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 뒷 이야기 – 올 봄, 홍대 옆으로 갑니다.

2007.03.30 | 행사/교육/공지

이맘때쯤 되면 일상의 자극이 필요합니다. 꽃피는 봄이 오는데 왜 자꾸 나른해지는지. 일상이 지루하고 뭔가 신선한 자극을 원하면서도 나가기는 귀찮은, 오후의 나른한 햇빛 속으로 마냥 빠져들고만 싶은 봄. 그 햇빛에 내 모든 욕구를 내맡기고 싶어지는 날들입니다. 기지개 한번 쭉 펴고 홍대로 나가기로 했습니다. 뭐 자주 그 앞을 전전 했다지만 오늘은 조금 다릅니다. 오늘은 홍대 앞이 아니라 옆, 그것도 책방으로 가기 때문이죠.

홍대 옆 책방에 모였습니다. 참 다양한 사람이 모였습니다. 녹색연합 활동가는 물론이고, 홍대 옆 책방을 함께 운영하고 준비하는 예술계 인사(!)들과 출판사에서 일하는 분들, 그리고 도서관 사서, 건축 설계를 하는 분들, 직업까지는 잘 알지 못하는 회원님들까지. 각자 일하는 분야와 나이도, 성격도 다 다르지만 무엇보다도 녹색의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책방에 모였기에 자연스레 생태주의와 관련된 책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모아졌습니다.

생태적 삶, 유기농 음식을 먹고, 분리수거를 넘어서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았습니다. 삶의 방법들, 경쟁하고 관계를 수단화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을 말 할 수 있는 삶의 철학으로서의 녹색. 그러기 위해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책을 읽는 것이 좋을까. 이런 막연함에 막막해 했던 이들이 저 뿐만은 아닌가 봅니다. 몇 권의 책 이름이 오고가고 각자의 수첩에 메모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새로운 삶의 방법을 고민하게 하는 몇 권의 책에 대해 함께 나누고 수다를 떨다보니 왜 이 책방 이름이 ‘홍대 옆’인지 이해가 됩니다.

책방은, 점점 상업화되어가고 소비위주의 문화로 채색되는 홍대 앞을 살짝 비껴 홍대 옆에서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실험하는 공간입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책방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박스로 두 박스 정도(한 박스에 책이 한, 15권정도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를 맡기면 그 곳에 있는 모든 책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때때로 책방에서 열리는 다양한 이야기 마당에 참여 할 수 있다는 책방 운영자인 이광준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봅니다.

어쩌면 홍대 앞뿐만 아니라 이 시간 이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 대부분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삶의 방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보다는 경쟁원리에 모든 걸 내맡긴 채 살아가는 건 아닐까요? 그냥 다들 고만고만하게 비슷비슷하게. 먹고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긴 거 말고, 정말이지 답답할 정도로 똑같은, 삶.

때때로 지루한 일상에 돌맹이 몇 개 던지기 위해서도 실험이나 모험이 필요합니다.

봄,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에 정신을 놓고 있다 보면 난 지금 뭐하나 싶을 때가 있습니다. 아, 봄인데 난 뭔가. 꽃피고 세상 사람들 다 즐거운데 뭐가 이렇게 지루하지 싶다면, 홍대 앞을 살짝 지나 홍대 옆으로 가보죠.

저도 오늘 내 삶의 앞마당을 살짝 비껴, 방 청소 좀 하면서 책방 조합원이 되기 위해 그동안 꽁꽁 쌓아두었던 책 몇 권 꺼내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옆으로 약간 삐딱하게 책장 째려보면서 말이죠. 그리고 홍대 옆으로 가렵니다~.

글 : 보람 / 녹색연합 회원

홍대 옆 책방 커뮤니티  http://cafe.naver.com/bookcommunity.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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