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 눈과 정열을 가진 17대 국회를!

2004.04.13 | 환경일반

그 어느 때보다 이번 17대 총선에 임하는 시민의 관심과 열기가 드높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전국 수백만의 촛불이 타오르면서 이 땅에 봄꽃이 피어나고 민주주의 수호의 꽃이 만개하였다. 다수의 의회 수구 권력이 다수 국민의 의사에 반하여 일으킨 폭거를 바로잡기 위해 저 깊숙한 민주주의를 향한 양심과 정성을 모은 시민들이 빼앗긴 국민 주권을 당당히 지켜내었다. 정당한 주권행사의 장이자 유권자 축제의 장이 될 선거를 눈앞에 둔 지금 드높아진 시민의식이 보여줄 부패정치 청산 결과에 모두가 설레임을 가지고 4.15를 맞고 있다.
또한 이번 총선의 결과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감도 분명 가지고 있다. 민주주의와 참여, 자치와 분권만큼 우리 시민의 일상의 삶과 의식의 중심에 생명과 평화인 녹색의 중심이 분명히 서 있기에 환경의 가치와 정책이 17대 국회의 개혁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인 것이다.

그동안 노무현 정부 그리고 열린우리당에 대한 환경분야 개혁성에 대해서는 수많은 환경현안을 겪으면서 실망을 넘어 절망하고 많은 걸림돌이 있었기에 시민의 높은 참여의식을 믿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제 탄핵가결에 대한 국민심판으로 얻을 수구부패정치 청산위에 반듯하게 올려 놓을 환경분야를 포함한 개혁과제를 본격 문제 삼아야 한다.
각 당이 내놓은 10대 공약이나 주요 정당정책을 보면 여전히 우리사회에 만연하여 병증이 되고 있는 낡은 개발패러다임에 대한 반성과 이를 넘어서는 진정성을 갖는 대안을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녹색의 눈을 가지고 낡은 정치 청산과 함께 개발주의를 넘어설 녹색 패러다임과 환경정책을 오롯이 펼쳐갈 정당과 후보를 가려내기에는 이들이 제시하는 정책이 빈약하고 막연하다.
여전히 개발을 통한 성장주의와 기업중심주의가 각 당의 공약의 핵심에 놓여 있다. 각 당이 내놓은 환경분야 정책은 환경현안의 경우 피해 가거나 과거를 그대로 답습하는 정책을 내놓는 수준이고 개별환경정책의 경우 듣기 좋고 보기 좋은 문장으로 변별력 없게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6대 국회는 새만금 간척사업, 부안 핵폐기장, 북한산 관통도로, 천성산 관통 고속철도 등 시작하면 멈추지 않는 고삐풀린 국책사업으로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갈등을 겪고 수많은 환경인들이 국책사업으로부터 생명과 생태계를 지키려 온 몸을 던질 때조차도 민의를 수렴해 해결할 어떠한 방도도 내놓지 않고 수수방관하거나 환경파괴 국책사업을 당론으로 추진하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지금 여전히 과거의 재판이다.

한나라당,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은 입을 모아 ‘친환경국토관리’ ‘백두대간, 연안, 비무장지대를 연결하는 한반도 생태관리망 구축’등 개발로부터 국토를 관리하고 보전할 정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를 실현할 정책의 구체성이나 일관성 없는 구호로 장식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국토 생태관리망 구축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2014년까지 전국 고속도로망을 4천km 늘리겠다고 한다. 국토의 생태축인 백두대간은 이미 2,778km 고속도로를 포함한 수많은 도로건설로 생태축이 단절되고 생태계가 파괴되어 있다. 지금보다 더 많이 고속도로를 뚫고 더 빨리 달리는 길을 내면서 백두대간을 생태축으로 연결하는 국토관리를 할 수 없다. 여기에 토지규제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여 토지규제를 완화하고 해마다 50만호 주택건설을 중심으로 신도시 난개발을 일으킨다면 지속가능한 국토관리는 결코 기대할 수 없다.
사실상 잘 포장되어 있는 지속가능성이나 환경정책을 양파 한겹 벗겨내고 보면 과거 낡은 개발 정책의 잔재가 그대로 드러나고 개발의 정당성을 위한 외피가 여전하다. 이제 지역주의를 먹고 권력을 부리던 구태 정치인, 반공 이데올로기로 국민을 협박하던 수구정치인, 검은 돈 차떼기로 정치생명 누리던 부패정치인 등 시민의 정당한 권리 행사로 역사의 무대에서 퇴출시켜야 할 낡은 잔재이다. 더 나아가 탄핵정국에서 민주주의와 주권을 지킨 시민의 높은 정치의식은 지역주의를 넘어 지역의 표심을 선심성 개발공약으로 사로잡는 개발공약을 넘어서야 한다.
총선시기에 늘 하듯 가려내 볼 것 없는 구호의 제시가 아니라 녹색의 눈과 정열을 담은 진정성과 실천성을 갖는 정당과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17대 국회는 민의를 수렴하여 진정성과 실천성을 갖는 환경분야 개혁과제를 다시 짜야 한다.
4.15 총선! 지속가능한 한국사회의 시작이자 녹색의 패러다임으로 바꾸는 새로운 시작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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