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백지화 걱정할 일 아니다

2011.03.31 | 환경일반

그동안 갈등을 겪어오던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결과가 오늘 발표된다. 지금까지 나온 정보로는 부산과 밀양 양측 모두 부적격이라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백지화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크다. 그러나 나는 신공항 건설 백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간 수많은 공항과 국책사업이 정치적 판단에 의해 불필요하게 진행되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정치적 판단으로 결정되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따라서 오늘 결정은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객관적 기준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나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반드시 필요한지 묻고 싶다. 지금도 우리 나라엔 많은 공항들이 건설 중에 중단되거나 적자 운영을 하고 있다. 양양 국제공항은 가동조차 되지 못하고 있고 울진 공항은 완공 직전에 채산성이 맞지 않아 공사가 중단된 상황이다. 무안 공항도 마찬가지 상황이며, 강릉공항, 속초 공항 등 기존에 운영되던 공항은 승객 감소로 아예 문을 닫았다.  

동남권을 보자. 부산 가덕도의 경우 부산에서 1시간 30분 걸린다고 한다. 이 시간이면 KTX를 타고 서울까지 올 수 있는 거리와 비슷한다. 그런데 수많은 철새도래지를 파괴하면서 공항을 건설해야 할까? 밀양의 경우도 공항을 만들려면 산을 허물어야 하는 등 생태계 파괴에 대한 우려가 크다. 영남은 물론 호남사람들까지 밀양 건설을 주장하지만 인천 공항을 두고 밀양공항이 만들어지만 호남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호남의 경우 고속철도 조기 완공이 더 시급한 문제 아닐까?  

인천 국제공항이 아시아의 허브 공항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런데 만약 영남권에 신공항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인천 공항과 더불어 신공항이 아시아의 또 다른 허브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인천 공항의 수요를 나누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인가? 아마 후자에 가까울 것이다. 결국 인천 공항의 수요가 감소되거나 신공항의 적자 운영은 불가피할 것이다.   

이제 철도와 도로가 발달하여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좁은 국토에 거대한 신공항을 다시 만들어야 할까? 또 다시 양양 공항과 같은 실패한 사례를 만들지 않을까?  

애초에 동남권 신공항은 정치적 논리에 의해 추진되었다. 이제 정치 논리를 거두어 내고 객관적으로 보자. 공항이 들어선다고 영남 지역에 엄청난 혜택이 돌아오지도 않는다. 인천 공항이 생겼다고 인천 시민들의 삶이 획기적으로 좋아졌다고 보는가? 그렇지 않다. 공항은 공항일 뿐이다.  

나는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영남권 주민들을 갈등으로 몰아넣고 또 다시 백지화로 인해 더 큰 갈등을 만드는 것에 대해 분명하게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아도 동서로 갈라져 국론 분열이 심한데 이제 같은 영남에서 부산과 대구 경남지역으로 나뉘어 싸움을 하는 상황은 누가 뭐래도 정부가 원인을 제공하였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데 대해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영남시민들께도 당부하고 싶다. 신공항 계획 백지화를 두려워하지 말자. 애초에 경제성과 타당성이 없었다면 백지화되는 것이 지당하다. 백지화 되지 않고 공항을 만들어 적자운영을 하거나 양양공항처럼 방치되면 결국 영남권 시민들에게 더 큰 피해가 올 것이다. 당당하게 객관적 결과를 공개토록 요구하고 그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자. 그리고 조용히 지역의 올바른 발전 방안에 대해 숙의하는 시간을 갖자.

정치권에도 엄중히 당부한다. 더 이상 국책사업을 당리당략에 따른 정치적 판단을 하지 말라. 지역간 나눠먹기식 국책사업은 안된다. 신공항이 백지화 된다고 또 다른 정치논리로 지역 개발 계획을 세워서도 안된다. 지역에 타당한 사업을 정당한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이 정치논리에 희생양이 된다면 그 책임은 결국 정치인들에게 돌아갈 것임을 명심하라.

그리고 신공항 건설 백지화를 공약 파기에 따른 레임덕 운운하지 말기를 바란다. 잘못된 공약은 백지화되는 것이 백번 옳다. 4대강사업처럼 잘못인줄 알면서도 계속 밀어붙이는 것이 오히려 죄악이다. 이번 결정은 공약사항을 떠나 철저하게 타당성과 경제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다시금 강조한다.
  
* 이 글은 최승국의 행복찾기 (http://happy100.tistory.com) 에 어제 올린 글입니다.

최승국 / 시민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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