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복원 사회적 합의 외면한 국토부

2020.04.29 | 산양

  • 36번 국도 확장공사 환경영향평가 5년 협의 끝에 생태복원 조건으로 착공
  • 국토부는 협의조건 외면, 환경부와 산림청은 관리감독 부실
  • 생태복원은 고사하고 마구잡이로 추진된 공사
  • 산사태 토석류 발생 재해 위험까지 방치
  • 문화재지구 훼손과 멸종위기종 서식지 생태계 파괴

국내 환경영향평가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국책사업이 난개발로 점철되고 있다. 36번 국도 경북 울진 금강송면-근남구간 약 20km의 확장공사다. 지난 2006년 12월 환경부(대구지방환경청)는 국토부(부산지방국토청)의 36번 국도 공사 환경영향평가를 협의했다. 5년 이상을 보완 반려 재협의를 거듭한 끝에 어렵게 협의를 했다. 신설국도를 건설하는 대신 기존 국도를 전면 생태복원 하는 조건이었다. 심각한 생태계 훼손 우려를 생태복원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면서 갈무리 한 것이다.   

지난 4월 1일 울진 36번 국도는 공사를 마치고 개통되었다. 그러나 국토부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공사 착공 이후 10년 지났으나 생태복원은 계획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것이다. 환경부도 환경평가의 협의 사항을 방치했다. 환경부는 관리·감독을 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토부는 문화재보호구지구를 마구잡이로 파헤치고 복구도 하지 않은 채 난개발을 자행했다. 공사 현장 주변에는 생태계 훼손과 함께 산사태와 토석류 재해도 시작되고 있다. 특히 이 일대는 최대 산양서식지이자 한국의 최고의 금강소나무군락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공사과정에서 제대로 된 훼손지 복구와 생태복원은 외면하고 있다. 이런 국토부의 무분별한 공사를 환경부는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하고 뒷짐을 지고 있다. 문제의 현장은 36번 국도 확장공사 구간인 경상북도 울진군 금강송면 일대다. 신설 국도 공사 현장이 부실한 환경관리로 인해 생태계와 재해·안전 모두 위협받고 있다. 

국토부는 국도 건설을 위해 문화재지구였던 산림지역의 계곡과 능선을 파헤쳤다. 터널과 교각 공사를 하기 위한 진입로 공사를 하면서 과도한 산림을 절취 훼손했다. 국토부는 산림과 생태계 복원을 제대로 하지 않고 방치한 결과 훼손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공사 현장 곳곳에 흙과 토석이 계곡으로 쓸려 들어가고 있다. 공사 과정에 벌목했던 나무들이 계곡 곳곳에 나뒹굴고 있으며, 2차 3차 훼손으로 산림이 추가로 훼손되면서 소나무가 쓰러지고 있다. 복구공사 또한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복구를 위해 심은 나무는 모두 죽어가고 있다. 돌쌓기를 한 복구 현장에는 냉장고만한 돌들이 무너지고 있다. 무너진 성토부의 흙은 계곡으로 계속 쓸려 내려가고 있다. 올여름 집중호우가 내리면 방치한 공사 현장의 흙과 돌 그리고 유목이 떠내려가 아래 기존 국도의 교각과 노면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훼손과 재해 위험은 2019년 5월부터 방치되고 있었다. 환경부가 사후환경평가를 제대로 관리·감독 하지 않은 결과다. 또한 국토부의 난개발식 토목공사가 아직도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2010년 6월에 착공한 36번 국도 확장공사 현장은 기존에 이용하던 36번 국도 울진 금강송면 불영사계곡을 대체하는 직선형 국도를 건설하는 공사였다. 기존 국도의 선형이 구불구불하여 통행 시간이 많이 걸려서 지역사회의 숙원사업으로 추진된 것이다. 그러나 도로 주변이 국내 최고 수준의 자연생태계 지역이었다. 그래서 환경영향평가를 협의하는 데만 5년 이상 걸렸다. 환경영향평가서가 협의-반려-보완이 5차례 반복될 정도로 협의가 쉽지 않은 곳이었다. 환경부의 환경평가 역사에서 서울양양고속도로와 함께 가장 오랜 기간 환경평가 협의를 한 사례이기도 하다. 36번국도 울진 금강송면 일대는 기존 도로와 신설도로는 모두 문화재지구로 ‘명승 6호 불영사계곡’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도로 북쪽은 울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며, 남쪽은 왕피천생태경관보전지역이다. 왕피천보전지역은 국내 생태경관보전지역 중 면적이 제일 넓고 생물다양성이 뛰어난 곳이다. 

2006년 신설 36번국도의 환경영향평가 핵심 협의 조건이 바로 기존 국도의 전면 생태복원이었다. 이 협의는 중요한 사회적 합의였다. 환경부, 국토부, 울진군청, 지역주민, 환경단체 등이 참여한 의미 있는 약속이었다. 당시 합의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새만금 공사, 사패산터널, 천성산고속철도 등 대형국책사업으로 환경생태갈등이 커지는 것을 극복하자는 취지였다. 

2020년 4월 1일 신설 36번 국도는 개통되었다. 생태복원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마구잡이 공사로 생태계가 훼손되고,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재해 위험이 방치된 상황이다. 울진 36번국도 개통 현장은 환경부의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관리의 생생한 현장이다.

<36번 국도 확장공사 환경영향평가 및 생태복원 사회적 합의 경과>
1999년 8월 부산지방국토관리청 대구지방환경청에 1차 노선협의 요청
1999년 9월 대구환경청 1차 노선협의 결과 통보 ‘환경 악영향 고려 사업시행 재검토’
1999년 11월 2차 노선협의/노선 확장의 필요성을 강조한 재협의
1999년 12월 2차 노선협의 결과 통보 ‘환경 악영향 고려, 사업시행 재검토
2000년 2월 3차 노선협의 결과 통보 ‘환경악영향 최소화를 전제한 조건부 협의’
2000년 8월 부산국토청 환경영향평가 초안제출
2000년 10월 환경평가 초안 검토의견 통보 ‘자연환경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사업시행요구’
2000년 12월 부산국토청 환경영향평가 최종보고서 제출
2001년 3월 대구환경청 협의 결과 통보 ‘환경악영향을 고려해 사업시행 재검토’
2001년 5월 부산국토청 이의신청(1차)
< 사업시행 부동의 협의로 내어 계획 추진을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사업의 보완 또는 추가 저감방안 및 보완대책 등과 같은 대안을 찾아 개발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환경영향평가제도 당초의 취지에 맞는 것이다>
2001년 6월 대구환경청 이의신청에 따른 사업시행 재검토 회신 공문 발송’부산국토청의 36번국도 서면 근남 확장공사 설계안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다는 이유로 반려통보
<자연환경의 훼손을 방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본 도로 건설 사업은 시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 계획노선 부지의 약 20%가 녹지자연도 8등급(생태자연도1등급)으로 보존가치가 높음
– 수달, 산양, 삵, 담비 등 법적 보호종이 다수 분포하고, 금강소나무군락의 훼손이 불가피함
– 터널공사로 인해 불영사계곡 및 지류의 환경적 악영향과 심각한 지형훼손을 초래함
2001년 8월 2차 이의신청/환경 악영향을 고려해 사업시행 재검토 회신
2004년 3월 환경영향평가서 4차 이의신청/대안노선으로 사업계획 조정 회신
2004년 5월 국도36호선 친환경 노선선정 조사위 활동
2004년 6월 부산지방국토청, 울진군청, 생태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고 대구지방환경청 이 협의하는 친환경 노선과 생태복원 사업방안을 찾기 위한 활동을 전개
2006년 11월 2000년부터 2006년까지 5차에 걸친 환경영향평가 제출
-보완-제출 반복됨 이의신청과‘친환경 노선 선정 공동 조사단’까지 꾸리는 등 한국의 환경정책과 환경평가에서 기록적인 접근을 함
2006년 12월 대구지방환경청과 부산지방국토청 36번 국도 울진~서면간 19.4㎞ 건설공사가 08년 착공하는 것으로 합의
<신설확장 36번국도를 건설하면서 불영계곡을 통과하는 기존국도를 자연상태로 생태복원하는 조건으로 합의>
2009년 5월 36번 국도 봉화 소천 – 울진 금강송면 구간 공사착공
2010년 6월 36번 국도 울진 금강송면-근남 구간 공사착공
2014년 11월 녹색연합 부산지방국토청에 ‘36번 국도 신설확장실공사로 인해 기존국도를 생태복원하기로 한 사회적 합의와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 국토부(부산국토청) 환경영향평가 협의 이후 8년, 공사착공 이후 5년동안 사회적 합의인 생태복원 약속 미이행, 대구지방환경청 방치
2020년 4월 36번 국도 울진 금강송면-근남 구간 개통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