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산 케이블카 설치 금지법과 장가계가 받은 경고

2010.12.01 | 행사/교육/공지

최근 설악산 케이블카 관련 기사를 보고 중국에서 등산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중국에는 산에 대부분 케이블카가 있다. 그래서 산 입구에 가면 발로 걸어서 오를 것인지 케이블카를 타고 날아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모 항공사 광고에서 나왔던 황산에도, 무협지에 무당파 근거지로 나오는 화산에도, 북경 변두리에 있어 북경시민이 즐겨 찾는 향산에도, 외국인 수만 명이 몰리는 만리장성에도, 한 폭 그림 같은 용경협에도 케이블카가 있다.

중국 유명한 ‘루산(廬山)의 진면목을 모르는 것은 몸이 루산 안에 있기 때문이다. ‘ 라는 속담처럼 산 안을 벗어나 산의 진면목을 보기 위해서일까? 중국 대부분 산에는 케이블카가 있다. 녹색연합 자원활동가로 케이블카에 관한 자료를 조사하다가 루산과 화산(華山)에 있는 케이블카에 관한 재미있는 기사가 있어서 짧게 소개하고자 한다.

루산 케이블카 설치 금지법과 장가계가 받은 경고
세계문화위원회에서는 루산을 1996년 세계문화경관으로 세계문화유산 명단에 등재했고 중국 정부는 2004년에는 <루산풍경명승구(2001-2020)총체규획대강>을 2007년에는 <루산풍경명승구총체규획(2006-2025)>을 지정했다. ‘대강’과 ‘규획’에서는 모두 루산풍경구안에 모든 형식의 파괴적 개발을 금지하며 2020년까지 루산풍경구가 지닌 역사적 진실성과 완전성을 완전히 복원하여 ‘산-강-호수-도시-섬’으로 이루어진 생태계가 선순환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명시하였다.
(출처: http://env.people.com.cn/GB/13046310.html 인민망에서 법제주보 기사 게재)

물론 최근 루산에서 다시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와 누리꾼이 이 법을 근거로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장가계가 승강기 때문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조직위원회에서 경고를 받아 세계문화유산목록에서 제명될 위기에 놓인 사례도 힘을 보태주었다.
  
무당파 근거지 엄청난 기개를 자랑하는 화산의 발목을 잡은 케이블카
모 방송사에서 방영한 ‘화산고’라는 개그 프로를 재미있게 본 적이 있다. ‘화산고’라는 영화도 있고 중국무협지에서 무당파의 근거지로 나와 화산은 한국인에게 매우 친숙하다.  화산은 중국 오악 중 하나로 엄청난 기개를 자랑하는 돌산이다. 이미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황산이나 루산과는 다르지만 이 두 산에 절대 뒤지지 않는 절경을 자랑한다.

화산은 널리 알려진 진시황의 무덤 병마용이 있으며 ‘1000년 문명을 보려면 베이징(北京)으로 가고 5000년 문명을 보려면 산시(陝西)로 가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와 문명을 자랑하는 산시성에 있다. 산시 성 정부는 1987년 2월 진시황 병마용을 성공적으로 등재한 후 문화유산 등재 효과를 톡톡히 보고 1992년에 화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화산 세계문화 유산 등재 작업은 거의 20년 동안 결실을 보지 못하였다.

무협지에 나오는 그림처럼 가파르고 웅장한 화산이 왜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실패하는 걸까? 이유를 찾기 위해 우리의 네이버처럼 유명한 검색 사이트 ‘바이두’를 열심히 뒤지다 재미있는 특집 기사 하나를 찾았다. 기사 제목을 번역하면 ‘화산 세계문화유산 신청을 17년 동안 물 먹인 수수께끼 – 관광케이블카가 문화유산 신청을 가로막음’이다. 기사에서 케이블카에 관한 내용을 옮기면 아래와 같다.

유네스코 규정을 보면 세계유산 평가 기준은 진실성과 완전성 두 가지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시 성의 자연경관과 역사유적은 대부분 경제적 이익을 좇는 바람에 인공적이고 현대적 흔적이 너무 많아서 유산 본연의 진실성과 완전성 기준에 들어맞지 못한다. 대표적인 예로 화산에는 엄청나게 큰 케이블카 골조가 떡하니 놓여 있고 인공구조물이 너무 많다.


▲ 출처 : 산시일보《 陝西日報 》 2009年07月24日08:33

몇 년 전 화산은 중국 오악 중 하나로 동쪽에 타이산(泰山, 산둥 성, 1545 m), 서쪽에 화 산(华山, 산시 성, 1997m),  남쪽에 헝 산(衡山, 후난 성, 1290m), 북쪽에 헝 산(恒山, 산시 성, 2017m), 중앙에 숭 산(嵩山, 허난 성, 1494m)과 함께 ‘중화오악’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했다가 또 고배를 마셨다. 이미 세계 문화 유산에 등재된 타이산도 함께 힘을 실어주었는데 실패하자 화산 문화유산 등재 실패 원인을 분석하는 위 기사가 나온 것이다. 사실 세계문화 유산이 되는 것이 워낙 어려우니 이유가 한가지는 아니겠지만 지방정부에서 수년간 노력하고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노력했는데도 문화유산으로 등재에 실패한 후 그 심층적 원인을 화산 주의의 케이블카와 같은 인공구조물에서 찾은 것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는 것 같다.

쾌속 성장으로 단기간에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도 최근 ‘경제성장 방식 전환’,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여러 환경규제법안을 내놓았다. 이제 중국도 숨 고르기를 시작한 것이다. 2009년 6월에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에 성공한 우타이 산(五薹山)도 난개발의 흔적을 지우는데 초기 예산만 20억 위안을 들였다고 한다. 한 기사에서는 이를 ‘세계문화유산 등록 입장료로 아깝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자료를 조사하면서 만약 차후에 설악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하려고 한다면 설악산은 어떤 ‘입장료’를 얼마나 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 : 임현정 (녹색연합 회원,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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