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는 꽃이 피고 물에는 올챙이가~!

2003.05.03 | 행사/교육/공지

오늘은 초록이학교 두 번째 날이다.
아이들을 다시 만나려니 마음이 설레고 걱정도 된다. 날 잊어버렸으면 어떻게 하나, 혹시나 내가 싫어서 아무도 안 오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저 걱정이었을 뿐, 2시 성북초등학교 운동장에는 많은 아이들이 와 있었다. “별꽃 선생님이다~!!” “별꽃! 나 명찰 줘요.” “별꽃, 나 숙제해왔어요. 봐주세요.” 아이들이 웃음 가득한 얼굴도 반겨주어 나의 쓸데없는 걱정은 다 사라지고 의욕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만나서 가장 먼저 한 것은 몸풀기 공동체 놀이었다. 날씨가 갑자기 너무 더워져서 긴 팔에 겉옷까지 입은 아이들이 과연 잘 따라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너리기 펀지기 놀이’를 시작으로 모두가 하나되었다. 한 달간 만나지 못했던 어색함도 사라지고, 모두들 얼굴 가득 웃음꽃이 피었다.



공동체 놀이가 끝나고, 우리는 성북동 뒷산에 흐르는 성북천을 향하여 발을 옮겼다. 마을 어르신과 인사도 나누고, 꽃과 나무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도 들으면서, 서로 서로 손을 맞잡고 길을 걸어가다 보니 어느새 개울이다. 도착하자마다 모두들 지난 달 만났던 개구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개구리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지난 달 보았던 알은 올챙이로 변해있었다. 전날 비가 많이 와서 올챙이가 다 떠내려갔을 줄만 알았는데, 올챙이들은 강한 생명력을 과시하듯 힘차게 꼬리치고 있었다. 올챙이의 움직임에 신이 났는지 아이들은 좀더 자세히 보겠다고, 신발이 빠지는 것도 옷이 젖는 것도 모르고 물가로 가까이 갔다. 물에 넣은 손을 간지럽히는 올챙이 입질도 느끼고, 뒷다리가 나온 올챙이를 찾아 투명 패트병을 통해 관찰도 했다. 물론 관찰 후에는 원래 살던 곳으로 다시 올챙이를 놓아 보내주었다. 마냥 신기해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순수한 동심을 느낄 수가 있었다. 관찰 시간이 짧아 너무 아쉬울 정도로 아이들은 그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올챙이 관찰 후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더운 날씨에 공동체 놀이와 개구리 관찰을 했는데도 아이들은 피곤하지도 않은지 가방은 나에게 맡겨 두고는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약수터를 향해 갔다.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잠깐의 휴식시간을 가진 후 산으로  산으로 올라갔다. 산에 올라가면서 새싹 선생님께서 풀피리 부는 법을 가르쳐 주어 재밌게 따라해 보기도 하고 소나무와 잣나무도 구별해 보고, 국수나무도 눈으로 맛봤보며 산을 올랐다.



걸어가다가 뛰어가기를 반복하면서 목적지인 배드민턴장에 모였다.
양경모 선생님과 함께 산에는 어떤 보물이 있나 찾아보기로 했다. 산에 있는 보물이 적힌 종이를 들고 모둠끼리 모여 산 이곳 저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려운 이름의 꽃들 잎들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저 꽃잎, 뾰족한 나뭇잎, 동물의 흔적,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것, 이 숲에서 필요 없는 것을 찾는 놀이였다. 이 숲놀이는 아이들의 상상력과 개성이 빛났다. 아이들 스스로 사물을 관찰하고 판단하는 시간이라서 어른처럼 정형화되지 않은 아이들의 순수함을 볼 수 있었다. 많은 보물 중에 보물 아닌 보물은, 역시 산에서 필요 없는 것들이었다. 사람들이 빈번히 지나다니는 곳이어서 그런지 많은 쓰레기들이 있었고, 아이들이 가장 많이 주워온 것 중에 하나였다. 가장 화제가 되었던 것은 동물의 흔적이었다. 우리 모둠은 벌레 먹은 나뭇잎에서 애벌레가 붙어 있는 좋은 관찰꺼리를 찾았다. 하지만 어떤 모둠에서 어떻게 들고 왔는지 의심스러운 개똥을 찾아와 한바탕 웃었다.



2시부터 5시가 넘기까지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함께 어울렸던, 우리는 배꼽시계로 밥 먹을 시간이 다가옴을 느끼고, 다음일정이 기다리고 있는 마가렛의 집으로 향했다. 마가렛의 집에서는 수녀님과 도우미 학생들이 출출한 우리를 위해 미리 화전 만들 준비를 해놓았다. 손을 깨끗이 씻은 후, 두 모둠끼리 나뉘어 화전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찹쌀 반죽을 동그랗게 빚어 대추꽃과 쑥으로 모양을 내면서 아이들은 조물조물 자신의 솜씨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기계로 찍은 듯 똑같은 모양에 똑같은 크기로 만들어 내는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손가락 두 개만한 작은 찹쌀 도화지에 꽃도 그리고 사람의 얼굴도 그리면서 새로운 세계를 그려내고 있었다. 그 옆에서 나는 프라이팬과 뒤집개를 들고 아이들이 만든 화전을 열심히 부쳤다. 아이들이 예쁘게 만든 것들을 서투른 내가 엉망으로 만든다고 아이들의 놀림도 받고 함께 웃으면서 초록이 학교는 끝나고 있었다. 다 만들어진 화전을 정말 맛있게 먹으면서 아이들과 오늘 있었던 일들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했다. 화전 부치기를 다 끝낸 후 수녀님이 주시는 빵도 먹으면서 다음달에 있을 초록이 학교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모두가 함께 즐기면서 웃었던 두 번째 초록이 학교가 끝나면서,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 버린 것 같아 아쉬웠다. 다음 초록이 학교는 먼 나들이로 불광동 개구리를 찾아가기로 했다. 먼 나들이에 대한 걱정과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기대를 품으며 아이들과 아쉽지만 기쁘게 헤어졌다. 다가오는 초록이 학교를 기다리면서 나는 오늘밤, 초록아이들과 함께 산과 강을 뛰어다니며 즐겁게 노는 꿈을 꿀 것 같다.

모둠교사 별꽃 남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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