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보호를 위한 정상회담 “Tiger Summit”

2010.12.01 | 행사/교육/공지

지난 21일~24일까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흥미로운 정상회의가 열렸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 미국 클린턴 국무장관을 비롯해 네팔 등 13개국 정상급 리더들이 모인 “호랑이 정상회의”는 러시아가 주도해서 전 세계 3200마리 남은 호랑이를 위한 국제적 보호대책을 내놓기 위한 자리였다. 지난 11월 한국에서 열렸던 세계 20개국 정상들이 모였던 G20 보다 훨씬 더 지구에 이로운 회의가 아니었을까.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호랑이보호에 백만달러 지원!
이번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보호를 위한 재정마련을 어떻게 하느냐였다.

이미 지난해부터 세계은행,WWF(세계자연보호기금) 등이 2020년까지 호랑이 개체수를 현재보다 2배 늘리는 목적으로 호랑이보호이니셔티브를 시작했는데, 실제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3억5천만달러(4025억원)에 달하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오른쪽)가 호랑이 보호재단 콘서트 참석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NEWISI

▲ 이번 정상회담을 추진한 러시아 푸틴 총리 ⓒ로이터

이번 회의에서 새롭게 확정된 예산은 약 1억2700만달러(1460억원)에 달하는데, 미국은 밀렵, 밀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920만달러(105억 8천만원)를, 독일이 라오스 베트남 러시아 태국에서 호랑이경관 보호를 위해 17200만달러(197억원), WWF 는 5000만달러를 , 장기적으로는 8500만달러까지 예산을 확대하기로 했고, WCS(야생동물보존협회) 는 5천만달러를 앞으로 10년간 호랑이 연구에 사용하기로 했다.

미국, 독일은 호랑이가 서식했거나 서식하는 국가는 아니다. 그러나 힐러리클린턴 국무장관까지 회의에 참석한 것은 미국인들이 호랑이에 대한 애정과 관심때문이다. 상위 포식자, 맹수로서 호랑이가 가진 위엄과 품위 때문인지 호랑이가 살지 않는데도, 미국인들은 가장 좋아하는 동물로 호랑이를 꼽은 적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Save Tigers Now 홍보대사인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WWF 12개 우선보호구역에서 호랑이보호를 지원하는데 백만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이번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13개 호랑이 관계국은 앞으로 6개월 동안 장기적인 재정지원책을 점검한 후 연말에 다시 만날 예정이다. 이 논의는 이번회의에서 승인된 세계 호랑이 복원(recovery)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한 것인데,서식지 보호와 밀렵 방지 등 종합적인 호랑이보호에 관한 대책으로 호랑이 개체수는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WWF 호랑이 살리기캠페인 팀장인 Michael Baltzer는 “호랑이는 더 기다릴 수 없다. 우리는 이런 정치적 열정과 집중을 유지하고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야생호랑이는 100 년전만 해도 10만 마리에 달했지만 밀렵, 산림벌채에 따른 서식지 감소로 현재는 3200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생물다양성의 해이자, 호랑이를 한약재로 많이 사용하는 동양 국가에서, 호랑이가 서식하는 동양에서 기념하는 호랑이의 해를 맞아 WWF 등 많은 단체들은 호랑이를 보호하는 것을 통해 생태계 회복을 꾀하고자 많은 활동을 펼쳐왔다.  


▲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야생호랑이 개체수도 줄어들고 있다 .출처 : WWF(세계자연보호기금)

많은 과학자들은 2010년을 호랑이의 티핑포인트로 보고 있다. 즉 호랑이는 지금 완전 멸종되느냐, 살아남느냐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1970년대 중앙아시아(카스피), 1980년대 자바 호랑이가 멸종되었고, 90년대에는 남중국 호랑이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런 호랑이개체수의 감소는 녹색으로 표시된 호랑이가 살 수 있는 산림의 면적 감소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 전 세계에서 야생호랑이 서식현황과 앞으로 보호해야 할 곳을 표시한 지도 , 빨간 색으로 표시된 곳이 우선 보호지역이다, 출처 WWF 등

올해 초 녹색연합 등 한국의 단체들도 호랑이를 보호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우리 역사와 민초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호랑이는 더 이상 남한에 서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백두대간을 따라 호랑이는 러시아 중국 한반도를 충분히 넘나들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백두대간을 타고 중국 러시아를 넘나드는 호랑이를 상상하면 가슴이 설렌다. 그러나 아직도 국내에서는 호랑이 보호운동이 적극적이지는 않다. 최근 환경부가 국토 생태축을 연결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하였는데, 생태축 복원의 중심에 백두대간이 있고, 백두대간이 제대로 복원된다면 호랑이 서식지가 제대로 복원되는 기초가 마련되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야생호랑이가 살고 있다고 알려진 14개국 중 유일하게 북한만이 불참을 했다. 두만강을 넘나드는 호랑이 발자국을 찾을 수 있다고 하고 이미 북한산에서도 호랑이 서식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아직 국제공조는 부족한 상태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호랑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호랑이 보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호랑이 뼈 등이 사용된 한약재를 이용해서는 안 되고, 팜 오일로 호랑이가 살수 있는 울창한 산림이 사라지고 있으므로 공정한 방식으로 사용되지 않은 팜 오일은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

만약 직접 후원을 하고 싶다면 국제 단체 후원도 있지만 한국에서도 호랑이를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하는 한국범보존기금 http://www.koreatiger.org 으로 후원하면 더욱 좋다.

글 : 고이지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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