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재생종이 청첩장 사용 후기

2010.10.12 | 행사/교육/공지

평균적으로 한사람이 연간 12톤의 CO2를 발생한다는데, 결혼은 한번에 14.5톤의 CO2를 발생시킨다고 한다. 결혼은 환경 부담이 큰 행사임이 분명하다. 환경에도 부담이지만 젊은 청춘에겐 심적인 부담이 더더욱 크다.





▲ 녹색연합 유상진, 유은정 회원
나와 같은 소시민 청년이 결혼이란 관문을 넘어서기에는 겪어야할 역경이 많기 때문이다. 어쩌면 산 넘어 산이라고 할까? 결혼을 준비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결혼은 달콤한 미래를 꿈꾸는 둘만의 행복한 약속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 둘이 그냥 잘 살면 될 것 같지만, 사실상 갖추어야 할 게 너무 많다.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가장 큰 스트레스는 돈과 양가 부모님들의 이해이다. 그 두 가지 사이에 다양한 형식들이 붙는다. 신혼집부터, 신혼살림, 예물, 예단, 예복, 함, 이바지, 결혼식장, 폐백, 피로연, 신혼여행, 웨딩촬영, 드레스, 부케, 화장, 꽃 장식, 청첩장…. 준비할 것들이 왜 이렇게 많을까? 누가 이런 것들을 만들었는지 정말 고약하다. 결혼의 당사자는 신랑신부인데 주변에서 더 말이 많다. 그러니 우리의 생각은 사라지고 타인의 말들을 쫓아 흘러가게 된다. 결국엔 누구를 위한 결혼인가라는 회의감까지…. 다행이도 양가 부모님 모두 그렇게 깐깐하지 않으시고 털털하신 신세대이셨다. 예물, 예단, 이바지 등 실제 결혼생활에 불필요한 것, 다시 말해서 형식 따위는 버리고 실속 있게 준비 하자고 하셨다. 살림은 각자 자취할 때 사용하던 것들을 가져와서이용하기로 했다. 내 인생에 결혼이란 것은 결코 할 수 없겠구나 생각 했었는데, 무엇보다 신부와 장인어른의 넓은 아량과 도움으로 내게도 결혼이 찾아왔고 간소한 혼인으로 녹색결혼을 실천하는 듯하였다. 하지만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으니, 다른 것은 다 괜찮다던 양가 어르신들에게도 포기하지 못하시는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청첩장’.

내 경험상 청첩장은 그다지 즐거운 것은 아니다. 청첩장의 내용은 이미 다 알고, 그냥 버리자니 찝찝하고 아깝기도 하고, 괜스레 책상에 놓여 있다가 오랜 후 책상정리하다 버리게 된다. 받고나면 곧장 쓸모없어지고, 그렇다고 바로 버릴 수도 없이 애물단지처럼 책상에 놓여있는 청첩장들, 종국에는 분리수거함에 버려지게 되는 것들이다. 무엇보다 청첩장을 볼 때마다 왠지 요금청구서인양 늘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결혼을 지인들에게 알릴 방법은 너무나 많다. 문자로 보내도 되고, 이메일로 닭살염장사진 첨부해 보내줘도 된다. 이미 주위에 전화나 인사를 통해 알렸고, 굳이 청첩장까지 보내서 확인사살을 할 필요까지는 없다. 한해 평균 33만 명이 결혼하고 이때 만들어지는 청첩장 때문에 무려 나무가 29,954그루나 잘려 나가게 된다고 하는데, 결혼 문화 개혁의 첫 순위는 바로 청첩장에 있다고





▲ 바른손카드 재생종이청첩장
해도 과언이 아닐 터이다. 하지만, 결국 청첩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모님 세대에게 청첩장은 최소한의 결혼관행이며, 하나의 예(禮)이고 무엇보다 뿌린 것을 거둬드리는 수확의 열매와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래서 청첩장을 찍지만, 최소한으로 찍고 재생종이로 제작하기로 하였다. 때마침 녹색연합과 청첩장제작 회사들 간에 ‘숲을 살리는 청첩장’ 행사를 하고 있어서 기성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사실 일반 인쇄소에 특별히 사정해서 제작하려고 했는데, 전문 업체들을 통해 손쉽게 재생종이 청첩장을 구매할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몇 개 업체에서 이벤트 성으로 2~3개 상품에만 제한 한 것이 아쉬움이 남는다.

나름 친환경/녹색 결혼을 실천하고자 하였으나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이것저것 실천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재생종이 청첩장으로 그나마 온실가스 발생을 조금 줄이고 원시림을 조금이나마 보전할 수 있어 여러모로 아쉬움을 달래며, 녹색결혼을 실천해 보았다.

결혼은 새로운 시작이다. 재생종이도 종이의 새로운 시작이다.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담은 재생 종이는 결혼 청첩장과 그 의미가 너무나 잘 어울린다. 이번 ‘숲을 살리는 청첩장’ 이벤트가 1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이번을 계기로 업체들이 재생종이 사용을 모든 상품으로 확대하여 재생종이 사용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꿈꿔본다.

글 : 유상진 (녹색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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