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회의 – 국격 상승의 기회인가, 지구촌 책임의식 확산의 장인가?

2010.10.12 | 환경일반

G20회의 개최를 국격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강조된다. G20회의에 훼방이라도 놓으면, 국가의 장래를 망치고, 사람의 인격을 짓밟는 일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인격을 짓밟는 처사는 비판받아 마땅하며, 국가의 장래를 망치는 것 역시 비판의 대상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단순히 G20회의를 개최한다는 것만으로 국격이 높아질까?

어떤 사람이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파티를 열었다고, 그 사람의 인격이 높아지지 않는다. 또한 한 국가가 세계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단순히 그 국가의 국격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인격이 지위고하에 좌우되지 않음은 너무나 자명하다. 최근 유명환장관의 사퇴는 이를 아주 잘 보여준다. 유명환장관의 지위는 비록 높았지만, 비판받은 것은 딸의 채용과정에 나타난 불공정성 때문이었다. 국격도 다르지 않음은 너무나 자명하다.

G20회의에 우리나라가 참여하고, 그 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한다는 것에 자긍심을 갖자는 정부의 얘기에 100번이라도 아니 그 이상 수긍한다. 자긍심을 가질만한 일이다. 그런데 그냥 국격 상승의 기회로, 그리고 모 연구소에서 강조하듯, 국가브랜드를 높이고 성공적 개최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가 21조에서 24조에 이르니, 모든 허물을 가리고 잘 준비하자는 이야기에 동조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 G20회의가 갖는 무게가 너무 무겁다. 아니 G20회의 참가국이 지구촌에서 책임져야할 부채가 너무 크다.

G20회의의 탄생배경은 G20회의 참가국이 가져야할 의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G20은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가 유발한 세계적인 경제·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G7/G8으로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게 되자,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대응을 위한 G20 경제·금융당국 각료회의를 격상한 것이다. 한마디로 투기자본의 돈 놀음에 따른 세계적 위기를 무마하기 위한 것이 탄생배경인 것이다. 그렇다면 국경을 초월한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책이 어려운 일인가라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일반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답할 수 있는 대답이다. 그 해결책은 바로 국제금융거래세(Financial Transaction Tax, FTT), 일명 토빈세의 도입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선진국이 눈앞에 이익만 쫓다가 만든 자신의 덫-자국에 속해있는 국제적 투기자본기업-에 자국의 국민들이 위험에 내몰리는 상황에 걸려들었으면서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못 거는 현실을 국제적 위기라는 명목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따라서 G20 개최가 한국의 국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G20국가들의 책임성을 어떻게 강제할 것인지, 그를 위해 우리나라는 무엇을 할 것인지를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G20국가에 걸맞는 책임성을 다른 G20국가에 보여주고, 그들의 책임성을 이끌어낼 때 비로소 한국의 국격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그럴 생각이 별로 없는 듯 하다. 금융규제와 감독 강화가 국제적인 대세인데, 이명박 정부는 자본시장통합법을 통과시키고, 금산분리 완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세계적 금융위기를 불러온 미국의 사태를 충분히 인식했음에도 최근 부동산경기 침체라는 명목으로 DTI 규제를 완화하였다.  


▲ 출처 : 출판사-현실문화 / 책 제목-세계화를 들러싼 불편한 진실

우리나라 정부가 그리고 G20에 참여하는 각국의 정부가 다른 제3세계국가에 대한 부채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다면, 각국의 깨어있는 국민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 우리가 갖는 물질적 풍요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그에 대한 책임의식을 명확히 하고 하나하나 바로잡아 나갈 때 비로소 한국의 국격이 그리고 G20국가들의 국격이 높아질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는 제3세계 국가들로부터 AIG가 미국 국민으로부터 받은 비판을 고스란히 받을 것이다.

G20회의 개최는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준다. 많은 질문 중 무엇보다 지구촌 사회에서 한국이 갖는 책임을 우리 국민이 중요하게 인식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녹색운동을 하는 녹색연합 회원으로서는 강살리기로 포장된 4대강 공사현장의 모습을 G20국가에 적극적으로 알려, 4대강사업의 문제점이 국제사회에 회자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 : 윤기돈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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