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멸종위기종의 해제는 멸종의 지름길이다

2011.06.15 | 환경일반

멸종위기종의 해제는 멸종의 지름길이다
–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동물 삵, 하늘다람쥐, 맹꽁이등 해지 근거 명확하지 않아
– 멸종위기종 재지정 결국은 개발논리에 밀린 꼴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의 해지를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부실논란 및 개발의 면죄부에 언급된 종들을 집중적으로 해지하려한다. 무분별한 골프장 건설 추진과정에서 언급된 하늘다람쥐, 삵 등이 해지의 대상이다. 대규모 택지와 아파트 단지의 건설에서 언급된 맹꽁이도 해지 대상이다. 이렇듯 개발과 보전의 첨예한 사안에서 환경과 생태의 마지막 보루로 언급된 종을 해지하는 것은 환경부 스스로 부처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아울러 해외에서는 멸종위기종을 해지 또는 해제 할 경우 어떤 과정도 절차를 밟는지, 관련한 전문가들의 충분한 검토를 거치는지에 대한 비교조사도 없이 추진하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다. 단 한 종의 멸종위기종이라도 해지나 등급을 낮추려면 충분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해당 종에 대한 전국적인 서식분포를 비롯하여 주요 서식지의 밀도에 대한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의 과학적인 검토인 논문 한편조차 없이 추진하는 해제 작업은 전문성이 배제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자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토지이용밀도가 높고, 국토를 개발하는 속도가 가장 빠르고 전면적인 나라다. 특히 서식지의 파괴는 극심한 상황이다. 과연 동물들의 입장에서 야생의 관점에서 한 번이라도 서서 생각해 보았는지 의문이다. 환경부는 멸종위기종의 해지는, 멸종으로 가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멸종위기종 해지 근거는 무엇인가?
해지종이나 해지 후보종에 대해 환경부가 과거에 비해 더 많은 곳에서 확인되거나, 과거에 비해 개체수가 증가되고 있다는 이유를 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야생동식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았던 과거에 비하면, 요즘은 다양한 주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야생동식물에 대한 조사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조사의 광범위함으로 인해 과거에 비해 많은 지역에서 서식여부가 확인 되었다 하더라도 이것이 멸종위기종에서 해지 될 근거로 이용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① 포유류
환경부가 삵과 하늘다람쥐의 멸종위기 해제 후보종으로 분류한 근거로 밝힌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하며 과거보다 더 많은 개체들이 보고” 되었다거나, “최근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상당수 개체들이 관찰된”다고 하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일 뿐이다. 최근 조사의 광범위 함으로 인해 과거에 비해 서식지역이 다수 확인 될 수는 있지만 이것이 멸종위기종의 해지 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삵과 하늘다람쥐가 멸종위기 해제하기 위해서는 개체군의 크기, 서식지역의 정확한 분포도 등을 통해 멸종위기에서 해지될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다.

등급변경종인 수달의 경우, 많은 조사로 인해 개체수 및 분포지가 이전보다 많이 진행되어 개체 수 및 분포지가 이전보다 확장하고 있다고 환경부는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조사가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던 결과로, 개체수가 과거보다 늘었다는 것으로 보기에는 어렵다.  다른 동물과 다르게 강변을 선으로 이동하는 수달은 길게는 15km까지 이동하는 특징을 갖고 있어 한 개체가 여러 곳에서 중복적으로 확인될 가능성도 높다.

수달의 경우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80년대 멸종한 종이다. 하천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하천 직강화가 대대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수달이 새끼를 낳고 기를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게 된 것이 큰 이유로 꼽힌다.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우리도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과 지천 사업이 하천의 깃대종인 수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강의 수심과 너비를 일정하게 만들고, 지천변을 콘크리트 구조물로 메꾸고 있는 상황에서 수달의 서식위협은 더 커지고 있다.

② 조류
멸종위기 해제 종으로 올라온 개구리매, 비둘기조롱이, 큰말똥가리, 털발말똥가리, 해제 후보종으로 올라와 있는 알락개구리매, 잿빛개구리매, 검은목두루미와 같은 종 대부분은 초지나 습지에서 서식하고 있다.

검은목두루미가 해제후보종으로 선정된 이유에 대해 ‘도래 개체 수가 매우 적고 불규칙적이며’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검은목 두루미는 흑두리와 순천만을 찾아오는 귀한 철새이다. 또한 알락개구리매의 경우, 번식이 확인되지 않아 해제 후보종으로 올라와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알락개구리매가 과거 국내에서 번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과거 낙동강 수계, 동해 인근의 습지에서 서식이 확인이 되었으나 최근 들어 습지등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알락개구리매의 번식장소가 없어지자 더 이상 국내에 규칙적으로 도래하지 않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알락개구리매와 같은 초지, 습지에 서식하는 조류가 살 수 있는 공간을 지켜내는 것이 그곳에 살아가는 조류를 멸종위기종에서 해지하는 것이 아니다,

우려 되는 것은 초지, 습지에 살아가는 조류가 대거 멸종위기 종에서 해지될 경우 초지와 습지를 각종 개발사업에서 보전할 수 있는 근거가 사라진다.

③ 어류
현재 어류의 경우 둑중개를 포함한 3종이 멸종위기종에서 해제되고, 묵납자루가 해제 후보종에 포함되어 있다.

둑중개의 경우 최상류 수계에만 서식하는 냉수성 어류로, 과거에는 섬진강과 금강 최상류 지역에서도 서식을 확인했지만 현재는 한강 최상류 수계지역인 강원도 일부 홍천 원주 지역의 산간지대에서나 볼 수 있는 종이다. 이를 멸종위기종에서 해지하게 될 경우 산간 계류지역을 각종 개발사업에서 보호할 수 있는 근거가 사라진다. 또한 기후변화시대 냉수성어류로 기후변화가 산림 계류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 할 수 있는 지표종으로 연구의 가치도 높은 상황이다.

해제 후보종으로 분류된 묵납자루의 경우는 국내에만 서식하는 특산종이다. 묵납자루의 경우 생김새가 예뻐 국내에서 포획하거나 포획한 종을 증식하여 한 마리당 몇십만원씩에 거래되고 있다. 묵납자루가 멸종위기종에서 해제 되게 될 경우 남획의 여지가 높은 개체여 멸종위기종 해제가 될 경우 개체군 감소가 심각한 수준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④ 양서류
기후변화 취약종인 양서류는 전 세계적으로 종의 구분을 불문하고 보호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하고 취약한 종이 양서류다. 해제 후보종으로 올라온 맹꽁이의 경우 생태적 특성상 장마시기에만 한시적으로 관찰이 가능한 종이다. 성장의 속도도 빨라 올챙이나 알의 확인도 한시적인 시기에만 가능하고 성체의 경우 비가 오는 여름철 밤에나 확인이 가능해 모니터링도 쉽지 않은 종이다.

최근 도심 외곽의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되고 뉴타운등 대단위 택지개발이 진행되면서 상대적으로 도심 외곽 논경지나 산림 인근 초지에서 서식하고 있던 맹꽁이가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많아지기는 했다. 하지만 이것이 맹꽁이가 과거에 많이 서식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또한 지난 2010년 국립생물자원관은 맹꽁이를 기후변화를 모니터 할 수 있는 기후변화 지표종으로 선정하여 모니터하고 있다. 기후변화 시대 양서류 보호에 대한 전세계적 노력이 있는 상황에서 멸종위기종에서 해제하겠다는 환경부의 안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멸종위기종 해제 보다 신중한 태도로 접근해야
멸종위기종 해제와 관련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야생동식물에 대한 구체적 연구가 상당히 부족하게 진행되었다는 것을 환경부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현재 개체수나 서식환경에 대해 비교 할 수 있는 과거자료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예전에 비해 늘어났다거나 많은 지역에서 발견되었다는 이유로 멸종위기종에서 해제하겠다는 것은 주관적 판단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멸종위기종 해제종, 해제 후보종으로 올라온 상당히 많은 야생동식물의 개체수, 서식조건의 변화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과학적 데이터가 부족한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멸종위기종 해제와 관련한 모든 절차와 과정이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게다가 여전히 야생동식물 보호보다는 개발논리가 앞서있는 사회에서 환경부가 제시한 멸종위기종 해제안은 더욱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멸종위기종에 해제되거나 해제 후보종으로 지정된 종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낮아지고 이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남획등이 이뤄지면 그때는 정말 늦는다. 반달가슴곰, 여우, 늑대, 산양. 이모든 종은 과거 서식지 파괴와 남획으로 인해 멸종되어 현재 복원사업을 검토하거나 진행하고 있는 종이다. 매년 수백억의 예산을 들여도 복원의 가능성을 점치기 어렵다. 지금 우리가 쉽게 보고 있다 말하는 많은 야생동식물이 수년 후에 복원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2011년 6월 15일
녹 색 연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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