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식구들의 산음 봄나들이 이야기

2003.04.29 | 행사/교육/공지

가려는 봄 오려는 여름 사이입니다.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자연 속에서 마음 나누고 초록빛 한마음 채워오고자, 그동안 각자의 생활에서 녹색 꿈꾸며 살고 계신 식구들이 4월 마지막 일요일에 늦은 봄나들이를 떠났습니다.

녹색식구들의 산음 봄나들이 이야기

잠실역에서 모일 때만 해도 바람 불고 안개 낀 흐린 하늘이어서 ‘행여 비 오려나’ 걱정이었는데요. 서울을 벗어나 양수리를 지날 때엔, 오른편의 안개 낀 북한강이 마치 바다 같았지요. 섬처럼 물 위로 돋아난 나무들도 환상적인 길로 인도하는 듯 했답니다.
호사다마라던가요? 처음엔 정말 고생도 좀 했지요. 산음 아랫길 진입로가 공사중이라 높은 고갯길로 꼬불꼬불 우리가 탄 버스는 트위스트를 추고 우리는 조금 겁도 먹고 그랬는데요, 능숙하고 마음 좋으신 운전사 아저씨 덕분에 든든했었어요. 고마웠습니다 아저씨~.
이렇게 어렵게 도착한 산음 휴양림에 내리니 서울에서의 흐린 하늘에서 멀리 왔다싶게 하늘도 파랗게 개이고 외려 햇살이 조금 따가울 정도였답니다.



국수나무, 신갈나무, 생강나무, 산초나무, 이렇게 네 모둠이 되어, 인드라망 그물놀이도 하고, 멍석말다가 풀다가, ‘너리기 펀지기’도 했구요. ‘진쥐 찔룩짤룩 가사리 벗이여’를 노래하며 오랜만에 꼬리잡기도 하면서, 잠든 우리의 몸과 산을 깨우는 공동체 놀이를 했답니다. 한참 신나게 놀고 나니 배가 고파왔지요. 미리 준비해온 산채비빔밥을 맛나게 비웠습니다. 세제 없이 밀가루 푼 물로 각자 설거지도 했구요. 아이들도 설거지를 놀이처럼 즐거워했지요.



밥도 먹고 신나게 물가에서 발 벗고 놀던 아이들을 불러 모아 들어간 숲 체험은, 숲 해설가 선생님과 함께 숲길을 따라 걸으며, 여러 나무와 꽃들의 이름도 알게 되고 숨은 이야기들도 듣게 되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들은 오랜만에 학생으로 돌아가 숲 공부 하느라 여념 없는 동안에, 아이들은 참나무 몸에 얼기설기 타고 오르내리는 다래덩굴잡고 타잔 놀이도 하고, 풀피리도 불어보고, 누가 더 많이 모으나 내기라도 하는지 도토리를 주워 모으느라 산 다람쥐가 다 되었지요.



열섬현상에 도시 복사열 때문인지 서울은 이미 진달래도 벚꽃도 다 져버렸는데 이곳에서는 이제 활짝 핀 진달래가 곱게도 꽃 뺨 물들이고 있었구요, 벚꽃도 바람 불 때 마다 꽃비를 뿌리고 있었습니다. 숲에서 돌아와서는, 캠프 주변에 흩어져 자라는 쑥과 진달래를 모아 꽃지짐이, 화전을 부쳐 먹었습니다. 어른들은 참으로 오랜만에 만들어보신다며 어린시절도 떠올리셨구요, 아이들은 처음 맛보는 꽃 맛과 그 조물조물 만드는 맛에 화전도 깨끗이 동나버렸습니다.

차가 막히기 전에 서둘러 돌아오려니 무척이나 아쉬워하셨는데요. 아이들도 이제 막 정든 산음 숲을 떠나려니 아쉬웠나봅니다. 이제 막 얼굴 익힌 사람들과 다음을 기약하려니 벌써 그리운 마음 들어서 그러기도 했구요. 회원님들도, 회원은 아니지만 따라오셨다는 분도, 활동가분들도 아이들도, 모두 그새 가족이 되어버렸나 봅니다. 다음에는 하룻밤 머물다 가자고 하시는 분이 많았지요. 좀더 자주 이렇게 소풍 나오자고 하시는 분들도 많았구요.

자연에 깃들어 녹색기운 한껏 안고 돌아오는 하루가 짧게만 느껴졌지요. 벌써 그리운 녹색 가족 여러분, 다음 계절에 또 만나요~.

글 : 윤지선 조직국 water@greenkorea.org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