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친구_착한소풍_후기]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

2019.11.05 | 생명 이동권

*11월 2일에 있었던 새충돌방지를 위한 스티커 부착활동- [착한소풍]에 참여했던 녹색연합 백수미회원님께서 보내주신 후기입니다. 사진도 직접 찍어서 보내주셨어요! ㅎ

 

2019 . 11 . 02 토요일

오늘은 <새 친구 2기> 와 카카오가 함께하는 <착한 소풍> 날이다.

목적지는 충남 서산시 <죽음의 649번 도로>, <페더 프렌들리>라는 스티커를 유리 방음벽에 붙여 새들의 충돌사를 막기 위한 봉사활동이다. 실제로 바로 며칠 전 회사건물 유리에 새가 부딪혀 죽은걸 보고 적지않은 충격을 받은터라, 모니터링 교육날보다 더 비장한 마음으로 출발장소를 향했다.

약속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는데도 벌써 와계신 분들이 많았고, 몰래 안오신 한 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제시간에 오셔서 9시05분, 늦지 않게 착한버스는 출발할 수 있었다.

버스 뒷자리에서 동그랗게 보이는 <새친구> 들의 머리를 보다가, 문득 신기하단 생각이 들었다. 처음 만나는 40여명의 사람들이 그저 새들을 살리고 싶은 마음 하나로 이 먼 길을 달려가고 있다. 그것도 누구나 편히 쉬고 싶어하는 토요일 아침에 말이다.

‘ 무엇이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걸까…! ‘

11시반쯤 서산시 도비산에 들어섰는데, 구불구불 좁은 산길이라 나뭇가지들이 쉴새 없이 버스에 부딪혔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도비마루> 라는 한식집, 무척 운치있는 곳이다.

맛깔스런 비빔밥과 반찬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간단한 도시락을 예상하고 왔는데, 생각지 못한 푸짐한 음식에 정신없이 한그릇 뚝딱.

바로 옆에 <부석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휴식 시간동안 짧은 산책에도 나서보았다.

<도비>라는 이름이 특이해서 검색해 봤더니, <바다 한가운데를 날아가는 섬> 과 같은 지형이라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바다 위를 날아가는 섬이라니…왠지 새들을 위한 오늘의 소풍과 어울리는 장소같다.

작은 꽃들을 만나고, 서울에는 없는 상쾌한 공기도 듬뿍 마신 뒤 1시 10분, 짧고도 꿀같은 휴식을 뒤로한 채 곧장 현장으로 향했다.

김영준 박사님과 서한수님이 아이들과 먼저 가이드 작업을 하고 계셨는데, 몇걸음 건너 하나씩 발견될 정도로 새들의 사체가 많아 다들 놀랐다. 게다가 또 하나 놀란 이유가 있는데, 바로 주변 환경…

집들이 많지 않은 시골 동네, 완공되려면 한참 남은듯한 고속도로, 그 사이를 길고도 긴 투명 유리벽이 가로지르고 있는걸 보니 그저 가슴만 답답해져왔다.

‘아직 차들도 다니지 않는 곳에 대체 왜???’ 내가 낸 세금이 이렇게 쓰이고 있구나…………

작업도구를 나눠갖고, 2명이 방음벽 한칸씩 자리 잡았다.

벌써 1시반, 떠나기 전까지는 앞으로 3시간. 최대한 많은 구간을 위 아래 완벽하게 끝내려면 서둘러야 했다. 먼저, 유리를 깨끗이 닦고, 10cm 가이드 라인을 만들고, 꼼꼼히 스티커를 붙여 나갔다.

현장 여건은 생각보다 좋지 않았는데, 최근에 생긴듯한 바닥턱 때문에 트럭 짐칸을 딛고 붙이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고, 여러 방향으로 시도해 보았지만, 트럭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높은 구간을 작업하기 위해선 사다리와 의자를 쉴새없이 옮기고 잡아줘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활동가님들이 많은 고생을 하셨다.

점점 스티커 붙이는 속도가 빨라지고, 완성되는 구간도 늘어나면서 옆 사람과 이야기도 나누고, 방음벽 너머의 경치도 구경하며 어느새 제법 능숙한 솜씨로 작업하고 있었다. 중간에 새참으로 먹은 귤과 쥬스는 또 어쩜 그리 달고 시원하던지!

4시가 넘어서니 해가 저물기 시작했고, 준비해온 스티커도 바닥났다. 마지막 남은 스티커로 중간중간 비어있는 부분을 땜빵한 후………작업 종료.

완성된 구간을 바라보며 꽤 많이 붙였다는 사실에 다같이 뿌듯해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남아있는 방음벽이 아직도 많아 아쉬움이 남는다고들 했다. “다 붙일 수 있으면 좋을텐데…”

다음 소풍이 열릴때까지, 적어도 우리 손으로 작업한 곳에서는 더이상 죽는 새가 없기를 바라며, 기념 사진을 마지막으로 착한소풍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활짝 웃으며 인사 나누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이곳에 도착할때보다 훨씬 밝고 편안해진 표정들에서 휴일날 이렇게 멀리까지 올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함께 살아가는 작은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그 선한 마음이 이들을 행동하게 한다는 사실을.

그동안 주변에 무심하고 나와 내 가족만 위하며 살아왔는데, ‘함께 살아간다’ 는 의미가 무엇인지, 이번 소풍을 통해 조금은 알게 된 느낌이다.

녹색연합의 <천년만년 살 것 같지?> 란 책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지구상의 생물들 중 어느 한 종을 잃는 것은 비행기 날개에 달린 나사못을 빼는 것과 같다. “– 폴 에를리히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며, 우리만 잘 먹고 잘 살수 없게 만들어 졌다는걸 잊지 않으려 한다. 다른 생명들 역시 후손을 낳고 교육하고 안전하게 생존시켜 다음세대를 이어가는 우리의 이웃임을 알게 된다면, 정말이지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착한 소풍을 열어주신 <녹색연합> 과 <카카오같이가치> 에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 더 많은 분들이 이 느낌을 공유하고 함께 이야기하는 날이 오길 기대하며,

죽음의 유리벽 No! 자유롭게 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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