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강좌] 9강 – 더불어살기 스스로살기 생태공동체 산안마을

2008.08.18 | 행사/교육/공지

산안마을은 경기도 화성군 향남면 구문천리에 있는 농촌마을로서 정식명칭은 ‘야마기시즘사회 경향 실현지’이다. ‘산안’이란 이름은 야마기시 공동체의 정신적 기반이다. 야마기시 미요조(1901~1961)의 야마기시(山岸)에서 온듯하다. 1965년 일군의 사람들이 야마기시즘을 처음 소개한 이래 1984년부터 지금까지 화성에 야마기시즘 실현지를 24년째 이어오고 있다.’경향’이란 이름은 ‘경기도 향남면’의 머리글자를 딴것이라 한다. 야마기시즘은 자연과 인위, 즉 天 地 人 의 조화를 도모하여, 풍부한 물자와 건강과 친애의 정으로 가득 찬, 안정되고 쾌적한 사회를 인류에 가져오는 것을 목적으로 1950년대에 일본에서 시작된 하나의 사회개혁이념이자 운동이다. 이러한 상생의 야마기시즘이 지향하는 사회를 야마기시즘사회라고 하는데 실현지를 지칭하는 용어로도 사용된다. 야마기시회분들은 ‘공동체’라는 표현을 피하고 대신 ‘일체(一體)사회’라는 표현을 선호한다. 그 까닭은 공동체는 개체의 모임이며 개체가 독립성을 유지한 채 협동과 조정을 통해 그들 사이의 공통관심사나 목적의 달성을 추구하는 조직이나 단체라고 한다면, 야마기시즘에서는 개인과 사회와 우주는 연속적인 것이며 전체로서 하나라고 보기 때문이다.

‘무아집’,’무소유’의 철학으로 8세대 32명(성인 18명, 아이 14명)이 한 가족처럼 일체사회를 이루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일까? 나는 <오래된미래>나 스콧니어링, 헬렌니어링의 책들을 읽으며 ‘지속가능한 삶’ ‘조화로운 삶’ ‘스스로 사는 삶’ 을 꿈꿔왔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극단을 달리는 이 신자유주의의 큰 물결 속에 도시의 파편화된 개인의 삶속에선 그 이상을 실현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너무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결코 멈추어지지 않는 소유욕(늘상 ‘광고’들은 외쳐대지 않은가 소유한 것들이 당신임을 드러낸다고, 그러므로 소유하라! MUST HAVE…), 이기심, 무한경쟁, 늘 바쁘게 뛰어다녀도 행복은 저 멀리 도망쳐버리고, 불안은 늘 우리 곁을 따라다닌다.

우리일행을 맞아주신 최창호님께서 이런 야마기시즘의 ‘무아집’ ‘무소유’의 철학이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마을곳곳을 안내해주셨다. 꽃과 풀들 나무들이 어우러진 마을길을 따라 첫 번째 가본 양계장은 놀랍도록 깨끗하고, 더운 여름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냄새가 나지 않았다. 닭들은 그들이 가진 본연의 당당함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위풍당당’ 바로 그것이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시스템, 세상 모든 것을 ‘상품’으로 치환하는 자본주의의 생리 속에서는 가능하지 않는 닭의 모습이었다. 야마기시식 양계에서 사고의 초점이 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닭이다. 그 닭이 일생을 통해서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겨냥하고 있다. 닭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어야 그 닭이 낳은 달걀을 먹는 우리도 건강해지고 행복해질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상의 모든 삶은 연결되어있다! 우리 모두는 이것을 알면서도 상품과 이윤의 논리로 생명의 대량생산과 소비를 도덕적 회의 없이 저지르고 있다. 참가자 17명은 산안마을에서 두번의 식사를 했는데 마을에서 달걀을 아낌없이 제공해주셔서 삶은 계란, 계란말이를 너무 맛있게 먹었고 너무도 쫄깃하고 맛있는 토종닭백숙을 네 마리나 뚝딱 해치우는 먹성을 발휘했다.

야마기시의 ‘나, 모두가 함께 번영한다’는 상생의 정신은 두 번째 둘러본 채소밭에서도 적용되고 있었다.’天 地 人 의 조화’ 自然과 人爲의 조화’ ‘일체순환’이라는 자연관위에 동식물-인간 일체의 ‘순환농법’으로 짓는다. 당연히 유기농법이며 단순 유기농법을 뛰어 넘는 개념이다. 인간과 자연의 공생공명, 공존공활을 지향하며 ‘자연과의 일체’라는 ‘종합 유기적 일체농업’을 추구한다. 그곳을 지키시는 채소아저씨의 넉넉하고도 맑으며 깊은 우물 같은 모습은 그 땅과 농작물을 대하시는 그분의 철학을 드러내고도 남음이 있었다. 다음날 우리 모두는 가위를 들고 고구마 밭, 파밭의 잡초제거에 2시간여쯤 힘을 모았는데 짧은 노동 뒤의 껍질째 먹는 감자의 맛이라니 단순히 먹는 음식 이상의 기쁨을 함께 먹었다.

산안마을 같은 일체 생활 공동체인 경우 더욱 더 효과적으로 녹색의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주민들의 작업복은 매우 낡아 보였는데, 의류는 완전히 폐기될 때까지 외출복-평상복-작업복-기름 닦는 걸레 등의 사이클을 거친다. 비닐 등 폐기물의 재활용도도 대단히 높고, 식생활에서도 쌀뜨물은 모아 1차로 식기세척에 이용한 다음 다시 수거하여 돼지 먹이로 준다. 모든 것이 순환 재생되므로 전부가 자원이다. 채소찌꺼기나 콩비지등도 토끼사료나 닭 먹이 혹은 유기질비료로 이용된다. 나는 일주일에 한번 씩 종이와 비닐, 페트병 등을 분리수거하고 매일 음식찌꺼기를 내놓는다. 그것이 진정으로 순환 재생되기를 빌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

마을주민과 ‘씨앗나눔’참가자들이 둘러앉아 담소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한분한분 모두 평온하고 여유 있고 행복해보였다. 그 빛나는 성취에 박수를 보내 드리고 싶다. 특히 이 공동체의 놀라운 점은 ‘야마기시즘 특별 강습 연찬회’나 ‘연찬학교’ ‘어린이, 청소년 낙원촌 개최’등을 통해 외부세계에 자신을 개방하며 매우 적극적으로 외부세계와 교류한다는 점이다. 즉 자신의 순수성을 잘 지켜나가면서도 열려있는 공동체로서 외부와 적극적 관계를 만들어가는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이러한 개방성은 삶의 총체적인 모순들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대안의 삶을 적극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행복해지기를 원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 행복이 소유와 개발과 성장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행복하지 않다. 신자유주의시대, 자본주의의 극단으로 치닫는 이 세계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인 성찰적 인식이 필요하며, 그 대안의 삶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만 우리의 미래가 담보 될 것이다. 인간에 대한 신뢰와 정신적 물질적 진보를 향한 변혁의 가능성, 그 단초를 나는 ‘야마기시즘 실현지’인 산안마을에서 보았다. 우리를 자상하게 안내해주시고 배려해주신 최창호님을 비롯한 마을 분 모두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 글 : 9강 참가자 홍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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