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에 담은 사색

2010.07.05 | 행사/교육/공지

걷기,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위일진데 요즘에는 ‘열풍’이라고 합니다. 이젠 정말 ‘특별한 체험’이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녹색희망 6월호의 ‘녹색생활실천’을 해보기 전, 저는 처음 걸을 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온갖 몸짓을 하다가 어느 순간 비로소 두 발로 일어나게 되고, 첫 걸음을 내딛었을 때 자신에게 쏟아지는 환호와 축복. 그 때 만큼은 온 세상이 다 내 발밑에 있게 되는 순간이었지요.

이렇게 걷게 된다는 것은  축복으로 시작되고, 드디어 생활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도심 안에서의 생활은 우리에게 걷는다는 것 자체의 의미를 잃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산업화, 도시화 등 분명 생활은 있지만 너무나 분주하여 우리 서로가 걸어볼 수 있는 기본적인 여유마저 없어지고 있습니다. 길이 있지만 길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의 생활 곳곳이 이어져 있고 그 길 안에서 생활의 즐거움을 느끼며 걸어야 하지만, 이제는 그저 좀 더 빠르고, 좀 더 편하게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위한 물질적 수단으로서의 통로에 불과합니다. 그 말은 잠시 우리를 멈추어가게 하는 ‘이야기’가 없다는 말이 될 것입니다. 무분별한 재건축과 개발로 인하여 삶이 만들어내는 아기자기한 생활의 냄새를 풍기던 골목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저 넓고 반듯한, 시커먼 길들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이런 도심 속에서 걷는다는 것은 커다란 부담입니다. 딱딱한 콘크리트와 숨 막히는 매연, 도무지 걸어볼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스스로 저의 걸음을 찾아봐야겠다고 결심하고 오늘은 동네의 서점, 찻집을 돌아다녀보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재래시장에 들러 저녁 찬거리도 살펴보았습니다. 부정적으로만 생각하기보다는 천천히 여유를 갖고 걸으니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습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장마철일 테고 길 위로, 발등 위로 굵은 빗줄기가 한없이 내릴 것입니다. 그저 그대로 맞으며 걸어봅시다. 제가 있는 곳이 서울이 아닌 한 산골이었다면 어땠을까요. 파란하늘을 보고 걷고, 흙길 위를 걷고, 그 위에 움트는 꽃을 보며 또 향기를 맡으며 한없이 걷고 또 걸어도 지겹지가 않을 겁니다. 하늘, 흙길, 꽃향기가 멀리 떠나야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모두가 도심에도 있습니다. 우리가 외면하지 않는 한, 이 도심에도 꽃길은 있고 튀는 빗줄기도 있고, 낙엽도, 눈발도 모두 있습니다. 이 모두를 감싸 안고 흐르는 햇살도 있습니다. 거기에 우리의 걸음걸이가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함께 걸읍시다. 걸으며 이야기하고, 부대끼고, 느끼고, 사랑합시다. 바로 그것이 생활이고 우리가 가는 길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글 : 정미경 (녹색연합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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