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5기 지자체를 만든 민심은 변화를 원한다

2010.07.21 | 환경일반

6.2 지방선거가 끝나고 민선 5기 신임 지방자치단체장이 취임하며 새로운 지방자치 시대를 시작하고 있다.  
여당이 참패하고 야당(야권연대)이 승리한 이번 지방선거에 대해 74% 이상의 국민은 현 정부의 4대강사업이나 세종시와 같은 독단과 반민주 국정운영에 대해 국민이 내린 심판의 결과로 보고 있다.
또한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는 다수의 국민과 지역의 유권자들이 지방자치의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명박 정부 하에 지방자치의 분권은 상실되고, 자치단체장의 토착비리는 만연하고, 지방의회는 거수기 역할로 무능의 극치를 보여준 지난 민선 4기에 대한 심판이자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지역은 낮은 재정자립도로 인해 발전의 원동력을 중앙정부의 교부금과 각종 개발사업비에 의존해 왔다. 지역의 정치영향력은 중앙정부로부터 예산을 얼마나 따 오느냐와 중앙정치와 공고한 인맥으로 형성되어 있는가에 좌우되어 왔다.
이러한 관행과 관성은 지방자치의 중앙정치에의 종속화를 낳았고,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가 강행하는 대형국책사업이나 개발사업의 집행자의 역할로 떨어졌다. 중앙으로부터 수혜 받은 각종 개발사업은 지역에 토건세력을 토착화시켜왔으며, 토착비리의 온상이 되었다. 결국 지방자치의 핵심인 분권을 무력화하고, 지방정부의 독립성을 헤치고, 주민의 자율적인 참여를 배제하면서 오히려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어 왔다.

최근 민선 5기가 본격 시작되면서 지난 민선 4기 지방정부의 부정부패와 실책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민선4기 단체장 246명 중 절반에 달하는 118명이 기소되었고, 그 중 42명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직위를 상실했다. 이는 청렴한 지역일꾼이 아닌 주민위에 군림하여 권력과 예산을 남용하여 부정부패를 일삼아 온 지난 자치단체장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지방정부의 재정위기이다.
신청사 건립 등 과다한 전시행정, 선심성사업 등으로 지방재정의 부채규모가 위기에 이르고, 지자체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 현 정부의 부자감세와 경기침체 등으로 지방교부금 등 지방세수가 현격하게 줄어들었는데 전시행정 등을 위한 지출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신임 성남시장은 전임시장이 초호화판 청사 건물을 지으면서 진 빚 5천 2백억 원에 대해 채무지급 유예 선언을 했다. 성남시 호화청사는 민선4기 자치단체장들이 전시행정으로 지방재정을 파탄시킨 대표 사례가 되고 있다.

7.13자 MBC 9시 뉴스는 ‘인천시가 추진하는 신도시사업들로 연말까지 부채가 9조 4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대전 동구청은 7백억 원 규모 신청사를 짓다 예산이 없어 공사를 중단했다. 이는 대부분 신도시개발과 청사신축 등 전시성 토건사업으로 예산을 탕진하다 재정위기를 맞고 있다.’며 ‘전국 지자체 통합재정수지는 지난해 7조 1천억 원 적자로 돌아섰고, 지방부채는 올해 말 98조 4천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월급을 줄 수 없는 지자체가 절반 이상인 137개에 이른다.’고 보도하였다. 인천시는 전 시장 8년 임기 동안 빚이 14배 이상 늘었으니 그야말로 삽질행정으로 지방 살림을 거덜 내고 시민의 소중한 세금을 탕진한 것이다.

7.7자 내일신문에 의하면 서울시 도시개발공사 부채는 2008년도 10조 8089억 원에서 2009년도 16조 3454억 원으로, 인천도시개발공사는 같은 기간 2조 9377억 원에서 4조 4608억 원으로, 강원도개발공사는 7746억 원에서 1조 488억 원으로 증가하였다. 여전히 부동산 경기부양을 녹색성장의 동력으로 삼아 물량과 공급중심의 뉴타운건설, 신도시건설 등을 주도해 온 지자체 도시개발 공기업의 부실한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다.

<개발중독에서 깨어나 새로운 지방자치 시대를 열어가자>

새롭게 시작한 민선 5기 자치단체가 겪어야 할 재정난이 만만치 않겠지만 부실하고 방만한 개발사업과 전시사업을 쳐 내면서, 주민자치 및 녹색자치로 뿌리 내릴 지역만들기 사업에 우선순위를 두고 예산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
4대강 예산 22조의 10%로 전국의 초중고무상급식이 가능하다. 서울시 한강운하사업, 디자인서울과 같은 전시성사업, 중앙정부 충성도 높은 사업예산이면 서울시내 초․중․고 친환경무상급식으로 미래세대에게 건강과 웃음 가득한 무상교육 환경을 조성해 줄 수 있다.
뉴타운건설, 신도시 건설, 4대강사업, 지나친 홍보예산과 전시성 행사 예산을 삭감하고 그 자리에 주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 생명을 존중하고 자연이 살아나는 도시, 아이들의 웃음과 도시공동체가 회복되는 도시, 지역에서 농산물과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며 자립의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일이 자리잡아가야 한다.  
선심성공약사업과 전시행정, 주민과 지역에 기반하지 못하고 토건세력을 살찌우는  개발사업을 이제는 그만두어야 한다. 중앙정치에 의존한 개발중독에서 깨어나야 한다. 지방자치의 기본인 분권화에 기본을 둔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의 길, 주민이 참여하는 지방자치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중앙정당의 권력 기반위에서 이루어지는 지방자치를 주민과 지역에 기반 한 지방자치로 전환하여야 한다. 지방자치를 지역과 주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지역은 삶을 영위하고 노동과 생산이 이루어지는 현장이다. 지역은 이웃과 공생, 협력이 이루어지는 공동체 기반이다. 주민들의 참여와 협력으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어 가기 위해 생활정치가 이루어지는 현장이다.
지역은 생태계의 기본 생명단위로서 생산, 소비, 유통의 경제구조와 문화, 의식, 생활의 기본단위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중심, 국가의 중심 그리고 사람과 더불어 사는 생물종이 살아가는 중심, 생명의 그물망이 펼쳐지는 중심도 지역이고 자연이다. 그리고 그 지역의 살림을 꾸려가는 주체는 그 곳에 사는 주민이다. 생명의 뿌리인 자연, 농촌, 지역, 주민을 중심에 두고 지역을 새롭게 변화시킬 책임이 이번 민선 5기 자치단체장과 민선 5기를 선택한 지역주민에게 달려 있다.
지역사회가 생존하고 자립하는데 먹을거리와 에너지문제는 핵심이다. 외부자원에 의존하지 않고, 외부환경으로부터 위기를 겪지 않으면서 스스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지역 내의 물질 순환을 통해 자립의 지역경제, 일자리, 주민의 행복한 삶이 만들어지고 자연생태계와 생명의 질서를 지키는 지역만들기가 새로운 지방자치의 핵심과제가 되어야 한다.

<지역의 소리, 변화의 현장>

최근 속초에서 설악산과 산양 지킴이 활동을 하는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여전히 지역주민은 설악산을 보호할 가치보다 활용하여 돈을 만들어 주는 자원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며, 천혜의 국립공원과 동해바다를 가지고 있는 지역이지만 막상 속초에 사는 시민들은 일상생활에서 향유할 생태공원하나 변변히 갖지 못했다며 도시기반 대부분이 외지 관광객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하였다. 지역주민의 삶의 질과 행복한 미래가 빠진 외지인에 의존한 관광도시가 갖는 외양의 화려함과 허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이전 자치단체장의 전시성 사업, 기반시설공사 위주의 사업을 새롭게 전환하는 좋은 사례가 반갑게 들리고 있다. 서울시 노원구는 신임 구청장이 공약을 이행하며 국립자연사박물관 유치와 건립을 위해 불암산 자락을 대규모로 훼손하는 대신에 지역의 자연생태계와 녹지축을 잘 보전하면서 지역주민을 위한 환경교육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기존에 유물전시장으로 짓고 있는 에너지 비효율 건물을 환경교육관으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해 무엇보다 에너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패시브건물로 재건축하자는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지구시민으로서 시민역량을 높일 수 있는 기후에너지교육, 녹색도시를 만들어 가는 시민의 의식과 실력을 높이는 녹색교육,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환경교육의 좋은 모델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원주시의 한 녹색운동 단체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일어난 변화는 그동안 지역주민과 함께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지역풀뿌리운동과 지역에 뿌리내리고 있는 생활정치, 주민자치의 힘이라고 하였다. 그동안 30여년 땀 흘려 가꾸어 온 원주생협운동 등이 주민의 삶 속으로 확산되고, 지역에 기반 한 지역일자리창출 등 주민의 자립적인 삶과 생활기반을 튼튼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주민이 참여하여 살기 좋은 도시를 직접 재생하는 일, 걷고 싶은 도시만들기 등을 지자체와 함께 만들어 가는 일을 앞으로 중요하게 해 나갈 계획이라고 하였다.

대전시 2만여 명 주민이 거주하는 관저2동의 마을자전거길사업은 주민이 참여하는 마을디자인사업의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전문가가 해뜰어린이마을도서관 주변 어린이전용자전거도로를 포함한 마을자전거 길을 직접 디자인했다. 지난해 주민팀이 조직되어 마을길 조사, 주민의견수렴 공청회 등을 거치면서  마을자전거 길 디자인 작업을 마쳤고, 그 주민 안을 대전시에 제출했다. 현재 대전시는 주민 안을 받아 실시설계를 하고 있으며, 하반기 시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마을은 올해부터 태양광지붕프로젝트를 시범 실시하면서 에너지자립의 길을 찾는 꿈을 꾸기 시작하였다.

전북은 16개 광역지자체 중에서 재정자립도가 낮지만 학교 무상급식 예산은 가장 높았다. 반면 예산규모와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서울시의 무상급식 지원예산은 전혀 없다. 물론 예산이 있어야 좋은 사업도 집행할 수 있겠지만 무상급식의 실행여부는 실행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신임 전북도 교육감은 친환경무상급식 정책공약을 단계를 거쳐 이행할 계획이다. 친환경무상급식을 내년부터 유치원, 초,중학교까지 전면 실시하고, 2012년부터 고등학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친환경무상급식을 추진하면서 지역농민이 생산하는 지역 친환경먹을거리로 공급하면서 기후대응 로컬푸드를 실천하고, 지역농촌살리기와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일주일에 하루는 고기 없는 채식식단(고기 없는 월요일)으로 아이들의 건강과 기후위기로 신음하는 지구를 위하는 학교급식을 추진할 계획이다. 참으로 의미 있고 멋진 지방자치의 변화상이다.

서울시 강동구청장은 구민들과 트위터를 한다. 구정모니터단에 참여하고 있는 활동가가 보도블럭 공사가 한창인 현장을 보고, 구청장에게 ‘멀쩡한 보도블럭 뜯어내고 새로 놓는 공사를 하는 것은 시민의 소중한 예산을 낭비한다’고 대화문을 열자 ‘클로징텐으로 예산낭비를 막고 있지만 시민의 참여가 중요하다며 ‘주민참여예산제도’를 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글을 보냈다고 했다.
주민의 세금을 잘 집행해야 하는 책임이 자치단체장에게 있다. 또한 그 감시기능은 지방의회에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과 주민을 위해 예산의 우선순위를 정해 투명하게 집행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를 잘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같은 제도를 조례로 제정하여 주민참여를 제도로 보장하는 것이다. 앞으로 민선 5기 변화의 핵심이자, 지역을 변화시키는 큰 힘의 하나가 ‘주민참여’가 될 것이다.

최근 지역의 생태적 전환, 에너지 전환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구 20만 명의 영국의 소도시 토트네스 도시가 자연주의 마을로 전환해 가는 경험과 교훈에 주목하고 있다. 석유문명의 위기, 기후위기로부터 절망하는 것이 아니라 기회로 삼아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마을을 생태적으로 바꾸고 있는 트랜지션타운운동의 현장이다. 30년 전 경제와 상업의 중심에 있었던 토트네스 주민이 경기침체와 광우병 파동으로부터 오는 위기의 한가운데에서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길은 자연주의 도시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주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 자연에 가한 수탈행위를 반성하고 자연을 지키며 자연과 공생하는 삶을 사는 마을을 만든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자연주의 마을로 전환해 가고 있다. 모든 농산물은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고 있다. 도시주변 20km이내에서 생산하는 모든 농산물은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지역에서 생산한 친환경 먹을거리를 지역주민들이 소비한다. 신뢰관계로 이루어진 생산자, 소비자 공동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곳 토트네스에는 백화점, 대형마트체인점, 패스트푸드가 없다. 외지의 대자본으로부터 지역경제와 농민, 상인 등 주민의 경제활동을 지키기 위함이다. 더 나아가 토트네스 파운드라는 지역화폐를 발행하여 지역경제를 외부자본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지역에 기반 한 경제, 농업에 기반 한 산업, 오랜 전통과 기술을 가진 주민이 만들어 내는 지역 특산물로 지역경제 자립기반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 자립을 위한 토트네스 2030 행동계획’을 수립하여 석유의존문명으로부터 독립을 꿈꾸며 에너지자립마을을 만들어 가고 있다. 행복한 삶을 꿈꾸는 주민들이, 지역을 생태적으로 디자인하면서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

<‘세상의 기본이자 중심은 지역사회’이다>

지역을 바꾸지 않으면 국가를,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에너지위기, 기후위기시대에 주민의 행복한 삶이 보장되는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의 길은 ‘지역을 바꾸고 생태적으로 디자인한다’는 선택으로부터 시작할 것이다.

* 이 글은 7월 19일 시민사회 싱크탱크가 제안하는 지방자치 정책과제 토론회에서 발표하였습니다

김제남 / 녹색연합 정책위원장, 녹색에너지디자인 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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