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CBD COP12 폐막 관련

2014.10.21 | 환경일반

CBD COP12 폐막 관련 CBD한국시민네트워크 논평

 

선언만 있고 실천 없는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의장국

– 한국은 CBD의장국으로서 한국의 생물다양성부터 지켜내야

 

지난 10월 17일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이하 CBD COP12)가 공식 폐막했다. ‘평창 로드맵’이 채택되었고, 고위급회담에서는 ‘강원 선언문’을 도출하며 3주 간의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제1차 나고야의정서 당사국회의가 열렸다는 것도 CBD COP12의 주요 성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의장국으로서 총회를 준비한 우리정부의 자세와 생물다양성을 위한 노력은 충분했는지 냉정히 따져보아야 한다.

 

 

부끄러운 나고야의정서 당사국회의

환경부 보도자료는 나고야의정서 당사국회의를 CBD COP12의 성과로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의장국인 우리정부는 여전히 나고야의정서에 비준하지 않았다. 정작 의장국이면서도 나고야의정서 당사국회의의 당사국은 되지 못한 것이다. 한국이 끝까지 비준하지 않더라도 50개국 이상이 비준하면 90일이 지난 때(10월12일)부터 효력이 발생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체면만 구긴 셈이다. 나고야의정서는 유전자원의 이익 공유가 핵심이다. 제약업계를 중심으로 산업계의 우려가 강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국제적인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면 적극적인 대응노력을 진작부터 시작했어야 한다. CBD COP12를 준비한 중앙 부처로써 환경부의 부실한 대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이 이번 총회가 아이치목표에 대한 중간점검을 가장 큰 목적으로 삼았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아이치목표 16이 다름 아닌 나고야의정서의 실효적인 완성이기 때문이다.

 

CBD COP12 홍보조차 없는 생물다양성 주류화

우리 정부는 의장국으로서 생물다양성 주류화를 국제사회에 일갈하면서도 정작 한국에서의 생물다양성 주류화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CBD COP12 자체의 홍보에서도 일부러 그랬는지 지나치게 인색했다.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평창 초입의 대형 홍보 입간판이 그나마 인상적으로 남을 판이다. 환경부의 자평처럼 의장국으로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 정밀한 외교전을 펼쳤을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생물다양성 주류화를 위한 우리정부의 노력은 한 마디로 낙제점이다. 이번 총회에서 2020년까지 아이치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으로 마련된 것이 ‘평창로드맵’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평창로드맵’이 과학기술협력, 재원동원, 개도국 역량강화 등 단계별 이행 방안을 충실히 담고 있다한들 대한민국 국민들이 생물다양성 자체를 모른다면 의장국으로서 부끄러운 반쪽짜리 결과물이다.

 

실천 없는 말뿐인 선언

우리나라 주도의 생물다양성 이니셔티브를 환영한다는 내용인 ‘강원선언문’도 선언문으로서 일면 타당하고, 성과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낯부끄러운 것이 사실이다. ‘산림생태계복원 이니셔티브’, ‘지속가능한 해양을 위한 역량강화 프로그램’이 한국의 현실에선 요원하기 때문이다. 단 3일짜리 활강경기를 위해 500년 원시림을 파괴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여전히 아이치목표 6이 정한 ‘지속가능한 어로행위로 어류 등 수중 생태계 보전’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불법어업 국가가 우리나라다. 이 외에도 보호지역 확대(아이치목표 11), 멸종위기종 관리(아이치목표 12), 생태계복원(아이치목표 15), 국가전략수립(아이치목표 17) 등 그 어디어서도 우리가 이니셔티브를 이야기할 만큼 전향적인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개선의지가 충분하다면야 달라지겠지만, 우리정부 정책은 생물다양성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 분명한 현실이다. DMZ의 생물다양성보전과 평화증진의 조화를 이야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DMZ일원 민간인통제구역 내 케이블카사업을 절멸위기에 놓인 사향노루 서식지위에 추진하고 있다. 누가 봐도 경제성 없는 사업이다. 그리고 근린공원 같은 DMZ세계평화공원은 접경지역 지자체의 개발욕망을 지금 이 순간에도 부추기고 있다.

 

 

3주 동안의 행사가 끝이 났다. 등록인원만 164개국, 2만5천여 명이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실제 얼마나 많은 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CBD COP12를 위해 강원도 평창을 방문했는지는 모르겠다. 한국NGO만 해도 1000여 명이 등록했지만, 현장을 방문한 사람은 그에 절반도 되지 않는다. 불편한 교통과 숙박을 제하더라도 소음과 추위는 총회장의 일상이었다. 왜 알펜시아가 총회장이 되어야 했는지 총회 기간 내내 의구심이 들었던 것은 수없이 접한 해외인사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우리정부의 표리부동(表裏不同)함이다. 한국의 생물다양성도 올바로 지키지 못하면서 어떻게 생물다양성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선도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더욱이 앞으로 2년 동안 생물다양성협약 의장국으로서 지위를 갖는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려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희망을 그려본다. 한국은 2020년까지 달성해야 할 아이치목표를 위해 자의든 타의든 그 어느 나라보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더욱 열악하고, 생물다양성 위기에 봉착한 나라들을 강제하고 선도하기 위해 우리는 누구보다도 앞장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모범이 첫 번째다. 누구 말마따나 국격을 논하고 중하게 여겨야 할 때가 있다면 바로 생물다양성협약 의장국으로서의 지금일 것이다.

 

2014년 10월 21일

CBD한국시민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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