이 지역은 345kV 송전선로 건설 등과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야생동식물의 서식지가 단절되었다. 또한 사업 이후에 훼손지 복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야생동·식물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현재 산양의 주 서식지인 이 곳은 추가로 765kV 송전선로가 건설 계획 중에 있다. 녹색연합은 2002년 3월 환경부 자연정책과에 국내 제일의 야생동물서식지인 울진-삼척 지역에 대한 자연생태계보전지역 지정을 건의했다. 이에 환경부는 이 지역 조사와 생태계보전지역 지정을 동시에 약속했다. 다만 ‘예산이 부족하니 2003년 초에 조사에 착수하여 보전지역으로 지정하자’며 그때까지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녹색연합은 환경부의 이런 약속을 수 차례에 걸쳐서 공식, 비공식적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2003년 4월 15일 경 환경부는 보전지역의 지정에 대한 약속은 저버리고 대형개발사업인 한전의 765kV초고압송전탑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협의해주었다. 자신들의 고유한 임무인 생태계보전지역 지정은 내팽개치고, 대규모개발사업은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고 허가해 주었다. 환경부가 과연 국가의 자연자원을 책임진 행정부처인지 의심스럽다. 환경부가 어떻게 보전지구 지정에 대한 약속은 저버리고 기존의 송전탑으로 인한 재해와 생태계 피해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삼척 가곡 지역에 또 다시 환경평가를 협의 해 줄 수 있는지 이해 할 수 없다.

이에 녹색연합은 멸종위기에 처한 또 다른 산양의 주검을 방지하기 위해 이 지역 주요 산양서식처에 대한 대대적 조사를 바탕으로 이 일대를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요구한다.

1. 정부는 멸종위기 및 보호대상종 동물에 대한 관리 대책을 제대로 하라
2. 환경부는 강원도 삼척 일대를 멸종위기종 야생동물보호지구로 즉각 지정하라
3. 산양서식지를 관통하는 765kV 울진-신태백 송전선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실시하라.
4. 산양의 서식지 단절을 야기하는 345kV 송전선로 피해 훼손 지역을 즉각 복구하라.

2003년 9월 4일
녹색연합

※ 문의 : 서재철 국장(019-478-3607), 남경숙 간사(016-426-0986),
             녹색연합(744-9025)

※ 현장에 대한 동영상과 사진이 준비되어 있으니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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