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표 이미 다 봤어요. 녹색으로 “뻥” 좀 그만치세요.

2010.02.04 | 행사/교육/공지

정부는 그린리더라고 자평하지만 한국 환경성적표는 낙제점
지난 1월 28일~29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이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전경련 주최로 다보스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서 “녹색성장을 통해 환경과 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좇는 녹색호랑이 한국을 위해 노력할 것”을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그날 “한국의 밤” 행사장은 글로벌 그린리더 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한국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녹색호랑이, 녹색까치가 그려진 민화들이 넘쳐났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정부의 글로벌 그린리더 주장이 무색하게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되는 환경성과지수에서 한국은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163개국 중 한국의 환경성과지수는 94위로 2008년에 비해 43단계가 추락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점수도 79.4점에서 57점으로 하락했다. 환경부는 대부분 2006년 이전 자료를 근거로 지수가 평가되고, 평가항목이 변경되어 순위가 대폭 하락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가중치가 25%인 기후변화 항목(일인당 온실가스 배출량(103→118위), 발전부문 온실가스집약도(68→78위), 산업부문 온실가스집약도(98→146위))과 우리나라 성적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 항목((‘00년 기준 이산화질소 및 휘발성유기화합물 오염도, 산림면적)의 추가가 단계 하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캐나다(-34), 벨기에(-31위), 그리스(-27), 미국(-22)도 순위가 하락했다며 혼자만 성적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는 물귀신 작전(?)도 펼쳤다. 환경부는 앞으로는 4대강 사업과 녹색성장 정책을 강력 추진하고, 관계부처간 긴밀한 협조체계 및 국내․외 전문가와의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크게 상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2006년에는 133개국 중 42위, 2008년에도 149개국 중 51위로 한국의 환경성평가지수는 과히 좋지 않았다. 그러나 순위가 하락했던 2008년의 점수는 79.4점으로 2006년 75.2점보다 점수가 소폭이나마 상승했었고, 환경부 역시 평가항목을 탓하지 않고 생태계 보존 및 대기관리와 에너지 정책이 미흡하므로 이를 바로잡겠다고 밝혔었다. 그런데 눈만 뜨면 녹색을 외쳐대는 2010년, 정부는 평가항목 탓만 하고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 지 반성하지 않고 있다.

진짜 녹색 성장은 아이슬란드
2010년 환경성과지수 중 눈에 띄는 것은 아이슬란드가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소위 금융강국인 아이슬란드는 2008년 12월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국가부도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의 대안으로 녹색성장을 제시하며, 4대강 사업 등 토목건설 사업에 치중했다. 그리고 한국의 환경성과지수는 추락했다. 그러나 국가부도사태에 직면한 아이슬란드는 2006년 13위(82.1점), 2008년 11위(87.6점)에 이어 2010년에는 100점 만점에 93.5점을 받아 환경성과지수 1위에 올랐다. 진짜로 녹색으로 성장한 것이다.  

환경성과지수가 발표되는 것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각 국가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 지를 확인하고, 지금보다 더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구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이다. 대한민국의 환경성적을 초라하게 한 것은 평가 항목이 아니라 잘못된 대한민국의 환경 정책이다. 대재앙으로 일컬어지는 4대강 사업, 산업계의 요구로부터 한발도 떼지 못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 개발을 위한 각종 규제 완화 정책과 같은 녹색 “뻥”을 정부가 계속치는 한 한국의 환경성적표는 더욱 초라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10년 한국이 받아든 환경성적표는 세계인이 대한민국에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이다. 환경성적표, 우리 국민들은 이미 다 보았다. 청와대에 김수로라도 보내야하는 걸까? “공부의 신, 강석호 샘! 환경내신 1등급 과외라도 해주세요!” 우리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이 들리는 것 같다. 정부는 녹색을 가장한 “뻥” 대신 지구를 위한  진짜 정책을 펼쳐야할 것이다. 오 제발이지, 2년 뒤에는 정부가 우리 국민 앞에 환경 1등급 성적표 좀 내놓아줬으면 좋겠다.

* 환경성과지수는 예일대 환경법ㆍ정책센터 및 컬럼비아대 국제지구과학정보센터가 공동으로 국가별 환경수준을 계량화ㆍ평가한 환경분야 종합지표로서 2년마다 세계경제포럼을 통해 발표되고 있으며, 환경보건, 대기질, 수자원, 자연자원, 생물다양성, 에너지 분야 등이 평가되고 있다.

글 : 박진희 (녹색연합 정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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