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이 오싹, 울진삼척 산양서식지의 험난했던 사연

2011.08.03 | 산양

녹색연합은 지난 99년부터 낙동정맥환경탐사를 계기로 울진삼척 지역의 자연환경과 산림생태계의 가치를 주목하고 많은 활동을 펼쳐 왔다. 울진과 삼척의 경계인 울진군 서면, 북면, 봉화군 석포면, 삼척시 가곡면 일대의 산양서식지에 대한 조사도 전개하였다. 특히 울진삼척 산양서식지는 국내에서 야생동물의 서식 상황이 가장 양호한 지역이다. 곰 이외의 주요 포유동물 종들이 거의 다 서식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래서 녹색연합은 지난 2001년부터 울진삼척의 산양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활동에 나섰다. 산양서식지를 조사하여 보고서를 발간하고 정부의 보전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한 여름엔 청년생태학교를 비롯하여 시민들과 함께 국내 최대 산양서식지를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겨울철에는 밀렵으로부터 산양과 멸종위기 동물을 지키기 위한 활동도 함께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단체는 겪어보기 힘든 여러 가지 특별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자원활동가들과 상근활동가들이 주축이 된 현장 조사팀이 주로 겪었던 이런 사연은 녹색연합의 역사에서도 범상치 않은 에피소드로 기록되었다.

가장 인상에 남는 일은 2003년 3월 초순에 신영철씨를 비롯한 3명의 자원활동가들이 겪은 일이다. 산양을 조사하던 중에 죽은 사람의 시체를 발견했다. 당시 상황은 초봄의 문턱, 산속에 눈이 녹기 시작한 3월 초순으로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의 용소골과 문지골 사이의 능선을 오르던 중이었다. 이곳은 일반 등산로가 전혀 없고, 지역주민들도 거의 들어가지 않는, 암봉과 암릉으로 이루어진 능선부 근처의 약간 사면 쪽으로 이어진 곳이었다. 산양의 서식지로 전형적인 곳이었다. 인솔자인 신영철씨는 시체를 마주하자마자 해골을 발견하고 사람의 시체로 판단했다. 이런 상황을 처음 겪는 사람들은 야생동물로 추정하기도 한다. 놀랍기도 하고, 약간은 긴장되기도 한 현장을 마주한 것이다. 그래서 신영철씨는 곧바로 하산하여 삼척경찰서에 신고를 했다.  형사들이 즉시 시체가 있는 곳으로 출동하여 시체 주변의 유품을 수거하여 누구의 시체인지 확인하였다.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시체는 발견 시점으로부터 3년 전에 대구에서 실종된 30대 남자였다. 경찰에서는 실족사보다 자살로 결론짓고, 망자의 유가족에게 시체를 인도하였다. 아울러 신영철씨를 비롯한 녹색연합 자원활동가들에게 ‘망자의 원혼을 달래주게 되어 다행이다’라는 요지의 감사의 뜻도 전달하였다. 녹색연합 뿐만 아니라 학자들이나 정부기관의 자연생태계 연구자들도 자연환경이나 산림생태계 조사를 위해 깊은 숲속을 많이 다닌다. 하지만 포유동물 등의 시체를 목격하는 경우는 간혹 있어도 사람의 시체를 직접 마주한 경우는 거의 없다. 흔치 않은 일이었다.

또 다른 일도 있었다. 자원활동가들을 포함한 활동가들이 위험한 처했었다. 2003년 12월로 기억된다. 산양서식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었다. 울진 서면 소광리 일대의 산양이 사는 숲속을 3-4명씩 조를 나누어 흩어져, 깊은 산속과 능선을 이동하면서 조사했다. 그런데 오후에 눈이 내리면서 한 조가 베이스캠프인 숙소로 복귀하지 못하여 결국 119에 신고가 들어가고 울진국유림관리소에 도움을 요청하여 눈 덮인 산속을 찾아 나섰다. 다행히 울진국유림관리소 직원들이 당초 나섰던 길과 반대편의 골짜기로 떨어져서 헤매던 조난 활동가들을 발견하고 무사히 숙소로 복귀하였다.

이런 사연은 2007년 2월에도 있었다. 당시 신입활동가들 교육의 일환으로 함께 산양 조사에 나섰다. 그런데 삼척 풍곡리에서 봉화 석포면으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들어간 팀에서 오후 5시 경 119로 직접 신고가 들어간 것이다. 숙소에서 기다리던 활동가들과 삼척 풍곡리 주민들로 구성된 응봉산산악구조대 그리고 119대원 등 20여명이 장비를 챙겨서 산속으로 들어갔다. 해발 800m 되는 산속에서 저녁 8시 경 조난에 처한 활동가들을 발견하고 무사히 숙소로 내려온 것이다. 당시 그 조에 포함된 신입활동가 중 1명이 다리가 삐어서 걷지 못하면서 그 조 전체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던 것이다. 연령층이 50세가 넘는 응봉산산악구조대의 구조 활동은 눈이 부셨다. 전부 지역주민들인 구조대는 응봉산 산세와 흐름은 거의 귀신처럼 꿰고 있어서, 전문구조대인 119구조대는 뒤에서 따라오고 수색부터 조난자 후송까지 산속에서는 거의 특수구조대를 뺨칠 정도로 구조 활동을 전개했던 기억이 선하다.

두 번의 조난은 녹색연합의 현장 활동 역사에서 가장 위험했던 순간이었다. 야생동물, 백두대간 등 현장 조사 과정에서 안전에 대해서는 많은 준비와 대책을 한다. 하지만  대자연의 엄혹함은 조금의 방심과 실수도 심각한 얼굴도 다가온다. 교훈은 한가지다. 항상 자연에 들 때에는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조심스러운 자세로 구체적인 대비를 하는 것이다.

녹색연합 20주년을 맞아 “스무살 녹색, 그때 그 순간”을 연재합니다.
20년의 세월 속에 고이고이 간직하고 있던 녹색연합의 속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글 :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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