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어린이 자연학교를 마치고

2010.09.14 | 행사/교육/공지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녹색연합 어린이 자연학교 모둠교사 모집 글을 보게 되었다. 그 순간 나의 나이와 직업과 처한 환경은 생각해볼 겨를 없이 이미 지원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내가 어린이 자연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본 다기 보다는 농촌마을에 사무장으로 있으면서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이란 어떤 것인가를 더 배워보고자 신청하게 되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모둠교사에 신청하고,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막연한 자신감도 있었지만, 지원서를 쓰는 내내 그리고 1차 발표가 나기까지도 노심초사였던 것 같다. 배우려고 생각한 나의 입장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녹색연합 어린이 자연학교와의 일정이 시작된다.

첫 만남 그리고 교육 일정

면접인 줄 알고 조금은 움츠렸던 첫 만남, 편하게 대해주시는 활동가님들 덕분에 평소에 가지고 있던 자연에 대한 나의 생각과 조금은 특수한 과정을 밟고 있는 나의 현 상황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었다. 향후 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생각했던 것 보다 조금은 버겁다는 느낌이 들었다. 교육 내용과 투자되는 시간이 만만치 않고 약간 멀리 살고 있는 처지여서였다.
모두 4번의 실내 모임과 2번의 야외 모임이 있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개근은 하지 못했다. 나에게는 야외 교육 중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와 어린이 자연학교의 궁극적인 방향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해준 인천 계양산 탐방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자유라는 것을 모르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진정한 자유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어떻겠냐는 유종반 대표님의 말씀이 아직도 생생하다. 모둠교사로서 자유를 느끼게 해줄 만한 시간은 캠프파이어 시간 후에 있었던 모둠별 모임 시간이 전부였던 듯싶다. 별, 자연, 풀냄새, 바람과 같은 적어도 내가 자유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아이들에게 느끼게 해줬던 것 같다. 캠프 일정을 앞두고 출발했던 현장 답사 워크숍도 자연학교의 모둠교사로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님과 아이들이 바라는 모둠교사는 마을지기만큼 마을을 잘 알고, 동식물에 대한 내용도 다 알아야 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큰 역할을 부여받은 것 같은 느낌이다.

어린이 자연학교 그리고 모둠교사
5학년 여학생 2명, 4학년 남학생 1명, 3학년 남학생 2명 그리고 막내 2학년 남자아이.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 우리의 얼음송이 모둠이 만들어 졌다. 어색한 첫 만남에 모둠교사 조차 아이들이 아직 서먹한데, 도착하자마자 모둠별로 이것저것 규칙 정하고 자연이름 짓자고 얘기하자고 했던 부분은 솔직히 내가 입학

식을 그렇게 하자고 했지만, 아닌 것 같다. 몸으로 일단 친해지는 시간이 있었다면 모둠 이름이나 자연이름 정하는 것이 나았을 것 같다.
물놀이와 생태관찰 시간은 나조차 너무 빠져들어서 즐거웠던 시간이었고, 특히나 협동해주는 아이들을 보니 신이 절로 났던 것 같다. 운영진이 모두 합심하여 만들어 낸 프로그램은 모두 좋았다. 어느 하나 빠짐없이. 재생종이 만들고 나중에 졸업장으로 활용한 것도 정말 좋았고, 캠프파이어며 포크댄스 그리고 공동체 놀이 시간. 소중하고 행복한 추억이 된 것 같다.

그렇지만 내년에는 이건 한번 해보고 싶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하여 해본 것이 없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이제 모해요, 끝나면 모해요?’ 라고 모둠교사들이 물음을 당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짜서 시간을 보내는 경험도 좋을 것 같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서 배우고, 배우면서 놀이를 한다고 하니, 오후 시간 3~4시간 정도는 충분히 프로그램 없이도 아이들이 실컷 놀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아직도 아이들이 자유라는 것을 경험했으면 한다. 자유란 분명히 책임을 수반하지만, 세상과 동등한 관계를 맺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고 교육적 효과도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이윤철님은 가평군 버섯구지 녹색농촌체험마을에서 사무장으로 일하고 계십니다.

글 : 이윤철 (모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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